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먼 중동 국가의 요르단 치과대학 학생들의 졸업 평가 구술 시험을 위해 출장 중이다. 10점 중 5점 미만은 탈락으로 평가가 된다. 이틀 간 진행한 76명의 피평가자 중 3-4명은 5점이 안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몇몇 학생들은 다른 항목의 평가가 좋으면 졸업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졸업을 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정수 단위의 평가기준표가 있었지만 필자는 0.5점 단위로 4.5점도 주고 3.5점도 준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낮은 점수를 주었지만 다른 평가 결과와 함께 산수가 잘 진행되어 훌륭한 치과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학생도 있었고, 산수에 의해 운좋게 졸업이 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학생도 한명은 기억이 난다. 졸업 평가 점수는 말하기에는 무게감이 다르지만, 수학이라는 단어보다는 산수가 더 정겹다. 굳이 정겹기까지나 할게 있겠냐만 입시공부도 아니고 난이도가 높지도 않은 산수가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산수(算數)는 수학(數學)과 달리 학문이라기보다는 일상의 숫자 도구로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이 산수에도 어쩌면 불편할 수 있는 사회적 약속이 숨어있다. 소수점 이하 올림 반올림 내림 등 인위적으로 간편하게 만드는 수를 사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교육자(敎育者)의 교육은 도자기공의 그릇을 빚는 과정과 비슷하다. 좋은 그릇을 빚어내기 위해서는 좋은 흙, 건조할 바람, 유약, 가마의 불,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한 명의 치과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자질, 환경, 교육, 그리고 가르침을 전하는 교수뿐만 아니라 동기와 선후배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마치 그릇을 빚는 것과 같다. 우리는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이라고도 하며 노동력이 아닌 데이터가 중심이 되는 사회로 이끈다. 다양한 산업과 기술이 지능정보화를 통해서 융합되고 있다. 현대의 교육에는 어느 분야나 정보화를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사실, 어느 시대이든 정보는 생존과 삶에 중요하다. 구석기 시대에도 그러했을 것이다. 정보화(informatization)와 정보(information)의 어원을 우선 살펴보자. ‘포르마(Forma)’는 라틴어로 형상과 형태의 의미를 포함하고, in은 ‘~안에’를 뜻한다. 어떤 것 안에다가 형상이나 형태를 집어넣는 것이 정보화인 것이다. 어떤 것의 ‘틀’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냥 흩어져 있는 흙으로는 아무것도 만들 수 없다. 도자기공의 혼을
그동안 필자가 경험한 5년 주기의 대통령 선거, 4년 주기의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를 돌이켜보니, 우리나라는 매 2년 또는 1년마다 선거를 치러왔음에 새삼 놀란다. 2022년 올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열려, 우리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기대감과 피로감은 그 어느 해보다 크지 않을까. 매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 못지않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 시민단체들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비정부 조직(NGO, Non-Government Organization)이면서 시민사회의 의견과 주장을 상시적으로 대변하는 시민사회조직으로 공론장에 의견 개진을 통해 시민사회의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정보나 기업, 언론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시민들의 요구를 대변함으로써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기능을 맡고 있으며, 정부나 정치권이 시민들의 요구가 결집되어 있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에 귀 기울이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기반이다(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따라서, 시민단체에겐 매번 열리는 선거는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매 선거마다 부산 지역사회의 구강보건문제에 관심을 갖고
