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꿈 꾸지 않는 자… 유죄! 불과 몇 년 사이에 나는 ‘골드미스’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몇몇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불완전한 골드미스지만 말이다. 사회생활이 한 해 두 해 거듭되면서 소속되어 있는 모임도 점점 많아져 대부분 수동적인 태도로 모임에 참석하는데 아직도 기다려지는 모임이 있다면 바로 고교시절 친구들과의 모임이다. 주변에서는 무슨 할 말이 많아 그리 자주 만나냐고 하지만 함께했던 추억도 많거니와 이 시대를 사는 여성으로서 가진 수다를 바닥내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니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 수다의 주인공은 단연 그 시절 함께 학교를 다녔던 친구들이다. 몇 해전, 유명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한류의 주역이 되었던 가수가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장면이 잡혔는데, 그녀를 경호하는 여자 경호원이 생각보다 큰 비중으로 화면에 비춰졌다. 그런데 그 경호원이 바로 고등학교 친구였던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큰 키와 부담스럽지 않은 덩치를 뽐낸 그녀가 폼 나는 블랙수트를 입고 무전기를 든 채 월드스타를 경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동창들과 전화를 하면서 그 친구에 대한 추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맞아… 걔 고등학교 때도 태권도 유단자였잖아… 매번 자기 꿈은 경호원
우리 마음의 별장지기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보물이 하나쯤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존재감만으로 미소 짓게 할 것이며, 소중한 가치가 따뜻한 사람이라 더욱 더 행복해짐은 나도 어느새 중년이 되어가는 까닭일 것이다.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답답한 도시를 빠져나와 새로 생긴 경춘 고속도로를 지나고, 산과 계곡으로 드리워진 시골길 위를 한참 달리면 나타나는 내린천을 품고 있는 자연의 정확한 지명이다. 여러해 전 여름, 여행과 탐험을 좋아하는 아내와 딸들의 호기심에 이끌려 찾게 된 이곳엔 1990년대 말 뉴질랜드에서 시작되어 한국 아니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모험이 허락된 리버버깅(River Bugging)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이름조차 생소하던 이 신종 레포츠가 도입되던 시기에 초등학생으로 대한민국 1. 2호 여학생이던 딸들이 중고생이 되었으니, 벌써 5년쯤 전으로 기억된다. 리버버깅(River Bugging)은 비슷한 급류타기지만, 단체로 하는 래프팅이나 노를 젓는 카누와는 달리 리버버그(River Bug)라는 튜브에 장비를 갖추고 스스로의 힘으로 도전과 모험을 즐기는 개인적인 레포츠다. 비교적 간단한 적응 훈련을 마치고 힘차게 파이팅을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 : 가을이 왔건만 가을 같지 않다 중국 당나라시대의 시인 동방규의 昭君怨(소군원)이라는 시를 보면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같지 않더라’는 내용이 있다. 昭君怨(소군원)이란 ‘소군의 원망’이란 말로 한나라시대의 왕소군의 한(恨)을 이야기한 것이다. 왕소군은 중국 한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로 중국 역사상 2대 미인이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녀를 이야기할 때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란 표현을 쓴다. 중국 4대 미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서시가 물가에 있을 때 미모에 반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서 물밑으로 가라 앉았다고 해서 “침어(沈魚)"이다. 왕소군은 미모에 기러기가 날개 짓 하는 것조차 잊은 채 땅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낙안(落雁)"이며, 삼국지에 나오는 초선은 미모에 달도 부끄러워서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다고 해서 “폐월(閉月)"이다. 마지막은 모두가 잘 아는 양귀비로 미모에 꽃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숙였다고 해서 “수화(羞花)"라고 했다. 그 뒤 계보를 잇는 미인은 양귀비와는 쌍벽을 이룬 이로 가볍기 그지 없어 손바
