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이파리들이 모두 날려버린 앙상한 나무와 속청까지 얼어붙어 누워버린 하얀 갈대만 상상했다. 가끔씩 불어오던 삭풍은 기세를 접었고, 아지랑이 따라 비릿한 풀내음이 낮게 피어오르며 해빙되어 묵처럼 흔들리는 땅이 발아래 있었다. 모질게 추운 겨울을 견뎌내며, 명년을 애타게 기다렸을 씨앗들이 눈뜨고 속삭이는 봄이 오고 있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고령화와 함께 노인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놓고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여기저기서 의견 충돌을 벌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은퇴 나이를 62세에서 64세로 상향하는 연금 개혁법안을 둘러싸고 노동자들의 격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면 올해부터 연금재정이 적자로 전환되어 2030년에는 약 19조 원의 적자를 보기 때문에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거나 연금 수령액을 깎아야 하기때문에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지하철 무임승차 등 다양한 복지제도가 65세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로 인한 지하철공사의 적자가 한해 2천억~3천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노인의 무임승차 나이를 높이거나 지하철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인을 위한 복지제도는 편안하고 안전한 노후 생활을 위해 마련되었지만, 고령층의 증가와 출생아 수의 감소로 모두에게 재정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2022년 서울에 거주하는 1957년 이전 출생자 301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서울시 노인실태조사
드라마를 잘 보지는 않지만 최근 세계적으로 K-드라마가 인기라고 한다.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특징 중의 하나가 여러 등장인물의 관계설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어서, 소위 “막장”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런 “막장” 상황이 최근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람은 어딘가 아플 때가 가장 약할 때이다. 바로 그때 아픈 자신의 몸을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것은 그 사람을 무한히 신뢰한다는 의미이며, 그 신뢰에 답을 주어야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많은 직업 중 의료인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스런 특권이다. 원내생 시절 전공의 선생의 지시로 처음 환자를 예진 했을 때, 나를 향한 환자들의 절박한 눈빛과 안타까운 호소를 들으며, 비로소 내가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하는지를 느꼈고 이때의 긴장감과 사명감은 어렴풋하지만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이후 면허를 따고 나의 작은 의술로 환자의 환부가 낫고 감사해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무언가 좋은 일을 하고 있고, 사회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뻤고, 이러한 보람을 동력 삼아 의업에 종사하며 근 30년의 시간이 지났다. 세상이 아무리 의사가 이기적이고 돈만 밝히는 사람들이라 욕을 하여도 대다수의 의료인은 기본적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결코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며 재능도 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지식에 호기심을 가지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당장의 성과가 없어도 오랜 기간 꾸준히 도전하는 것에 익숙해진 사람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저는 30대에 일본 여행 때 방문했던 서점에서 빼곡히 꽂혀 있던 치의학 전문 서적과 재미있어 보이는 여러 일반 서적을 꺼내어 들추어 보면서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해보아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막연하게 공부하면 정리가 잘 안될 것 같아 차라리 어학시험을 준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Japanese Language Proficiency Test(JLPT)라는 일본어 공인 능력 시험이 있는데 제가 준비할 당시에는 초급인 4급부터 고급인 1급까지 선택할 수 있는 시험이었고 지금은 5단계로 확장되어 N5급부터 N1급까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독학으로 공부를 시작하여 처음에는 2급 시험에 도전하여 합격하였고 좀 더 공부하여 1급 시험에 가까스로 합격했습니다. 그런 다음 일본의 치의학 전문 서적 두 권을 온전한 제 힘으로 번역하여 출판하였습니다. 본업인 전
