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 진료봉사를 마치고 팀원들이 귀국길에 오를 때 필자는 두 번째 방문 예정국인 말라위로 가기 위해 경유지인 케냐행 비행기 편에 오르고 있었다. 마다가스카르로부터 실제 직선거리는 짧지만 직항이 없는 아프리카 형편상 케냐로 갔다가 다시 돌아내려오는 일정으로 말라위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곳을 방문하게 된 것은 지난 15년 이상 몽골에서 치과의료 선교사역을 하시던 강지헌 선교사님이 최근 말라위 치과대학이 설립되고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약 5년 전부터 이곳에서도 치과의료 사역을 시작하시게 되었고 이곳 치과대학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말과 함께 필자를 초청해 주셔서이다. 말라위는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국가로 수도는 릴롱궤이고 최대도시는 블랜타이어이며 국토면적은 북한보다 약간 작은 정도이고 인구는 약 2100만 명이며 1인당 GDP는 $523이다. 1960년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으나 부존자원이 없고 마땅한 관광지도 없으며 오로지 농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상적이게도 여러 목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구호사업을 펼치며 특히 도로를 포장해주고 있었던 중국의 China Aid(한국의 Koica)의 모습을 이곳저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연구년을 맞아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칼럼을 쓰게 됩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지만, 한편으로는 한국과 다른 환경에서 자녀들이 잘 적응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낯선 환경에서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외식 물가가 비싸고 한국처럼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멀어 주로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장을 보고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일도 늘어났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미국 학교 숙제와 알림장, 아내가 한국에서 줌으로 등록한 학습지 수업 등 챙겨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제가 혼자 하는 것은 아니고, 아내와 함께 나눠서 합니다. 저는 그 와중에 의과학자 연수지원 과제로 UCI에서 유니티 VR 개발자 과정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번 학기는 10주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매주 과제가 나오는데 비개발자인 저에게는 상당한 도전입니다. 언어 장벽으로 수업 콘텐츠만으로는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한글로 쉽게 설명된 초보 교재를 e북으로 구매해 겨우 따라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치스러운 푸념일 수도 있습니다. 선배 교수님들께서는 모두 연구년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한때는 누군가가 책을 읽는 모습이 마치 봄날의 따스한 바람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버스나 지하철, 혹은 공원 벤치 어디에서든 사람들은 주변을 잊고 책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독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고, 일상의 한 부분으로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모습이 사라져 버린 듯합니다. 이제는 머리들이 스마트폰의 밝은 화면에 숙여져, 끝없는 스크롤에 몰두해 있습니다. 책을 읽는 조용한 모습은 오히려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들고 있는 사람, 혹은 길에서 소설을 손에 든 누군가를 마주치는 것은 마치 옛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낯설고도 그립습니다. 독서는 일상의 스크롤링보다 깊은 사고를 선사합니다. 그것은 공감, 상상력, 인내를 길러주며 우리의 마음을 넓게, 그리고 깊게 만들어줍니다. 하지만 바쁜 현대사회 속에서 이 평범한 행위는 점점 멀어져 가고
9월 28, 29일 제20회 경기국제종합학술대회(GAMEX)는 7200여명의 치과인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되었으며 매년 성장하고 있는 것에 타 단체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학술강연과 핸즈온 등은 여타 대회와 대동소이하지만 GAMEX만의 유니크한 정책포럼은 개원가의 핵심 아젠다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정리하고 토론하며 향후 방향성을 모색하는 GAMEX만의 특급 섹션이다. 학술대회에서 다루기에는 흥행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무거운 주제이며 단시일 내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지만 치과계의 숙원이자 핵심 이슈에 대한 GAMEX의 지속적이며 참신한 기획과 진행은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치과 급여진료 원가보전율이 66%로 진료할수록 손해인 건강보험 구조에서 한국, 일본, 대만의 #48의 발치수가를 절대 액수 및 각국의 물가를 고려한 빅맥지수로 환산해 한국의 저수가 현황을 객관적으로 나타냈다. 3국의 전문가들은 동일한 평가를 위해 동일한 파노라마를 제시하며 토론한 결과 물가 고려 시 한국은 대만의 3/7, 일본의 2/3수준에 불과한 것을 실증해 보였다. 향후 수가 협상이나 새 보험항목 개발 등에도 참고가 되며 향후 근관치료를 주제로 간담회를 갖는다 하니 기대가 된다