장맛비 속에 일요일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그칠 줄 모른다. 골프약속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나니 긴장이 풀리며 어제 저녁 모임에서 한잔한 것이 축축한 공기와 함께 나른해지는 몸이 여간 찌뿌등 한 것이 아니다. 현관문을 열고 배란다로 나서니 비바람이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마당의 난간을 바라보니 장마철이라 그런지 이끼가 피어있어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오늘은 아무래도 집안 청소를 해야겠다. 빗물받이 홈통을 바케스가 받칠 수 있게 톱으로 자르고 그곳에서 빗물을 받으니 잠간 사이에 물이 넘친다. 조그만 바가지에 락스를 적당히 휘석해서 이끼긴 난간에 뿌리고 솔로 부비기 시작했다. 하늘이 주신 빗물로 열심히 닦아내니 수영장에 온 거 같다. 시큼한 냄새와 빗물과 뒤섞인 땀이 온몸을 적신다. 집안에서 설거지를 마친 아내가 현관문을 열고 내다보다가 눈가에 웃음을 지으면서 무슨 생각이 났는지 창문의 방충망을 청소하자는 것이다. 하늘에서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방충망의 물청소는 대단히 효율적이라 해마다 한번쯤 비가내리는 날이면 발코니에 방충망을 뉘어 놓고 비로 슬슬 문질러주면 내리는 빗물에 묶은 먼지가 제거된다. 이어서 장독에 쌓인 먼지,
제1666번째 특별한 오늘에 감사하며… 여름철 장마. 연일 호우 경보, 호우 주의보가 판치다가 잠시 한풀 꺾여서 오늘은 흐린 날씨에 비가 가볍게 내려온다. 이런 날 혹자는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혹자는 상쾌함을 느끼리라. 나에게는 오늘의 날씨는 불쾌한 날이다. 전날 잠을 뒤척여서인가? 뒷목도 뻐근하고, 살짝 편두통도 있는 듯하다. 7월초라 한가한 병원, 비가 오니 환자도 없는 유비무환(?)의 금요일. 오전을 한가하게 보내고 점심시간이라도 좀 길게 잡아서 휴식을 취할까 하고, 1시부터 2시 반 까지의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2시 반쯤에 점심을 시켰다. 이런 날은 나가봐야 피곤하기만 하다. 마침 한 직원이 어제밤 있었던 소개팅 이야기로 분위기를 띄운다. 즐거운 이야기로 피로가 살짝 풀릴려고 할때즈음. 대기실에 환자가 한 명 찾아왔다. 2007년도에 병원에 처음 내원하여 거의 전악 치료를 받으셨던 환자인데, 나름대로 꼼꼼한 성격이라 최상의 치료를 하기보단 실수를 적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 환자에게는 참 많은 탈이 났었다. 임플랜트도 하나 실패하여 재식립하였고, 전치부 브릿지 같은 경우는 한지 1년만에 깨져서 다시 재제작을
제1665번째 고3 아들에게 수능을 3개월여 남긴 아들에게선 초롱초롱한 눈망울 외엔 나날이 피곤이 짙어 간다. 자식의 성공 요건 중 아빠의 무간섭(무관심?) 항목에서 만큼은 본의 아니게 일관성을 지켜온 터라 요즈음은 후환이 두려워 등교 시간 걷는 수고를 덜어 줄 요량으로 운전대를 잡곤 한다. 위로와 격려의 말을 주고자 마음먹고 얘기를 건내려다가도, 지구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눈꺼풀을 상대로 힘겨운 전쟁을 하는 모습에 이내 포기 하고 만다. 매일 매일이 기막히게 반복되는 고3 생활이 지겨울 법도 하지만, 크게 흐트러지지 않고 제법 의연하게 버텨가는 아이가 이젠 고맙고 대견하기만 하다. 그리곤 문득 문득 떠오르는 것은 30년전 내가 겪었던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다. 냉방도 난방도 여의치 않던 시절. 고만 고만하게 철이 들듯 말듯한 까까머리들이 이른 아침부터 저녁 10시까지 내무반 생활처럼 고3시절을 보냈다. 그 나이의 아이들이 그렇듯 기껏해야 선생님 골탕 먹이는 수준의 소소한 일탈들이 있고, 간혹 공부에 흥미를 잃은 친구들의 야릇한 유혹들이 지루한 일상의 화제가 되어 엉뚱한 무용담으로 부풀려 지곤 했는데, 문제는 무엇
내 기억 속 영화와 클래식 음악 (하) <1957호에 이어 계속> 4)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2008)과 Tannhauser 벤자민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주셨던 할머니가, 언제나 우울해 보이는 그를 위해 처음 연주해주던 곡은 Chopin의 polonaise op.53 ‘영웅’이다. 이 빛나는 곡을 통해 앞으로 있을 축복 및 영광을 예견해 준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그에게는 삶에 대면할 용기가 생겨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한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만나고 그들의 삶으로부터 교훈을 얻고 경험들을 축적하며 성숙해지지만, 자신의 몸은 데이지와의 결혼을 정점으로, 점점 어려지면서 내면의 원숙함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했던 선장의 말대로, 어떤 인생을 살았을지라도 혹은 과거에 미련이 있을지라도 마지막 순간에는 이 모든 것을 놓아줘야 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삶이 아닐까. 벤자민이 어린(?)시절, 왕년의 오페라가수 할머니가 부르셨던 곡은 R. Wagner의 Tannhauser 중 2막에서 엘리자베트가 부르는 ‘노래의 전당(Dich, teure Halle)’이다. 이 오페라는 ‘탄
