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저자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헝가리 출신의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의 조어(造語)로 자신은 좀처럼 의식할 수 없지만 무의식이나 몸으로 알고 있는 지식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우리에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어렴풋이 몸이 기억하고 경험으로 체득한 것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빙산이라고 한다면 암묵지는 아마 잠겨있는 거대한 부분일 겁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만이 표면에 나와 있는 겁니다. 암묵지를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명확하게 표현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내가 드러내지 못했던 이런 암묵지들이 새롭게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 내 얘기네”, “나만의 경험이 아니었구나”하는 느낌의 공유를 통해 저자와 나의 생각이 섞이는 느낌이 바로 독서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자신의 경험을 더욱 견고하게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적 가치’를 고양하는
기획자로서의 삶을 제시
『지적자본론』 민음사, 2015
일본을 여행했을 때 우연히 들렸던 츠타야 서점이 기억납니다. 우리나라 대형 오프라인 매장과 규모는 비슷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으로 꼭 다시 가고 싶은 서점이었습니다. 그 서점이 일본에서 그렇게도 유명한 츠타야 서점이고 1400여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저자는 이 서점을 운영하는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 주식회사(CCC)의 CEO입니다. 그의 경영 철학이 고스란히 책으로 나온 겁니다.
성공한 CEO의 경영철학이 담긴 책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내가 서점을 운영할 것은 아니지만 세상 모든 것이 어차피 경영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이들에게 기획자(디자이너)로서의 삶을 제시해 줬다고 평가받는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의 경영 철학은 기업(비즈니스 업계)뿐 아니라 혁신과 참신한 기획을 구상하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이 되어 왔습니다. 결국 기획이란 것이 ‘인간적 가치’의 고양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기획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면 이제껏 효율과 금전적 성과만을 좇아 온 자본주의가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읽어야 할 필독서 ‘마르크스’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갈라파고스, 2011
마르크스의 책이 대학생의 필독서이고 읽는 것이 대학생의 특권인 양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더 이상 마르크스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열광했던 마르크스의 이야기는 이제 쓸모없어진 것일까요? 저도 몇 년 전 샀다가 이제야 읽었습니다. 저한테 마르크스는 더 이상 저에게 뜨거운 이름은 아니었으니까요.
저자인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마르크스 읽기’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적 과정’이라고 단언합니다. 여기서 ‘성숙한 어른’이란, 자신이 가진 것을 ‘자기만의 이익이 아니라 주변의 힘없고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써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 존재입니다.
요즘처럼 능력 있는 사람은 호사를 누리고 무능한 인간은 퇴출되는 것이 ‘정의’라는, ‘차별 찬성론’이 횡행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이런 성숙한 어른이 되려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연민과 양심의 고통을 느끼는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이에 필요한 것이 바로, ‘마르크스 읽기’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환희, 좌절 그리고 깨달음이 있습니다. 아니 적어도 20대의 열정을 배울 수는 있습니다.
고전적 경영 마인드와 SNS까지
발로 뛴 마케팅 비결 고스란히
『사랑받는 병원마케팅』 지식공감, 2015
병원 마케팅에 대한 책은 사실 찾아보면 꽤 있습니다. 하지만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아 막상 적용하려고 하면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김예성 사랑받는 병원연구소 대표의 세 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앞의 두 책도 모두 읽어본 저로서는 세 번째 책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번 책은 여러 병원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인터뷰한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자의 마케팅 철학과 성공한 병원들의 실제 경험이 어우러진, 고전적인 경영의 마인드와 SNS를 이용하는 최신의 마케팅까지 그리 두껍지 않은 책에 실속 있는 내용으로 잘 만들어진 책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충분히 소개할 만하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