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비생산적인 놀이라는 것은 가급적 하면 안 되고,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겨왔습니다. 오죽하면 노동(labor)이라는 단어를 넘어선 근로(diligent work)라는 용어를 쓸 정도입니다. 최근에 ‘마흔’과 관련된 책들을 읽거나 콘텐츠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생산적인 일을 더 열심히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기쁘게 하는 즐거운 비생산적인 놀이들을 찾아내라고 합니다. 이삼십대는 아무거나 해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아무 영화나 봐도 비록 평점이 낮은 영화라 하더라도 실패했다고 우울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적인 시간이 매우 소중하기에 실패하지 않을 놀이를 찾게 됩니다. 가성비가 좋거나 아니면 아주 재밌거나 또는 돈이 많이 드는 실패하지 않는 확실한 놀이를 하려고 합니다(이 맥락은 유정아 작가의 소비에 실패할 여유라는 글을 보시면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손쉬운 스마트폰 같은 것으로 서핑을 합니다. 영화도 수많은 콘텐츠가 있지만 고를 때 30분 넘게 고르면서 기진맥진할 때가 빈번합니다. 놀려고 해도 놀줄을 몰라서 쉬는게 쉬는게 아니게 됩니다. 딱히 Wish List를 만들어,
지난 번에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칼럼을 쓴 이후로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습니다. 가족의 문제도 있었고, 기대했던 개인적인 일도 끝내 안되면서 어떤 회의감이라기보다 무기력함이 지난 한달을 지배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글은 거기에 대한 고민에서 쓰는 글입니다. 우울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이 나지 않고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끌려가는 느낌들에 다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은 느낌들이 저를 지배하였습니다. 알아보니 우울증이 아니라 번아웃 증상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꾸역꾸역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쉴 때 잘 쉬어야 에너지를 얻고 일을 할 때 더 능동적으로 할 수가 있는데, 번아웃에 빠지면 쉬는 것이든 일이든 다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하기 싫어집니다. 우리는 일을 안하는 것을 쉬는 것과 동의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제대로 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정말로 기뻐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활동을 해야 쉬는 것인데, 한국 사회에서 가정을 둔 부모들의 경우 꾸역꾸역 일과 가정을 다 챙기며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을 안하면 쉬는 것으로 착각하기에 스마트폰에서 배터리가 계속 나가듯이 몸이 방전되는 것입니다. 나름 일과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치과 또한 일본치과진료보수 점수표를 근거하여 치과수가표가 만들어지면서 치과도 의료보험 급여항목으로 진입되었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치과계는 저비용 고효율의 시대로 비급여 보철 및 임플란트 치료로 호황기를 맞았으나, 2010년 대 이후 임플란트 가격경쟁 및 치과의원의 과당경쟁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건강보험청구금액이 급격히 올라가게 되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치과의원의 비급여 비중은 2013년도 76%에서 63.7%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의 비중이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치과의사의 선호도는 높지는 않다. 비급여 보철치료와 비교하였을 때, 진료시간 대비 진료비가 적고, 치과의사의 신체에 가해지는 노동강도가 높기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치과의원의 경우 원장은 비급여 진료 위주로 하고, 봉직의인 페이닥터에게 급여 진료를 주로 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급여진료항목에 대한 인식도나 중요성이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의과는 영상의학과 진단기술의 발달로 노동강도가 높은 수술과 같은 치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및 진단을 하는 급여항목
한두 달 전에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뭔가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기려 했지만, 뭔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 내가 하고 싶었으나 안 했던 것에서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 떠오르며 ‘고통스럽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혼자서 막연하게 생각을 하다가, 결국 고통이란 회피하거나 외면할 대상이 아니라 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구글이나 유튜브에 관련 내용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검색된 철학자가 니체였습니다. 저는 철학 관련 책을 읽은 적이 거의 없는데 ‘삶은 고통이다’라는 니체의 철학관에 감화가 많이 되었습니다. 쇼펜하우어나 불교경전에서도 비슷한 내용들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나옵니다. 찾아본 내용들을 보면 ‘삶에서 고통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늘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를 규정하고 이것을 추구하기에 그 간극에서 고통이 오게 된다. 그 간극을 줄였을 때 일시적으로 고통이 줄어들면서 행복을 일시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결국 그것보다 더 나은 상태를 다시 규정하고 추구하면서 고통이 시작된다. 고통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으며,
