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진료실 담당으로 본교에 재직하게 된 지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15년 만에 돌아온 모교의 학생 진료실은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었다. 학생 진료실을 사용하는 학생과 교수자뿐만 아니라 학생 진료실에 내원하는 환자들도 변화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15년 전 학생 진료실 환자는 일반 진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병원에 내원한 일반 환자에게 전체 치료계획 중 학생 수준에 적합한 치료에 한하여 학생 진료실에서 진료를 받으시는 것에 대하여 설명하면 미래의 치과의사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학생 진료에 동의해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그 덕분에 졸업하기 전까지 임상 실습 최소증례를 채우는 것은 병원에서 하는 실습을 충실히 한다면 어렵지 않은 과제였다. 치주과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 역시, 학생 진료실에서 치주 환자를 치료했었던 경험 덕분이다. 30명 이상의 심한 치주질환 환자의 비수술적 치료를 학생 진료실에서 하면서, 잇몸의 염증이 완화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보고 배웠다. 이후 내가 치료한 환자를 치주과에 모시고 가서 전공의 선생님이 집도하는 치주 판막 수술을 보조하면서 수술적 치료의 예후를 관찰하였다. 이러한 장기간의 치주치료 과정 중 환자와의
얼마 전 진료실에서의 일이다. 얼굴이 작아지고 싶다를 주소로 30대 여자 환자가 내원하였다. 이미 윤곽수술인 돌려깍기(광대축소술, 사각턱수술, 턱끝수술의 윤곽 3종 수술을 말하는 것으로, 얼굴의 윤곽선 부위를 돌아가면서 깍아서 얼굴을 작게 하는 수술을 말함)는 몇 년 전에 시행하였고, 이후 광대수술 부위 뼈가 잘 붙지 않아서 재수술까지 받은 환자였다. 그 외 기본적으로 앞트임, 뒷트임을 포함한 쌍커풀 수술과 몇번의 코수술은 이미 받았고, 지방이식, 필러, 그 외 기타 피부과 시술들도 여러 번 받은 상태였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인중축소술까지 했음에도 가만 있을 때 입술 밑으로 보이는 앞니의 노출량이 적은 환자로, 결론적으로 양악수술을 포함한 모든 뼈수술을 동원해도 얼굴의 길이나 크기를 줄일 수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환자의 외모가 보기 싫은 상태였냐 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았다. 많은 성형수술을 받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지는 너무 과하지 않은 상태였고, 누가 보더라도 예쁘다고 생각할 만한 외모였다. 하지만 환자는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이었고, 매번 촬영물을 보면서 외모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이 때 상담을 담당하는 나로서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환
한국의 의료체계는 미국과 달리 공영보험이다. 정부가 의사가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결정한다. 그래서 한국의 노인들은 거의 매일 병원에 간다. 치료비가 너무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치과 치료는 예외이다. 소아 발치, 신경치료, 스케일링은 공영보험이 맡고 있으나, 크라운, 임플란트, 브릿지, 치아교정, 라미네이트 시술은 거의 환자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치과 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비싼 치과 치료비는 치과 환자들이 치과병원을 기피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국인들이 치과를 기피하는 이유가 비싼 치료비도 있지만 치과 공포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본다. 나는 미국대학에서 4년 동안 프리 덴탈을 공부하면서 의식하지 않았지만, 한국과 미국, 치과의사들의 환자에 대한 접근 방식을 살피게 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경우 환자들이 치과 치료에 대하여 어떤 공포를 가지고 있는지에 관한 토론이나 연구가 지금보다 조금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공포를 경험한 환자들은 치통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파야 치과 병원에 가기 때문이다. 나의 치과 공포는 어린 시절 치과 치료 과정에
평등과 배려는 모두 긍정적 표현이다. ‘평등’은 가슴을 뜨겁게 만들고 ‘배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가슴과 마음. 평등은 이성, 배려는 감성의 영역이라는 것일까. 차별없이 고르고 한결같다는 ‘평등’의 정의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높고 감당할 수 없는 기준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적용 가능한 평등의 한계를 조정하기 위해 도입하는 배려는 낮은 온도의 이성을 감성적으로 데워주는 장치로 설정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와 대상, 내용에 따라 평등의 의미를 해치는 특혜처럼 작용할 수도, 보일 수도 있다. Academy Juvenile Awards 1929년 1회 시상식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위원회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에게 연기상을 수여했지만 초기 시상식에는 연기상(주연상) 외에 조연상이 없었다. 동시대에 활동하던 아역 배우들에게는 더 많은 연기 기회와 인생 경험에 강한 존재감까지 드러내는 성인 배우들과의 경쟁이 용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아카데미 위원회는 18세 미만의 배우들을 위해 비경쟁 부분인 특별상을 제정하였고, 1935년부터 1961년까지 12명의 배우가 Juvenile Award를 수상하였다. 이 26년 동안 어린 배우들이 경쟁부분의
