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깊은 심연 궁정 정원사였을까
덩굴손이 바삐도 움직인다
한때 성벽을 기어올라 파수꾼 노릇도 했다더니
매끄러운 몸에 줄무늬 문신이며 북소리도
제법 파문(波紋)을 일으킨다
꿈을 꾼 것이다
속살 파내어 뱉어내고 피멍울에 시커먼 씨를 받았다
배가 불러오는 것이다
만삭이기 전에 수면으로 치닫는다
일탈이 아닌 꿈을 꾼 것이다
대륙과 초원의 꿈은 고달프고 초라하기도 했다
가끔 멋들어진 연회에 장식이거나 종막이 되어 주기도
한때 씨받이로 모양을 바꾸기도 했지만
꿈은 지울 수 없었다
산비탈,
햇빛과 구름과 바람과 비를 담고
이슬과 그늘과 달빛과 별빛으로 빚어
맑고 고운 날
해거름 평상에 둘러앉은 이들에게서
쩌억, 벌어져 선홍 꽃들을 피우는 것이다
임창하 원장
-2014년 《시선》 등단
-계간지 《시선》 기획위원
-시와 고전을 찾는 사람들 회장
-미래창조독서토론회 활동 중
-현) 임창하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