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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추천도서-나만의 책장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집에 책장이 없는 분들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크기가 작더라도 책장은 집에 놓아야 할 가구 중에서 빼 놓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책장을 가지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학생 때는 자신의 책장이 있었지만 대부분 참고서나 강제로 선택했던 추천도서, 전공서적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내가 읽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나만의 책이 꽂힌 책장은 자신이 관리하지 않으면 없어지고 맙니다. 가족들의 다른 책, 잡지들과 함께 섞여 버려서 나만의 북컬렉션은 좀처럼 눈에 들어오질 않게 됩니다. 최소 100권 정도는 들어가는 자신만의 책장을 한번 만들어 봅시다. 예전에 CD나 LP를 모았던 분들은 아실 겁니다. 모으는 재미를 떠나 자신만의 음악 컬렉션을 만들다 보면 스스로 꽤 높은 식견도 함께 생긴다는 것을. 이미 충분한 책과 책장이 있다면 있는 책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서 자신만의 느낌으로 배열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책을 분야별로 정리해보는 것은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나 취약한 분야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무척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다 보면 읽었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그때의 감흥이 새록새록 살아납니다. 지금부터라도 자신만의 북컬렉션을 만들어보신다면 10년 후쯤 자신의 인생이 담긴 하나의 책장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오히려 시작해야할 때일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에로스 경험하려면
자아를 파괴할 용기가 필요
『에로스의 종말』 문학과지성사, 2015
역시 함병철 저자의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어려운 말만 고른 듯한 김태환님의 번역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 바디우가 서문에서 이야기하듯 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고도의 지적 경험’입니다. ‘지적 경험’이란 것은 말 그대로 지적인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무지의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스로 무지를 깨닫는 것이야 말로 어떻게 보면 ‘한사랑’ 할 줄 안다는 사람들에게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때문에 꽤 가치 있는 경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에릭프롬의 ‘사랑의 기술’ 정도의 책만 읽으면 더 이상의 사랑은 책으로 읽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에로스란 ‘강한 의미의 타자, 다시 말해 나의 지배 영역에 포섭되지 않는 타자를 향한 것’을 의미합니다. 이 타자와의 구조적 관계를 잘 파악해야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습니다. 안락함과 나르시시즘에 빠진 현대인들이 진정한 에로스의 경험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사랑을 위해서는 타자의 발견을 위해 자아를 파괴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전혀 ‘에로틱’하지 않습니다. 참고하세요.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문제적 사건’까지 담은 평전
『미당 서정주 평전』 은행나무, 2015
올해는 서정주 시인 탄생 100주년인 해입니다. 얼마 전 서정주 전집이 발간된 것도 그런 시기에 맞춰진 것입니다. 하지만 워낙 ‘문제적 시인’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된 평전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민족의 격동기를 보낸 서정주 시인의 삶과 시를 방대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한을 모국어의 혼과 가락으로 풀어낸 최고의 시인에 대한 이야기는 그의 인생 이야기와 더불어 꼭 한번은 되짚어봐야 할 것들로 가득합니다. 그의 평생 오점으로 일제 강점기의 친일 시, 5공화국에 협력한 사실 등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미당의 시를 멀리했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합니다.

가벼운 듯하며 무게감 가득
산뜻한 재미에 글맛이 꿀맛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영사, 2015
우리나라처럼 광고계가 치열한 곳에서 오랜 시간 카피라이터로 인정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 저자는 카피라이터. 문학, 음악, 미술, 정치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지식을 연결하고 새롭게 조합하기를 즐깁니다. 아이디어가 ‘번쩍’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낚아 올리는’ 것인 듯. 김하나 작가처럼 이렇게 말랑말랑한 사고를 하면서 가벼운 듯 무게감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더 있을까 싶습니다.
알라딘 전 편집장이자 뛰어난 문장의 번역가 김명남은 그녀의 글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이 글이 너무 공감이 가서 책소개를 대신합니다.
“이 사람이 가령 연고 설명서를 쓴대도 재미있게 읽겠다. 내용을 불문하고 글맛이 아주 그만이고, 무엇을 소재로 삼아도 산뜻한 시선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거기에 얕은 지식까지 더해 삼위일체를 이루었으니, 무라카미 하루키라도 연고 설명서를 그렇게 쓸 수 있을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