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그래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으셨잖아요. 워낙 하는 일도 많으시고.” “다른 분들은 제가 뭘 하는지 잘 모르셔요. 아무래도 교실이 치의학교육학교실로 되어 있으니 교육학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고요.” “아, 옛날에 저희 의료윤리 교수님들과 똑같은 상황이시네요. 그래도 이쪽에선 거의 선구자인 거잖아요?” “지금까지 그런 이름으
당나라의 문장가 한유(韓愈)는 인재를 육성하는 안목의 중요성을 천리마를 키우는데 빗대어 다음과 같이 글을 남겼다. “천리마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그를 알아보는 백락(伯樂, 춘추전국시대의 유명한 말감별사)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千里馬常有 白樂不常有, 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 그러므로 비록 명마가 있다 하여도 백락이 없으면, 명마가 하찮은 말들 틈에 섞여 아랫것들의 손에 의해 길러져 마구간을 배회하다가 죽게 될 뿐, 결코 천리마의 이름을 얻지 못하게 된다. 하루 천리를 달리는 말은 한 끼에 곡식 한섬을 다 먹는데, 그 말을 먹이는 사람이 천리마를 못 알아보고 보통 말을 먹이듯이 하니, 그 말이 비록 하루에 천리를 내닫는 능력이 있어도 먹는 것이 변변치 못하여 힘이 부족하니 어찌 재능을 드러낼 수 있겠는가? 천리마가 서럽게 울며 자신의 뜻을 전하려 해도 주인이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고작 한다는 소리가 ‘천하에 좋은 말이 없도다’ 하니, 오 슬프다. 세상에 천리마가 없는가 아니면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이 없는 것인가?” - 고문진보 후집, 문편, 잡설 雜說. 요즈음 우리는 적재적소에 필요한 사람이 없다, 인재가 없어서 미래가 어둡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나의 유년기 어느 날이었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치과에 들어섰다. 치과 원장님과 같은 교회에 다니시는 아버지는 원장님을 보자마자 원장님의 두 손을 꼬옥 잡았다. 원장님은 아버지와의 짧은 인사 후에 나를 진찰하셨다. 내 입 안에는 우식이 많았다. 원장님은 하악 대구치 네 개에 아말감을, 상악 대구치와 소구치에는 실런트를 하셨다. 치료 비용은 건강 보험 덕분에 저렴했다. 그 때의 수복물들은 지금까지 건재하다. 그 때는 다들 생활이 어려웠다. 교정 장치는 부끄러워 숨길 물건이 아니라 자랑할 만한 부의 상징이었다.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치과 치료는 서민들에게는 많이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건강보험은 대부분의 국민이 가난 시절, 서민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부유해지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다니고, 내돈내산 후기라는 말이 유행하는 지금, 건강보험이 변함없이 온 국민이 건강하게 사는 데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지를 생각해봐야 하는 시점이 되었음을 느끼게 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건전하지 않다는 말은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고, 의사분들 사이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되어 의료민영화의 시대가
건강보험 현지조사에 따른 행정처분 중에서 가장 가혹한 것은 ‘치과의사 면허정지처분’이다. 최장 10개월까지 가능한 면허정지는 치과의사 자격이 일시 정지되기 때문에 진료는 당연히 금지(진료시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되어 면허취소처분이 나옴)되고 개설된 의원도 개설자를 변경·양도하거나 폐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비급여진료가 많은 치과 병·의원의 경우에는 비급여진료를 실시한 후 건강보험을 청구하는 비급여 이중청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서 각별한 주의와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임플란트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어서 환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임플란트를 시술하는 환자에게 비급여비용만 수납하고 건강보험급여를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진료비는 보험청구만 하고 보험급여 본인부담금은 비급여비용에서 차감하는 형식을 취하면 된다는 잘못된 정보에 그 원인이 있다. 현재 심평원의 입장은 건강보험급여의 본인부담금을 비급여비용에서 차감하여 받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급여청구만 한 진료를 허위청구로 판단하여 현지조사에서 행정처분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심평원은 “치과분야에서 교정이나 보철 등 비급여 대상 진료는 개별진료행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치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
‘보스턴’ 이라는 도시를 떠올렸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각자 다를 것이다. MIT, 보스턴대학교, 하버드와 같은 명문대의 도시, 랍스터, 굴 등 해산물이 유명한 도시…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필자는 보스턴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학문, 여행 그리고 설렘이 함께한 특별한 여정이었다. 뜻밖의 기회로 ISPRD(International Symposium on Prosthetics and Restorative Dentistry)에 참석할 수 있었다. ISPRD는 매 3년마다 Quintesence Publishing 에서 주최하는 국제 학회이다. 세계 각국의 치과의사들이 보스턴으로 이맘때쯤 모여드는 것이, 메리어트 호텔 로비에서 보고 있노라면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등등 전세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이 작은 지구촌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학회이다 보니, 의외로 한국 치과의사들은 생각보다 수가 적었다. 등록 줄에 서있을 때, 뒤에서 유럽 치과의사들이 지르코니아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을 엿들으며, ‘내가 정말 먼 곳을 왔구나!‘ 싶음을 느꼈다. 학회의 주제는 임플란트를 중심으로 하지만, 이름에서도 알다시피 보존,