경기도의 영통이라는 곳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분당으로 이사와 학창시절을 보낸 내가, 3년 전부터 서울역에 살고 있다. 서울 중에서도 “진짜 서울”같은 서울역에 살게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지라 아직도 내가 서울특별시 중구에 산다는 게 낯설기만 하다. 서울살이의 역사를 되짚어보자면 학부 시절 관악에서 3년 정도 산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만하게 “관악은 서울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곤 했다. 한강을 건널 때는 “진짜 서울”을 간다면서 들뜬 마음으로 한강 사진을 찍었던 것도 생각난다. 그런 내가 사람이 살 곳이 있는지도 몰랐던 ‘서울역’에 살게 되다니, 그제서야 비로소 서울 사람이 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서울살이 3년차, 나는 서울과 사랑에 빠졌다. 서울역에 사는 것은 예상보다 재미있다. 삐까뻔쩍한 건물들과 수없는 캐리어들이 익숙해진다. 매일 반찬거리를 사러 들르는 마트에는 외국인들이 더 많고, 종업원들도 영어로 먼저 말을 걸어온다. 내가 서울역을 좋아하는 첫번째 이유다. 말 그대로 “재미”있다. 뉴스와 신문에 나오는 모든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수없는 변화와 다양성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즐거움은 나에게도 전달된다. 두번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오랜 기간 잘못된 스윙으로 골프를 쳐서 그런지 타수가 나아지지를 않아서 최근 레슨을 받으면서 고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방법으로 많은 걸 고치다 보니 스윙할 때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레슨 프로님의 말에 의하면 바뀐 스윙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엄청난 연습량이 필요하고 당분간 스윙이 불편한 것이 맞다고 합니다. 만약 편한 스윙이 되면 옛날 방식으로 잘못 스윙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연습량이 따라주지 못해서 그런지 자꾸만 옛날 방식으로 몸이 편한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책 읽기를 제대로 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한 분야의 책만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고 필요합니다만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편향된 독서를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조금은 읽는 것이 힘들고 불편하더라고 밸런스있게 책을 잘 읽으려면 자신의 독서목록에 조금은 새로운 것들을 넣어
춘궁기라고 하여 보리가 아직 여물기 전인 음력으로 4~5월인 오뉴월은 굶주림으로 신음소리 가득한 애달픈 시기였습니다. 맥령기라고도 해서, 험한 산 하나를 넘듯 삶의 고비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시기였기도 합니다. 그렇게 배고픈 시기가 언제였는지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금은 쌀 소비가 줄어들어 오히려 수출을 하고, 보리는 별미중의 별미요, 건강식으로 특별하게 찾아 먹는 시절이 되었으니 호시절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TV에서는 각종 요리 프로가 인기를 끌고, 먹을거리로 너튜브 방송이 넘치게 되었으니, 분명 먹고 사는 것으로 따지면 호시절이 맞겠지요.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배고픔으로 움켜쥐던 육신의 고통은 사라졌지만, 대신 무심함의 시선들만이 교차되는 신(新)춘궁기가 있는 듯합니다. “겉보리가 서 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안한다.”는 속담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은 하급 품질의 보리 약간만 있어도 남의 신세를 절대 안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권력욕 혹은 금력에 취하여 자존감까지 버리지는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황금빛 찬란한 보리밭에는 질척이는 욕망은 사라지고, 까끌까끌한 보리가시를 태우고 익혀진
요즘 어떻게 지내? “항상 똑같지 뭐.” 하루하루 바쁘고, 치열하게 산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단조로웠던 것 같다. 단조롭던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 대용량 폭탄이 떨어졌다. 의료계에 목숨을 건 듯 심한 편 가름의 투쟁이었다. 한편인 듯, 한 편이 아닌 듯 집단 간의 오랫동안 쌓여왔던 일이었다. 우선 급하게 일단락되었지만 후유증은 간단하지 않을 것 같다. 일방적으로 마무리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갈등은 지속될 것 같다. AI에게 맡기면 되려나? 부부싸움이면 헤어질 수도 있지만(?) 이 싸움은 헤어질 수도 없다. 이 투쟁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만나 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항상 하던 환자 보는 일을 함께 하게 된다. 서로 상대방이 있는 문제이기에 쉽지 않은 일인 줄은 서로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스스로 정치에 뛰어들지 말고 자신들의 일을 하면서, 서로 도와 개선할 것은 개선해 나가야 할 것 같다. 잠시 여유를 찾고 쉬어가는 의미로 단조로웠던 필자의 생활 중 아쉽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어서 자녀가 있는 가정에 꼭 권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학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활이다. 중학교 다닐 때 교문이 열리기도 전에 학교에 갔던 일도 많고