내 기억 속 영화와 클래식 음악 (상) 지금은 개인적으로 시간이 없어 영화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9년전 어느 시골에서 공중보건의를 시작했을 때, 밤에 홀로 관사에 남아 영화를 볼 기회가 많았다. 그 안의 다양한 군상들이, 나는 살아보지 못할 삶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면 그 속에서 간접 경험이나마 거듭 환생할 수 있었고 그들의 마음이 되어 보고자 했었다. 그러던 중 너무나 좋아하던 클래식 음악이 영화 속에서 흘러나올 때면 나만의 은밀한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뻐하며 그 때의 감정을 메모로 남겨두곤 했다. 시간은 벌써 이만큼 흘러갔고, 찰나의 휴식 중 우연히 꺼내어져 놓인 기억의 편린을 발견하여 그 작은 못 속에 지그시 발을 담그며 추억에 잠겨보고자 한다. 1) Band of Brothers(2001)와 Beethoven String Quartet #14 in c minor Op.1316부에서의 의무병의 활약, 9부에서의 참혹한 유태인 수용소, 10부에서의 히틀러 알프스 별장 등이 특히 인상 깊었는데, 9부 초반에 흘러나오는 허망하면서도 구슬프게 연주되는 실내악곡이 바로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제14번이다.이 곡은 총
백두산 대장관 감상 엄마의 칠순 기념 가족여행으로 백두산을 다녀왔다. 어린 시절부터 마르고 닳도록 불렀던 애국가의 첫 소절에 나오는 그 곳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단군신화의 ‘태백산(太白山)’이 백두산이라는 한민족에 의해 성스러운 산으로 숭배되어 온 산. 백두대간(白頭大幹)의 근원인 산. 어쩌면 한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이유가 이런 것은 아닐까. 뿌리를 찾아가고픈. 하지만 분단된 조국에서 남측과 북측이 합의했던 백두산 관광은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에, 우리는 중국에서는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부르는 백두산을 다녀왔다. 중국을 통해 백두산 천지를 보는 방법은 현재 비교적 관광객이 많은 북파와 비교적 개발되지 않은 서파 길이 있다. 우리 가족은 이 두 길을 모두 가보기로 하였다. 서파관광을 위해 이도백하를 지나 송강하를 가는 길은 예사롭지 않았다. 한치 앞을 보기 힘들 정도의 안개가 자욱이 끼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였다. 현대 문명에 익숙한 나는 이 백두산 둘레 길을 가면서 교통사고 위험을 느꼈지만, 이제 와서 감상적으로 보자면 ‘고향의 전설’에서라면 귀신에 홀려서 사라질 만큼, 혹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것 같은 심산유곡이었던 것이다.
여름은 또 그렇게… 한동안 지루하게 쏟아지던 장맛비가 그치니,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쨍쨍한 햇빛과 후텁지근한 열기만을 내뿜고 있다. 한해 두해 나이를 먹어가는 것처럼 요즘 날씨도 한해가 다르다. 장맛비가 계속되는 날이면 “오늘은 또 바지 끝자락 적셔가며 출근을 해야 하나” 푸념부터 나오고,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아침이면 “출근길부터 푹푹 찌는 날씨에 기운이 다 빠지네”하며 축 쳐져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출근길 라디오에서는 “폭염이 예상되니 건강에 각별히 유의하세요”하는 날씨정보가 흘러나오고, 나는 또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한다. 그러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 구름 한점 없이 맑고 푸르다. “와~여름 하늘도 참 예쁘구나”하는 생각이 들 즈음, “그래, 어렸을 땐 햇살 가득한 아침이면 문밖으로 뛰쳐나가기 바빴었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다. 그땐 더위쯤은 아랑곳없이 해가 나나 비가 오나 하늘만 보고 내달리곤 했다. 땀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가끔 소나기가 지날 때면 채 가려지지도 않는 작은 손을 머리에 얹고 첨벙첨벙 물을 튕기며 집에 들어오곤 했다. 비가 오는 날엔 엄마가 삶아준 고구마에 만화책 끼고 보는 재미가 있었고, 땀이 줄줄 흐르는 더운 날엔 시
여행의 기술 장맛비가 한창이다 하늘이 열린듯 하루 종일 연이어서 내리는 비를 보며 모두들 걱정이다.너무 지겨우니… 이제 좀 그만내리길… 이 비가 그치면 얼마나 더울까? 올 여름 또한 불볕 더위가 예상된다고 한다. 장맛비가 그칠때면 아이들의 방학이 시작되고 본격적인 휴가철에 돌입하게 된다.직장인들에게 휴가란 정말 삶의 활력소이다. 1년 내내 기다리며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 고민하고 그 고민하는 동안은 행복한 순간이다.여행은 함께 동행하는 사람에 따라, 쓸 수 있는 여행경비에 따라, 가고자 하는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10대는 여행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라지만 부모님을 따라 여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나의 선택권은 거의 없다. 20대는 시간은 있으되 돈이 없어 친구들과 저렴한 비용으로 갈 수 있는 곳을 선호하며 장소보다는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30대는 재정적인 여유로 인해 좀 럭셔리한 여행을 꿈꾼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대비해 여행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자 일단 사진기를 집에 두고 가는 거다… 요즘은 블러그나 홈피, 페이스북 등 다양하게 자신의 일상을 인터넷상에 오픈 시킨다. 그러기 위해서 풍경이나 음식물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올리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