모처럼 가는 대전예술의전당후원회 문화기행이지만, 아직은 시원치 않은 건강에 편도 세 시간 버스여행이 유럽 코치투어(Coach Tour)처럼 미덥지가 않아서,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통영은 노산이 몽매에도 가고파하던 예향 ‘내 고향 남쪽바다’ 아닌가? 막상 특급 버스를 타보니까 허리에 부담이 거의 없어서, 과연 대한민국의 자동차산업이 세계 첨단급임을 실감하였다. 물론 1970년대 초 해군 시절이나 공연관람 등 몇 차례 익숙해진 곳이다. 기행의 주제는 2025 통영국제음악제의 피날레,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브리튼 전쟁 레퀴엠(Britten; War Requiem) 연주’였다. 오가는 길에 들른 맛집 기행과 남강 상류 함양의 거연정·동호정 등을 지나는 ‘Drive-Thru Tour’는 덤이었다. 시내에 들어서기 2Km 쯤 전방부터 부처님 오신 날 연등처럼 오색풍선이 연도에서 반기고 있어, 통영시청이 이번 행사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은 아담한 언덕에 자리 잡아, 계단을 올라서자마자 항구 전망이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육백 여석의 아늑한 아래층 오른편 좌석에 앉아, 3월 28일 임윤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2번으로 막
건강보험 현지조사는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현지조사명령서’를 소지한 복지부 공무원과 심평원 직원이 중심이 되어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건강보험 청구내용 전반을 조사하는 것이다. 현지조사는 의료기관에서 부당하게 청구한 사실을 확인하여 부당청구금액을 환수하는 것은 물론 부당청구 금액과 비율에 따라 건강보험요양급여 업무정지를 명하고 거짓청구가 확인되면 치과의사 면허정지처분도 수반되어 의료기관 운영에 치명적인 어려움을 초래하게 된다. 복지부와 심평원이 어떤 의료기관을 현지조사 대상기관으로 선정하는지 대표적인 상황을 살펴봄으로써 의료기관에 도움을 드리기 위하여 정리해보았다. 첫째, 건보공단의 「방문확인」이나 심평원의 「방문심사」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 3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태라면 현지조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99%라고 생각해야 한다. 3개월이 지나도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은 확인된 사항들이 상당히 심각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에 현지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대부분의 원장님들이 건보공단이나 심평원이 다녀갔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으면 그대로 끝났다고 안심하게 되는데 공단과 심평원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
최근 치과계는 리더의 퇴진 문제를 가지고 다시금 소란스러운 상황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정치적 사정(?)은 잘 알지 못하는 관계로 특별히 할 말은 없고, 마침 필자의 학회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과 맞물려, 리더의 바람직한 퇴진모습에 대하여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고 있다. 이에 이번 기고에서는 이에 관한 필자의 다소 사적인 경험을 포함하는 단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세월이 무섭도록 빠르다. 필자가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 덧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이제 9개월 후면 임기를 마치게 된다. 이러한 세월의 속도를 감안하면 남은 9개월은 너무 금방일 것이기에, 요즘은 새로 일을 벌이기보다는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학회업무를 잘 마무리 하고 다음 집행부에게 잘 넘겨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인생의 중요한 시기에서 맡았던 중책을 과연 잘 수행해 왔는가? 되새겨 보게 된다. 모든 리더들도 이 시점 즈음해선 그럴 듯하다. 크던 작던 한 조직의 책임을 맡은 사람이라면 처음 시작할 때 의욕이 가장 충만하기 마련이고, 필자도 취임사에서 몇 가지 주요 미션을 제시하며 나름 힘
1980년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는 지금의 교육제도와 차이가 컸다. 사교육은 폐지됐고 대학정원이 30% 늘어 변화가 많았으나 감히 누구 하나 입도 뻥긋 못하던 시절이었다. 고등학교 정규 수업이 끝나면 자율학습도 없었고 학생들은 일찍 귀가했다. 변화된 환경에서 학교는 ‘교양필독서’라며 세계문학과 한국문학 100여 권을 정리 기재한 8절지(A4용지 두 장) 크기의 목록을 나눠주고 날마다 신문 기사를 읽도록 권유했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라 생각했던 나는 ‘교양필독서’ 목록을 받았을 때 눈이 똥그래졌다. 위인전과 삼국지에 머물렀던 수준인 내게 처음 보는 책 제목과 작가는 위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는 대학생 형과 누나가 있는 친구 집 책장의 책을 빌려 읽기 시작했다. 괴테 등 유명작가의 책을 겁 없이 집은 대가로 막막함과 함께 남은 분량을 자꾸 확인하는 버릇마저 생겼고, 읽기는 읽었으나 당최 어려운 내용 탓에 깨우침이라곤 교양인은 참 ‘어려운 길이구나’ 정도였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교양인이 되려고 애썼는데 80년대 초 FM라디오 음악방송이 처음 도입된 덕에 클래식과 가곡, 국악이 연주되는 채널을 듣는 노력이 더해졌다. 대학생이 됐으니 소개팅을 나가 음악다방에서 흘러
▶▶▶이용권 원장(청주 서울좋은치과병원 임플란트센터장)이 본지 3036호부터 치과의사의 희로애락을 담은 ‘털보의사의 치과 엿보기!’ 만화를 연재한다. 이 원장은 서울치대를 나온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로 앞서 본지에 ‘만화로 보는 항생제’를 연재한 바 있다. ■ 이미지 클릭 후 드래그하면 고해상도 보기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