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얼음길 걷다 보니 걸쳐진 그림자도 반 토막이다 새알 같은 모이를 먹고 솟대처럼 돋아 오른 반달 채우기 위해 반쪽은 버렸다 긴 밤을 통째로 먹어 눈썹 하나 문지방에 떨군 문둥이같이 설운 밤 어눌하고 불온한 사랑이 천형(天刑)처럼 건너간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손바닥에 한 획(劃)을 그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떨림이 있다 보푸라기 투성이에 그늘지고 옹이가 있는 이곳은 어디쯤일까 장문(掌紋) 여러 줄기 따라가다 여울물 소리 가까워져 다가서 보니 보듬고 구르는 돌의 몸짓이다 눈 부릅뜨고 들여다보니 멍이 든 자리마다 지천으로 꽃이 핀다 세월은 가고 돌은 구르고 꽃은 핀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
바다는 품는 것이 아니다 품어지는 게 아니다 함덕에 오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그대라는 이름으로 바람이든 파도든 물어야 한다 가까운가를, 소원한가를 제주 함덕에 오면 소멸이거나 명멸하거나 환이다 담았다가 끝도 없이 가 오는 숨 트임 술렁거림이다 아! 함덕은 저기 노을이다 바짝 들이대는 숨통이다 경계가 모호한 숨 트임이다 이게 무거운가 그럼 돌이켜라 그대는 단지 파도도 바람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함덕에 오려거든 그리움으로 오지 마라 함덕에 오려거든 서글퍼서도 오지 마라 그대여 오라 사방에 눈먼 바다에 오징어 배 불빛같이 무심한 그대가 오라 함덕에서 덤덤하게 널 보련다 눈이 먼 너를 바람이든 파도이든 눈 맞추어 보리라 눈이 먼 너를 품에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