플랫폼은 원래 프랑스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구획된 땅(Plat)이라는 의미와 형태(form)이라는 말로서 경계가 없던 땅이 구획되면서 특정한 용도에 따라 활용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의미로는 기차역 등에서 승객들이 타고 내릴 수 있게 철로보다 단을 높여 평평하게 만들어 놓은 구조물을 지칭하여 왔다. 최근에는 이런 단순한 하드웨어적인 의미보다는 주로 비지니스를 위한 특정 공간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의미에서 주로 사용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개념의 플랫폼은 과거에도 있었다. 가까이 우리나라만 보아도 특정물품에 특화된 전통시장이 그러하였고, 국제적으로도 특정 물류를 장악한 항구나, 집단 역시 현대 개념의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고 그리 크지 않았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터넷이 보편화 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활성화에 따라 지리적 시간적 제한 없이 사람들이 모여 소통(communication)할 수 있게 되었고, 거기에 더하여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이러한 변화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겨우 10년 만에 이제 대부분의 인류는 스마트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결제하고, 쇼핑하고, 검색하고, 운동까지 한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들어온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전 보다 선택의 여지가 훨씬 많고, 모든 것들이 빨리 변하는 지금 우리는 무언가 한 가지를 선택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된 주제로 하버드 법대 졸업 연설로 유명해진 피트 데이비스는 책<전념>을 펴냈다. 그는 무엇인가 한 가지에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루함, 불안, 유혹이라고 하였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려면 지루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 할 경우에는 불안할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늦은 밤 넷플릭스에서 볼거리를 찾아 이것저것 훑어보고 검색하면서, 영화 한편을 골라 진득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더 좋은 것을 찾아 무한히 탐색하는데, 그럴수록 무엇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패러독스에 빠진다. 식당에서 메뉴가
이번 시론에서는 지역사회 구강돌봄진료를 위한 대상자 선정과 돌봄진료 항목의 분류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현행 개원 치과의사들이 치과에 내원하는 노인들에게 행하는 치과진료 행위와는 구분되어야 하기에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2014년에 시행된 75세 이상 독일 노인의 구강기능 지표(index of oral functional capability)와 2016년 일본의 구강기능저하증병명 도입에 따른 지역포괄구강케어의 활동 사례를 참조하였다. 앞서 고령화로 이미 구강돌봄진료가 잘 진행되고 있는 독일과 일본의 사례가 필자에게 우리나라 구강돌봄진료 도입에 대한 당위성과 명확한 지향점을 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먼저 구강돌봄진료를 위한 대상자 선정 기준 설정이다. 첫째, 구강돌봄진료 대상자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치과에 내원할 수 없기에 치과의사가 직접 방문하여 진료해 주어야 할 노인들이다. 그러므로 이들의 “거동성(擧動性, ambulation)”에 대한 평가가 대상자 선정의 첫번째 기준일 수밖에 없다. 이는 독일연방치과의사협회의 ‘고령과 장애인 개념(AuB-Konzept, Alter und Behinderung)’의
몇 년 전에 우연히 마광수 교수의 시집 ‘시선’을 읽다가 그분 시에 대해 남다른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출판된 서적을 찾아보니 굉장히 많아서 예전에 읽었던 몇 권의 소설외의 그의 작품을 모두 찾아서 읽어보고 소장하게 되었다. 대개 마광수 교수에 관하여 논란이 된 소설 ‘즐거운 사라’나 수필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를 쓴 연세대 국문학 교수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나마 그의 책을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언론을 통해 외설작가로 낙인이 찍혀 많은 작품들이 덩달아 매도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필자가 만난 사람들 상당수가 마광수 하면 외설작가로 인식하고 터부시 하는 것 같았다. 그분의 책 한 권이라도 읽어봤냐고 물으면 대개가 TV를 통해서 전해들은 게 전부란다. 표현의 차이가 있지만 독특한 부분을 받아들이기가 쉽지가 않다. 문인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인식되어 있으니까... 페미주의, 반페미주의, 새디즘, 마조히즘 등을 별개로 하고 그분의 글들이 나로서는 무척 재미가 있고 읽기가 편하게 서술되어 있어서 책을 잡으면 끝까지 읽게 되었고 점차적으로 묘한 매력에 끌리게 되었다. 그 당시(80~90년대쯤)의 엄격했던 도덕적 잣대에 대해서도