구강노쇠 진단의 세번째 항목으로 돌봄 노인의 구강건조에 대한 평가이다. 침(타액)은 하루에 1-1.5L 분비되고, 그 성분들의 완충, 윤활, 항균 및 소화 작용으로 구강질환을 예방하고 음식물을 잘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일반적으로 침 분비가 반 이상 줄어들면 구강건조(입 마름)를 느끼는데, 80세 이상 노인의 40%에서 구강건조가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스스로 구강관리가 어려운 돌봄 노인에서의 구강건조가 구강불결, 저작 불편 및 삼킴 곤란을 더욱 악화시켜 흡인성 폐염의 발생 빈도를 높인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나름대로 돌봄 노인의 구강건조에 관련된 제반요인들을 살피면서 그 관리법을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 # 돌봄 노인의 구강건조 파악과 측정 구강건조란 어디까지나 입이 마르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증상이다. 이는 침이 구강점막으로 흡수되며 구호흡으로 빠져나가는 양보다 적게 분비되거나 침 성분이 변해도 느끼기 때문이다. 돌봄 노인에서의 구강건조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관계한다. 먼저 노화에 의한 타액선 기능 감소와 약한 입 주변 근력에 의한 타액선 자극의 부족이다. 여기에 알코올이 함유된 구강양치액 사용, 불결한 틀니 및 설태에 의한 구강 캔디다증 감염
고등학교 수학여행에 가면 장기자랑 대회를 합니다. 학생들이 주로 노래를 하거나 춤을 춥니다. 늘 노래와 춤, 둘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이 너무 구태 의연해 보였는지 수학여행을 앞둔 체육 시간에 체육 선생님께서 이제는 그런 틀에 박힌 것들에서 벗어나 뭔가 창의적인 것을 해봐야 한다고 한 말씀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귀담아 들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장기자랑 대회… 모두가 춤과 노래를 준비하여 나온 가운데 딱 한 팀이 극을 준비해서 나왔습니다. 체육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은 그 학생들이었죠. 귀추가 주목된 가운데 극이 시작되었습니다. 빗자루를 든 학생이 무대 위를 왔다 갔다… 오리걸음으로 몇 학생이 무대 위를 지나가고… 전달력이 전혀 없는 극은 그냥 그렇게 뭔가 하나보다 하다가 끝나고 말았습니다. 수학여행 무대의 한계였습니다. 결국에는 춤을 잘 춘 학생이 1등, 노래를 잘한 학생이 2등과 3등을 차지하며 장기자랑 대회는 막을 내렸습니다. 체육 선생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은 학생들은 아무 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세트도 조명도 부실하고, 심지어 마이크도 충분치 않은 상황, 체육 선생님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그 말씀을 귀담아 들은
1993년 4월 24일에 개원하였으니, 올 4월 24일이 만으로 3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같은 안산지역 동문후배들이 저의 사진이 들어있는 케이크와 행운의 열쇠 키 등 깜짝 이벤트를 해줘서 감동의 물결이 아직도 저의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개원 후 첫 환자인 초등학생이 이제는 40대가 넘는 나이가 되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향후 얼마나 진료를 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 저의 마지막 은퇴하는 그날의 마지막 환자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먼저 저의 젊은 날을 함께한 진료실을 바라보며, 공간과의 이별에 대해 작별의 눈물이 나올 거 같습니다. 아울러 저의 치과의사로써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신 환자분들의 생각에 목이 메일 거 같고,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울컥합니다. 또한 더 이상 일을 안 한다는 시원함보다는, 더 이상 일을 못한다는 아쉬움이 클 거 같습니다. 처음 첫 환자를 진료했을 당시의 초심도 중요하지만 은퇴하는 그날을 상상한다면 지금 현재의 일하는 이 순간이 소중하고 행복하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만남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별도 동시에 생각할 때, 지금의 만남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 듯이 미래의 마지막 그날을 생각한다면 한순간도 허투루 지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