필자와 동명이인이신 외과의사 선교사님과의 인연으로 올해도 작년에 이어서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할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최빈국(GDP $900) 중 하나인 마다가스카르는 1960년에 프랑스로부터 독립하였지만 아직 국제화를 경험하지 못해 대부분의 학문분야에서 크게 낙후 되어있는 상태이다. 작년 방문 때 우리나라로 하면 부산격인 제2도시 마장가에 위치한 하나뿐인 치과대학에서 강연을 하며 이곳 치과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는 우리과 전공의들, 치과위생사와 함께 의료봉사를 다녀오게 되었다. 의료봉사지역은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서북쪽으로 차로 6시간 떨어진 봉글라바라는 도시이고 이곳 병원과 선교사님과의 오랜 협력관계로 웰인터내셔날과 연세의료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수술팀, 일반진료팀, 그리고 치과팀 약 35명이 방문하게 되었다. 치과의료 수준을 살펴보면 인구가 2500만 명이 넘는 이 나라에 치과대학은 한 곳뿐이고 매년 치과의사 졸업생이 20여명, 나라 전체의 치과의사 수도 800여명밖에 되질 않는다. 따라서 어디를 가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과치료를 받기 힘든 상황이고 치과 수준 자체도 상당히 뒤쳐진 상태여서 인구의 대부분이 치과환자라는
어느 대학교수가 흥미로운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사과를 한 상자씩 나누어 주고, 그들이 어떻게 사과를 먹는가를 관찰했다고 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큰 사과’만을 골라서 한 상자를 다 먹고 나서, ‘나는 큰 사과 한 상자를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어떤 학생들은 먼저 ‘작은 사과’만 골라 먹고 큰 사과는 남겨 두었습니다. 그러고는 ‘작은 사과 한 상자를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상한 사과를 아예 골라 내다버리고 ‘맛있는 사과’만을 먹었는데, 한 상자를 다 먹고 난 후 ‘나는 맛있는 사과 한 상자를 먹었다’ 말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어떤 학생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로 ‘상한 사과’를 먼저 먹었는데, 결과적으로 ‘상한 사과’만 먹은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완샤’라는 저자가 쓴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완샤의 위 이야기를 읽고 근래에 들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생관’, ‘삶의 태도’와 직결되는 이야기였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똑같이 사과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사과를 먹는 방법은 각기 달랐습니다. 주어진 사과 한 상자는 모두 같았지만, 먹는 방법이 서로 달랐습니다. 주로 크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김 원장은 수도권 외곽,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에 개원하여 지역사회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치과의사다. 김 원장의 치과는 경기도에서 주관하는 지역사회 취약계층 치과 치료 보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레진 수복부터, 필요한 경우 심의를 거쳐 임플란트까지도 지원한다. 그러다 보니 예산 문제로 지원 대상자가 분기당 15
추석을 큰 무리 없이 넘겼다는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의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심지어 KBS에서도 이제는 환자들이 응급실 받아주는 곳이 없어서 돌아가시고 있다는 기사 발표가 있었다. 이러한, 정부와 국민의 상황인식 차이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사실, 필수의료의 몰락을 비롯한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한 원인은 대한응급의사회 이형민 회장님의 발언인 ‘High risk Law return’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변호사 숫자의 급증 혹은 법에서 의사에게 잘못이 없음을 증명하도록 한 것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의사 4분과 간호사 3분에 대하여 대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이 났지만, 그 때에 임산부이던 교수님 한 분을 비롯해 여러 교수님들께서 환자와 제자 앞에서 구속 수감되는 모습이 생중계 되었었다. 게다가, 응급실 전공의 1년차가 뇌동맥류 환자를 놓쳐서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면허취소가 되는 일까지 생겼으니 필수의료과에서 환자 보기가 두려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예전에는 119가 병원에 환자를 두고 가도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이 쉽거나 사법적 리스크가 크지 않았으나, 현재는 환자를 받아서 치료하