이런 제목 좀 낯간지러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10대나 20대 초중반에 했던 시도들일 것입니다. 30대가 넘어서 저런 편지를 쓴다는 시도를 했다는 주변 사람은 물론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한번 10년 후의 저에게 쓰는 편지를 쓰고자 합니다. 첫번째로는 10년 뒤의 저의 아이들은 잘 자라왔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지금 5살(만3세)과 3살(만1세)인 아이들이니 10년 뒤면 15살(중2)와 13살(6학년)일 것입니다. 상상이 안되네요... 일단 저에게 가장 큰 이슈가 육아라서 이 부분을 먼저 적어봅니다. 그 다음 이슈로는 저의 연구들입니다. 뭔가 AI, 데이터사이언스, 칫솔질 영상연구 등을 하고 있는데 10년 뒤 이 연구들은 잘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지나오면서 열심히 했는지 의미가 있었는지 지금은 걱정도 되면서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기를 계속 보내오고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지금 저와 인연을 맺는 특히 저와 같이 공부를 하는 제자들이 10년 뒤에 돌이켜봤을 때 저와 같이 공부를 하거나 시간을 보낸 경험이 의미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걱정도 되면서 제가 잘하고 있는지 지금 고민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근데 보통 10년 뒤의 꿈을
코로나가 다시 유행하고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약 한달 전부터 출퇴근할 때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운동도 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서 그렇습니다. 운전을 하게 되면 시간이 지루하니 다시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라디오처럼 듣게 됩니다. 이전에는 경제·경영이나 자기계발 관련된 주제를 들었다면 요즘은 철학, 심리학, 정신과와 관련된 주제를 찾아서 듣고 있습니다. 이전 칼럼인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기’에서 나이가 들수록 삶은 평범해진다라고 말씀드렸고, 그 평범함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철학, 심리학, 정신과에서 주로 다루는 이야기는 나는 어떠한 존재고 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입니다. 동양적인 문화권에 있는 우리나라는 이 ‘나’라는 존재가 귀히 여겨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우리나라는 ‘나’보다 ‘우리’를 너무 좋아해서 심지어 아내를 지칭할 때도 ‘우리 와이프’라는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영어로는 ‘our wife’가 되는데 되게 이상한 표현이 되어버린다고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 명예교수는 ‘나’라는 존재는 매우 존귀하게
신용카드 내역서가 찍혀 나올 때마다 가끔 제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을 보곤 합니다. 결혼하기 전을 생각하면 확실히 그때와 비교하여 순수하게 저만을 위해 사용한 카드비는 많이 줄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많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난주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시간과 돈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어릴 때일수록 돈은 적은 반면에 시간이 많았고, 30대 초반부터 일정한 수입이 생기면서 둘의 비율이 균형을 이루는 것 같다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그때보다 수입이 늘어도 시간은 확연히 줄어든다는 흔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간의 가치가 젊을 때는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어 저렴하지만 나이가 들면 쉽게 구할 수 없어 비싼 가치를 갖는 것 같습니다. 결국 지금 제가 버는 돈이 증가하더라도 저한테 쓸 수 있는 시간 자체는 지금 그대로거나 더 줄어들 수 있기에 제가 쓰는 돈은 그에 비례해서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지금 시간이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귀한 상황에서는 보내는 시간을 의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매
지난 번 시간에는 정리정돈 잘하는 것을 주제로 말씀드렸습니다. 정리정돈이란 어떻게 보면 삶에서 가슴 뛰는 일은 아니지만 세수나 집안 청소 같이 매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직장에서도 매번 가슴 뛰는 일 말고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 누군가 해야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되고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가슴 뛰지 않는 정리정돈 같은 일들이 주가 될 때 우리의 영혼은 시들어 갑니다. 그래서 정리정돈을 잘 하면서 나한테 가슴 뛰는 단 한가지의 일을 해야 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인간은 빵만 먹고 살수 없고 나한테 의미가 없는 일들만으로 삶이 채워질 때 우울해집니다. 그래서 나한테 가슴이 뛰고 절실한 일을 찾아야 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의 졸업식에서 한 유명한 말 중에 ‘일’이란 우리의 삶에서 매우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래서 그 ‘일’을 사랑해야 하며, 만약 지금 그렇지 않다면 안주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는 여러 가지 종류들이 있습니다. 사실 그 중에 대부분은 남들도 하는 비슷비슷한 일들이고, 그 일들을 해야 우리의 직장이 유지됩니
