치협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수가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2013년까지 합치면 횟수로는 세 번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은 6월 1일 치협을 비롯한 6개 공급자 단체들과 2016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마지막 수가협상을 진행했다.
2일 새벽 2시 가까이에야 마무리된 이날 수가협상에서는 치협과 병협이 각각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률인 1.9%와 1.4%를 거부하고 건정심 행을 택했다. 건정심은 이달 말까지 협상이 결렬된 치협과 병협에 대한 수가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반면 약사회는 3.0%, 의협 2.9%, 한의협 2.2%, 간협(조산원)은 3.2%로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평균 수가 인상률은 1.95%로 전년(2.22%)대비 0.27% 낮아졌으며 총 소요재정도 6503억 원으로 지난해(6718억 원)보다 215억 원 감소했다.
지난 1일 치협은 오후 5시 4차와 10시 5차 수가협상에서 건보공단과 협상 수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다 공급자 단체 중 가장 마지막 차례인 2일 새벽 1시 4분경 6차 협상을 시작한 끝에 새벽 2시를 목전에 두고서 최종 결렬을 선언했다.
건보공단이 애초 치협 수가협상단에 제시한 수치는 1.2%로 치협 협상단은 앞자리를 2%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막판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건보공단은 1.9%를 고수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수가협상 단장인 마경화 보험담당 부회장은 “건정심만은 가지 않으려고 끝까지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앞자리가 1%대에 머무는 것만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면서 “진료량이 늘었다고 환산지수를 깎는 것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많이 만드니까 물가를 낮추라는 얘기인데 의료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부터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피력했고 진료량과 환산지수를 연계하는 것은 아직 우리 회원들이 납득할 수가 없는 만큼 (건보공단이 제시한 수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비록 수가협상은 결렬됐지만 치협 수가협상단은 이번 협상 기간 진료량이 늘어난 것은 보장성 부분이 급격하게 늘어난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점을 중점적으로 부각했고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중 치과진료비만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통계청 자료 등을 제시하면서 "논리적으로는 건보공단에 전혀 밀리지 않고 공급자 단체 중 가장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가협상 방식 문제 많아 제도개선 시급
한편 올해도 건보공단의 수가협상 방식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우선 추가소요재정(밴딩) 규모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최종 협상당일 재정소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 통보한 수치만을 놓고 각 단체들이 건보공단이 제시한 숫자를 받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협상과정을 예년과 똑같이 되풀이 했다는 지적이다.
공급자 들은 수가협상 중반경 밴딩 규모를 알려 줄 것을 요청했지만 건보공단은 이를 전혀 공개하지 않았고 특히나 밴딩 규모가 어떻게 정해졌는지에 대한 기초근거 자료조차 내놓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건보공단이 총액예산제의 전 단계 성격인 ‘진료비 목표관리제’라는 부대조건을 제시하면서 이를 수가협상과 연계한 것 역시 도마에 올랐다.
진료비 목표관리제는 쉽게 말해 일정 기준의 진료량을 정해놓고 목표를 초과달성하면 수가를 깎고 부족하면 더 주는 방식이다.
마 부회장은 “진료량을 연동하는 부속합의를 받으면 수가계약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의가 있었지만 워낙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더군다나 진료량이 무엇인지, 어디까지 포함되는 것인지 등에 대한 정의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연구에 착수해 2017년부터 바로 실시하라는 조건을 걸었다”면서 “여러 문제가 있는 만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단체들 역시 모두 수용불가 입장을 밝혔다.
특히나 치과의 경우는 보장성 강화로 당분간 진료량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 자명한만큼 이를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날 수가협상단 격려차 협상장을 찾은 최남섭 협회장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동안 협상단을 이끌어 온 마경화 보험담당 부회장을 비롯해 최대영 서울지부 보험담당 부회장과 김영훈 경기지부 보험이사 모두 수고가 많았다”고 격려하면서 “이런 제도 하에서 0.1~0.2%를 더 받고 못 받고에 연연하기 보단 오히려 못 받은 수가부분을 보험진료를 열심히 해 상쇄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가계약 수치는 각 단체의 자존심이 걸린 부분인 만큼 작은 공급자 단체라고 해서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 협회장은 또 “수가협상 과정을 살펴보면 말이 협상이지 결국은 정해진 수치를 놓고 공급자 단체를 설득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 같은 수가계약 제도자체를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면서 “향후 의료계 단체장들을 만나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지막 수가협상장에는 최남섭 협회장을 비롯해 장영준·안민호 부회장과 권태호 서울지부장, 노상엽 회원고충처리위원장, 사무장치과 척결 및 의료영리화저지 대책특별위원회 김성수 부위원장 등이 방문해 수가 협상단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