최근 치과 분야에서는 (전 의료분야에서도 마찬가지) SCI급 논문을 치과 재료 및 치의학 기술의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학술적 신뢰성을 상업적 목적에 연계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제품이나 기술의 효과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임플란트 시스템, 치과용 본딩 재료, 심미 보철재료, 잇몸치료보조제 등에 대한 연구 결과를 해당 제품의 마케팅에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사례 등이다. 이는 “최신 SCI 논문에서 입증된 바와 같이...”라는 식의 문구로 시작하여, 해당 연구 결과가 제품의 우수성을 뒷받침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SCI논문을 이용한 광고를 볼 때도 어느 정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물론 각 기업의 연구실에서 나온 ‘자체 결과’를 가지고 광고하는 것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게 연구가 되어있음은 자명하다. 학술 논문의 결과를 상업적 목적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연구의 맥락이나 한계점이 간과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광고나 홍보 자료를 접할 때, 전문가인 치과의사 선생님들은 원본 논문을 직접 검토할 것을 권장한다. 이 실험이 재료의 강도 또는 색에 관한 것인
2023년 12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보건의료기술진흥법으로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이 가시화되자 올해 상반기 전국시도지부의 연구원 유치 열기가 달아오르며 지부장들의 광폭행보 및 자기지역 유치의 당위성에 대한 홍보전도 치열하였다. 법 공포 후 1년이 경과된 날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설립 작업이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과계의 12년의 법 통과 노력과 치과산업, 치과 의료시장의 크기가 성장하자 정부도 그 필요성을 동감하였기에 가능했다. 정부·민간 R&D 투자비용 중 보건·의료 연구개발비의 2%에 그쳤던 치과는 한의학 4%, 의약품개발 20%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았던 원인중 하나도 치의학연구원의 부재가 한몫했다. 설립 목적은 치의학 기술발전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관련산업을 육성하는 것이고 역할은 치의학 관련 기술 연구와 국제 협력, 전문인력 양성이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치과의료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치과 의료기기를 개발하여 수출을 증대시키자는 것인데 한국의 산업 발전 역사와 괘를 같이 하며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코로나 시기에 체감하며 뿌듯해 했던 것은 한국만큼 제조업이 활성화된 나라는 많지 않고 IC
원고를 쓰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딱 일주일 전, 나는 치과의사 면허 시험의 첫 번째 단계인 실기시험을 마쳤다. 그동안의 준비 과정이 떠오르며 많은 감정이 교차하지만, 사실 이 시험이 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직 중요한 두 단계가 남아 있다. 실기는 국가고시의 3가지 영역 중 첫 번째 스텝일 뿐이고, 이제 과정평가와 필기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모든 시험이 끝나기 전까지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없다는 사실이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는 한다. 사람들은 흔히 “국시는 다 통과하는 거 아니냐”라 말하곤 하지만(그리고 정말 솔직히, 이전까진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해왔다),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 질문은 정말 야속하고 굉장히 멀게만 느껴진다. 시험을 앞둔 내가 경험하는 이 긴장감과 떨림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만에 하나”로 가득 찼다. “만에 하나” 치식을 틀리면 어쩌지, “만에 하나” 버를 잃어버리면 어쩌지, “만에 하나” 갑자기 핸드피스가 작동되지 않으면 어쩌지… 이 수많은 “만에 하나”들이 그 부담감을 증명하는 셈이다. 실기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떨렸는데, 과정평가와 필기고사를 앞두고는 어떤 감정일지 벌써 걱정이다. 실기시험은 사실 생긴지 몇 해 되지 않은,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