호텔에 가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방에 가면 이불이 깨끗하게 잘 개어져 있고, 모든 요소들이 보기 좋게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집은 안 그런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자취를 해보신 선생님들께서 과거 기억을 떠올려보시면 일반적으로 혼자 사는 젊은 시절에 이불을 매일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적이 많았음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강연에서 이불을 정리하는 이유에 대한 부분이 나옵니다.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실랑이가 벌어지는 상황으로 ‘밤에 와서 잠들고 나면 다시 어질러지는데 왜 아침마다 정리를 해야 되냐’고 아이가 말합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사실 저도 그런 이유로 이불 정리를 안 할 때가 많습니다. 이 강의에서 최인철 교수님은 이것은 ‘어차피 어질러진 상태로 돌아가게 되니깐 중간에 뭔가 정리를 해놓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는 논리라고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많은 것들에 ‘부질이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낫다’라는 삶의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뭔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기분을 전환시키기 위해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행위, 정리정돈하는 행위 등도 모두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 모형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대한노년치의학회(회장 이성근·이하 대노치)가 치협 치과의료정책연구원 발주 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독일,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 사례를 둘러보고 왔다. 대노치 소속 연구자들이 커뮤니티 케어의 필요성과 독일, 일본의 상황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얼마 전 통계청이 올해 1분기 출생률이 0.9명이라고 발표하였다. 출산율 감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작년 같은 월보다 10%가 감소한 것이다(참고로 작년 출산율은 1분기 1.02명, 2분기 0.92명, 3분기 0.89명, 4분기 0.85명이다). 게다가 1분기 인구가 자연감소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 올해 연간 인구가 처음으로 자연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인구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2019년 9월 2일 통계청에서 발간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45년에 37.0%로 일본(36.7%)을 넘어서게 되며, 전 세계에서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노년 부양비는 2019년 20.4명에서 206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상의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카페에서 잠깐 노트북을 갖고 일을 하거나 누구를 만나는 일, 저녁에 맛있는 식당에 가서 식사하기, 영화관에서 영화보기 등 당연한 일상들을 못 누리게 되는 일들을 우리는 경험하였습니다. 이제는 확진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기에 다시 과거의 당연한 일상들로 돌아가려는 중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은 가끔 예기치 않은 사건들로 당연하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많으면 삶의 만족도가 높고 행복해보이지만 사실 인간의 마음은 간사하기에 당연한 것들에 적응을 해버리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갈망하게 됩니다. 물질적으로 더 많이 갖기를 원하고 나보다 더 부유한 타인을 부러워하며 본인이 가진 것들은 당연하고 하찮게 여겨지는 풍조가 요즘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태도는 20대까지는 본인을 더욱 채찍질하게 되고 더 높은 성취를 하게 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대부분의 치과의사 선생님들은 그러한 태도를 가지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남들이 가지지 못한 학업성적과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었고, 남들보다 더 나은 사회경제적인 대우를 누
교수로 학교에서 근무를 할 때면 여러가지 회의에 참석할 일이 많습니다. 회의가 아니어도 전화나 메일로 의견을 구하고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할 일도 많습니다. 연구분야에 종사하는 직업의 속성 상 과학적 근거와 합리적 추론에 근거하여 결론을 내리는 일도 많이 하지만 어떤 일은 이해관계자들 간의 다양한 의견을 확인하고 차이를 좁히는 작업도 많습니다. 단순히 비과학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공계의 연구와 같이 칼로 재단하듯이 하기 어려운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저는 혼자서 전자의 작업을 Scientific process라고 하고 후자를 Psychological process라고 부릅니다. 임상의로 근무하시는 많은 치과의사 선생님들도 업무를 위와 같이 2개로 나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치과에서 이루어지는 진료는 Scientific 하지만 환자와 면담하는 과정은 Psychological 합니다.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도 회계나 정해진 지침 하에서 제작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과정은 Scientific 하지만 상사나 부하직원 및 거래처와의 관계, 그리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위한 회의는 Psychological 합니다. 대체로 Scientific process가 스트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