1. 머구리 잡담 우리끼린 다 아는 머구리 즉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자’는 어둠의 자식들이 쓰는 변말(Cant) 같은 희한(稀罕)한 단어다. ‘너구리’ 같은 머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본어 もぐる(모구루) ‘잠수하다’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고, 국어사전에는 ‘개구리의 옛말’이라 명시, 물속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마치 개구리 같아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요행수(僥倖數)를 바라는 마음에 미끼를 던지는 머구리 불법시술이 아직도 성행한다니 불안한 세상이다. 치과 머구리들은 대부분 촌노(村老)들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으며 요즘은 사무장병원이라는 ‘돈머구리’까지 득실거린다. 머구리보다는 ‘촌스럽고 어리석다’며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일할 때 쓰는 ‘야매(野昧)’가 알아듣기 쉽다. ‘뒷거래’나 ‘불법’보다도 야매가 쏙 들어온다. 야매 문신, 야매 눈-코 성형, 야매 보철에 야매 교정까지 다양하다. 야매는 아무리 싸다고 하지만 미래의 정신적-물질적 고통을 담보한다. 양심의 수준도 높여야 한다. ‘덤’, ‘공짜’, ‘덧거리’, ‘우수리’, ‘개평’, ‘어덕수’, ‘공것’을 밝히지 말자. ‘불한당(不汗黨, Hooligan)’ 심보를 없애야 한다. 싸고 좋은 것은 없다. 제
저희 치과는 매년 15명이상의 신입직원이 입사를 하고 있고, 본원의 인재로 성장시켜야 하는 숙제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정보를 우연히 알게 되었고, 저는 그 안에서 HRD 담당자라는 무게감 있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HRD 담당자의 역할은 내용도 생소한 인적자원개발 즉, 개인개발, 경력개발, 조직개발 업무를 계획적, 조직적으로 수행하여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효과성을 높이도록 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교육을 위한 일정관리와 기업현장교사, 외부전문가 관리 등 운영함에 있어서는 짜여진 매뉴얼이 있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경북서부지사의 담당자들과의 관계형성도 잘되어 있어 관련규정 등이 개정되면 바로바로 안내 받을 수 있어 업무수행에 큰 도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일학습병행제라는 것을 시행하기 전에는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국가에서 정한 표준교과목 중에서 우리치과병원에 맞게 재배치하여 600시간 이상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여정은 물론 단순하지만은 않았지만, 교육을 통해 중간관리자들도 성장할 수 있었고, 신입직원 교육은 체계적으로 운영되어 이직율도 현저히 줄게 되었습
“김영삼님 소개로 오셨군요. 저희가 정성을 다해 진료 하겠습니다” 저희 이플란트치과는 소개환자 비율이 다른 지인 분들의 치과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마케팅으로 뵙는 10분의 신환보다 소개로 오시는 1명의 환자가 치과에 영향력이 더 큰 편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월 신환대비 소개환자 비율이 70% 유지되고 있으며, 항상 경영상 가장 눈 여겨 보는 지표가 바로 “소개환자 비율”입니다. 특히, 소개환자는 경영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경쟁치과가 들어오더라도, 충성도가 높지 않은 환자들만 오는 치과들보다 소개가 많은 치과가 타격이 덜 합니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지인 치과들을 보면 소개환자 위주로 운영되는 병원은 그래도 매출이 그럭저럭 유지가 되었습니다. 환자 소개를 많이 해주는 충성도가 높은 환자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지만, 대표적인 것들은 아래 2가지입니다. 첫 번째, 소개 환자에게 타 치과 보다 대접받는 느낌을 줍니다. 소개하신 분의 진료내용 및 인적사항을 언급하면서, 환자분에게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데스크 직원, 원장님, 상담실장까지 각자의 소개하신 분을 언급하면서 꼼꼼하게 봐드리겠다는 말을 합니다. 또한 진료 후에도 소