필자가 근무하는 예방치과에도 오랜만에 인턴 선생이 한 명 배치되었다. 인턴 선생의 출신학교는 다양하여, 수도권부터 남쪽 영호남 지역의 치전원 및 치과대학으로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출신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필자가 근무하는 상급종합병원 치과이다. 치협과 치의학회 관련 회의에 참석해 보면, 인턴 제도를 없애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 같고, 그 이유로는 별로 소득이 없어 보이는 인턴 기간을 건너뛰고 바로 레지던트 과정을 시작하면, 집약적으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과거 3년제 인턴, 레지던트 과정 출신들의 경험적 이론과, 인턴을 마친 수련의를 선발하기 어려운 몇 개과(필자의 예방치과를 포함해서)의 교수들이 후발주자인 통합치과전문의과정에 인턴과정이 생략된 것을 부러워하면서 치과대학 내지는 치전원 졸업반 출신들 그대로 선발하는 것이 좋다는 애매한(?) 자기 합리화에 도달했기 때문일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이제는 조금이라도 강의를 하면, 목도 쉽게 잠기고, 가르치기도 싫지만, 아직은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는 죄로, 인턴 교육을 등한히 하지는 않는다. 처음 만난 인턴에게 가르쳐 줄 일은 많겠지만, 우선은 유니트 체어 사용법과 suction fi
오랜만에 장거리 출장길에 올랐다. 이른 아침 7시부터 집을 나선다. 인천 내항기가 아직 재개통되지 않아 김포로 먼저 간다. 김해공항에서 김포행으로 오랜만에 짐을 부쳤더니 수하물이 탑재되었다는 알림이 폰으로 온다. 원래부터 있던 서비스인가 싶기도한데 사소하지만 신기함을 느끼게 된다. 워낙 오랜만에 수하물을 보내면서 국적항공사의 ‘배려’에 고마움까지 든다. 사람도 아닌 프로그램의 ‘배려’에 감동까지 할일인가 싶기도하다. 이륙 전에 잠들고 착륙 ‘쿵’에 눈뜬 오랜만의 비행은 기억이 없다. 김포에서 인천공항까지 공항철도를 타고 큰 케리어를 모셔가는 것도 일이다. 평소엔 그냥그냥 억지스럽게 투덜거리며 구르던 바퀴들이 어찌나 잘도 도는지 정차역마다 내 손길을 필요로 한다. 김포에서 인천까지 스루보딩이 되었던 것이 코로나로 서비스가 없어지니 그땐 당연하던 것이 고객 ’배려’ 서비스였구나 싶다. 인천공항에는 무인화시스템의 급속 증가에 따라 체크인 키오스크와 함께 ‘식당로봇의 사촌’들이 제법 돌아다니고 있다. 내 스타일이 아니라 딱히 말을 걸어보고싶지는 않다. 체크인 키오스크 앞에서서 여유로운 마음으로 여권을 스켄하는데 ‘배려’심 그득한 항공사 직원이 ‘시력약한 흰머리’를
메타버스(Metaverse)는 30년 전인 1992년에 출간된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과 용어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 같은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하여 기술적 접근을 하는 가상세계로 규정됩니다. 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표현한 실존하지 않는 세계로 현실세계와 달리 물리 법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유형에는 가상세계와 증강현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사람들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메타버스 속에서도 경제사회 활동은 현실세계와 흡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코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암호화폐 등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에 발빠르게 움직인 자들은 디지털 자산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적 부자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메타’(meta)라는 단어는 참 흥미롭습니다. 메타는 영어에서 전치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이는데, 전치사는 ‘~와 함께’, ‘~에 관하여’라는 의미이고, 부사는 ‘~를 너머’, ‘~후에’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우식경험영구치아수(DMFT)는 개인의 우식경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우식(Decayed) 치아수, 우식으로 인한 상실(Missing) 치아수, 치과에서 우식치료를 받아 충전 또는 크라운을 씌운(Filled) 치아수를 모두 합한 값을 의미하며, 0부터 최대 28까지의 값(사랑니 제외)을 가질 수 있다. 한 집단의 DMFT는 그 집단 전체의 개인당 DMFT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보건복지부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세의 DMFT는 1.84로 나타났으며, 12세까지 영구치 WHO Oral Health Country/Area Profile Project 홈페이지(https://capp.mau.se)를 통해 각 나라의 DMFT를 확인할 수 있다. 이웃한 나라인 북한(1991년 기준), 일본(2016년 기준), 중국(2015년 기준)의 12세 DMFT는 각각 3.00, 0.80. 0.88이며, 덴마크(2014년 기준)는 0.40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행한 2021년 구강보건사업 안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DMFT 평균 1.2개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영구치 우식증은 만 6세부터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