오래 전에 가족과 여행을 하던 중에 경주 시골 농가를 지나가다가 토종닭을 먹게 되었다. 집 근처의 식당에서 먹었던 것과는 확실하게 다른 그 매끈하고 쫄깃한 맛과 식감의 기억이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지독한 향수처럼 나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세월이 꽤 흘렀음에도 그 맛이 잊히지 않은 이유는 지금까지 그때의 육질과 비슷한 느낌의 닭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요새 치킨집에서 조리하는 닭은 전부 냉동이라고 한다. 그래서 직접 잡아서 조리하는 육질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때 경주 농가에는 늙은 부부가 사는 작은 기와집이 있었고 마당과 닭장에는 방목하여 풀어놓은 닭들이 있었다. 닭들은 넓은 마당을 쏘다니면서 운동도 될 뿐 아니라, 자연 속에서 지렁이 같은 먹이를 찾아먹고 있었다. 우리 가족의 주문을 받은 할아버지는 날렵한 닭을 힘들게 잡았고 이를 넘겨받은 할머니는 정성스러운 손맛으로 우리의 미각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해서 나의 입과 몸은 생전 처음 먹어보는 미끈하고 쫄깃한 육질을 지금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날 때 종종 시골마을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토종닭이라는 커다란 입간판을 세워놓고 영업하는 곳이 있다. 옛날의 그 농가가
1. 결국 교과서! 2020년 초, 코로나로 병원 임상실습이 잠시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누구에겐 단지 쉬는 기간이었을 수 있지만, 나는 부족한 과목을 열심히 읽었다. 2달동안 보존과 보철, 교정 교과서를 읽은 것이 국가고시 준비에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앞으로 이런 시간이 있을리는 없겠지만, 국가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전 4학년 혹은 병원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1, 2학년 때 배웠던 내용을 교과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2. 체력 관리를 잘 하자! 본격적인 국가고시 공부 기간이 되면 모두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시작한다. 하지만 국가고시 공부는 대략 100일에 걸친, 어떻게 보면 장기 레이스를 시작하는 것과 같다. 초반에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과의 싸움인 시험 준비과정에서 오히려 막바지에 너무 빠르게 지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워낙 공부할 양이 많기 때문에 처음에 바짝 공부하고 나중에 지쳐서 많이 까먹기보다는 체력 안배를 통해 막판에 공부했던 내용을 잊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3. 기억의 한계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등 다양한 치과 마케팅 홍보 채널들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간판을 보고 내원해주시는 환자분들이 종종 계신다. 우리 치과에는 그 흔한 태블릿 PC 한 대 없다. 동의서는 모두 인쇄소에 맡겨 종이에 그려가며 설명하고 환자분께 펜을 건낸다. 펜 끝에서 나오는 잉크는 언제나 솔직하다. ‘자 이제 본을 뜰거에요. 움직이지 말고 4분 동안 악 물고 계셔야해요.’ 기다림의 시작이다. 근관치료를 위한 여러번의 내원과 치아 프렙. 이번에 새로 산 bur가 잘 해줬겠지? 성적표를 받기 전의 기분. 환자도 나도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진료실에 조용히 울려 퍼진다. ‘쩍’ 트레이에 흘러 내리는 환자의 침을 빠르게 돌려 닦는 직원의 손놀림은 늘 건조하다. 기대반, 걱정반으로 인상체를 면밀히 살피고 입을 헹굴 수 있게 체어를 올린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이다. 다양한 방식의 구강 스캐너가 널리널리 보급되고 있다. 몇 천만원에 구강 스캐너와 CAD/CAM 밀링머신까지 패키지로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은 더 이상 나를 찾지 않는다. 환자가 입을 벌린채 그 위에 3D 프린터로 크라운을 직접 쌓아올린다 하더라도 교합오차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개똥철학을 가
모처럼 얻은, 3월 1일이 포함된 연휴를 마치고 화요일 출근을 하였다. 이틀을 쉬어서였을까? 아침 일찍부터 틀니가 부러졌다고 오신 분부터, 넘어져서 앞니가 깨졌다고 오신 분, 쉬는 날이라 스케일링 받으러 오셨다는 분 등등 모처럼 하루 종일 환자가 많은 날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이틀 연휴 효과가 큰 건가 싶었다. 일본에 사는 교포인데, 한국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싶어 오셨다는 분도 계셨는데, 현금을 내고 영수증도 필요 없다고 하신다. 모처럼 운수 좋은 날이었다. 수요일 아침에 아내와 함께 출근을 하는데, 휴대전화에 안전 안내문자가 마구 날아왔다. “인천 서구청 몇 번째 확진환자 몇 명 발생.” 몇 천 번, 몇 만 번 받아봤을 문자를 가볍게 지우고, 출근하였다. 어제의 모습은 사라지고, 평소의 치과모습을 되찾아 평온하던 오후,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어제 오전에 치과에 확진자가 다녀갔으니, 잠시 후 검사관들이 치과에 갈 예정입니다.” 아! 갑자기 하늘이 노랗다. 어제 그 환자를 진료한 사람은 아내였고, 나는 아니었다. 아내와 직원이 검사를 받으러 가야 하고,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갑자기 어디로 자가격리를 들어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