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헌에 등장하는 장(醬)은 고기를 주재료로 하고 소금과 누룩을 사용하여 만드는 육장(肉醬)인 반면, 우리의 장은 콩을 주원료로 하는 두장(豆醬)입니다. 어두운 곳에서 콩을 발효시킨 후 소금을 섞어 만드는 청국장, 콩으로 만든 메주덩이를 건조시키며 곰팡이가 피었을 때 부숴서 소금과 함께 통에 채워 숙성시킨 된장, 바짝 말린 메주와 소금과 물을 장독에 붓고 여러 날을 숙성하여 만드는 것이 간장이고, 간장을 해마다 달이면서 몇 년간을 저장하며 빛깔과 맛이 진한 장을 얻으니 이것이 진장(陳醬)이지요, 잘 건조된 장 메주 가루에 고춧가루와 소금물을 조화롭게 섞고 3~6주간 발표를 시키면 고추장이 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해가 뜨면 뚜껑을 열고, 지기 전에 덮으면서, 극진히 돌봄을 받은 것이 질그릇인 장독이었습니다. 귀신이 먼저 맛을 보면 장맛이 나빠진다하여, 장독에는 금줄을 치고, 담근 장위에는 귀신이 구멍 속으로 한 번 끼어들면 못나올 숯과 싫어하는 붉은 고추를 띄웠습니다.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제 맛을 내는 것이 장입니다. 맑은 햇살뿐만 아니라 거센 비바람도 견뎌내야 비로
얼마 전 여수에 다녀왔다. 새벽 6시부터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며 짐을 꾸리고 차량에 몸을 맡겼는데 이 만큼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그간 바빴던 일상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는 여행은 이렇게나 행복하구나 싶었다. 힐링이란 이런 것일까? 인터넷을 통해서나, 또는 말로만 듣던 여수 밤바다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에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문득 어릴 적 들었던 ‘초록바다’의 노래 중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는데, 사실 이 노래는 나 같은 ‘어른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노래가 아니었나 싶었다. 여수는 집에서 의외로 멀었다. 6시간이나 걸렸는데, 가는 길 중간마다 창밖에 비춰진 하늘을 보기도 하고 잠이 쏟아진 탓에 쪽잠을 자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는 길마다 펼쳐진 풍경들을 내 눈에 조금이나마 더 담아둘걸 하는 아쉬움도 있다. 일상으로 돌아오니, 마치 구운몽을 겪은 것 마냥 한 순간 꿈이었던 느낌이 들고 있어서다. 여수로 가는 도중엔 옆으로 갈라진 산을 지나가며 봄의 느낌을 완전히 몸으로 받았다. 멀리서 보이는 새싹 하나부터 그득한 나무들까지 봄의 양기가 느껴져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절로 휘파람이 나오니 너무 좋은걸?
메타버스(Metaverse)는 30년 전인 1992년에 출간된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과 용어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메타버스는 고글과 이어폰 같은 시청각 출력장치를 이용하여 기술적 접근을 하는 가상세계로 규정됩니다. 메타버스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표현한 실존하지 않는 세계로 현실세계와 달리 물리 법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의 유형에는 가상세계와 증강현실이 있습니다. 이러한 메타버스는 사람들의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메타버스 속에서도 경제사회 활동은 현실세계와 흡사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코인,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NFT(Non 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암호화폐 등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에 발빠르게 움직인 자들은 디지털 자산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들이 세계적 부자 반열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서 ‘메타’(meta)라는 단어는 참 흥미롭습니다. 메타는 영어에서 전치사로도 쓰이고 부사로도 쓰이는데, 전치사는 ‘~와 함께’, ‘~에 관하여’라는 의미이고, 부사는 ‘~를 너머’, ‘~후에’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 고해상도 파일은 아래 PDF 첨부파일 클릭하세요.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이용권 원장 ·청주서울좋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instagram@omfs.lee e-mail : denlyk@naver.com
심심할때면, 그리고 원고를 작성해야 될 때가 다가오면 괜히 치의신보 칼럼을 찾아보게 된다. 아직 학생, 그것도 고작 본과 2학년일 뿐인 내가, 선생님들과 교수님들 사이에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말이다. 칼럼을 읽으며 선생님들의 글을 읽으며 다양한 지식을 접하기도 하고, 치과의사가 되어 사회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미리 간접체험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으니 유익한 시간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칼럼을 넘기다 유독 반가운 분의 글을 만났다. 지금 실제로 수업을 듣고 있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의 조현재 교수님의 ‘미라클 모닝 실패기’ 라는 글이다. 아마 교수님은 날 모르시겠지만, 얼마 전 실습 시간에 직접 뵀을 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드릴 뻔했다!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교수님의 미라클 모닝 실패기는 공감되는 나머지 고개를 끄덕여가며 읽었다. 미라클 모닝은 나 또한 관심이 많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미라클 모닝은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일종의 자기계발 캠페인이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서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인 나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 의료윤리에 관한 이야기를 보수교육을 통해서든, 뉴스를 통해서든 종종 듣다 보니 그런게 있나보다 하는 생각은 듭니다. 몇몇 분들이 치과에서 가르치기 위한 내용을 준비하거나 관련 자료를 발표하는 것도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마뜩치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윤리는 사회가 우리에게 규제로 강요하거나 연배 있는 교수님들이 말씀 하시는 좋
제주도를 대표하는 소주는 [한라산]입니다. 그 한라산 소주병 라벨에는 4월이 되면 붉고 화려한 동백이 꽃을 피웁니다. 아름다운 꽃 동백이 소주병을 장식하게 된 연유가 궁금하였습니다.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를 포함해,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는 남로당과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수만명의 무고한 양민이 희생되었습니다. 바로 제주 4.3 사건입니다. 한겨울에 피어난 동백은 4월에 꽃송이 그대로 떨어져 집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차가운 땅바닥으로 쓰러져 갔던 4.3의 희생자들과 붉은 동백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2005년 제주는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 되었습니다.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제주4.3의 비극을 승화시키고,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한반도에 안정과 평화를 정착시키고자함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높은 하늘과 에메랄드 빛 바다는 닫힌 마음을 이제 그만 열라고 합니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바람에 춤을 추는 유채꽃은 거친 마음을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 합니다. 여행을 설렘으로 가득하게 만들어주는 곳, 제주. 마음의 평화와 행복한 추억들을 얻은 그 섬이 늘 그
고교 음악 시간에 절대음악을 표제음악보다 상위 개념으로 배웠다. 강의 내용을 떠나 절대와 표제(absolute Vs. program)라는 단어 자체가 마치 순수와 현실(日常)의 대비라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작곡가가 어떤 개념에 몰입하지 않은 채 창작한다는 전제에 저항감이 온다. 절대음악도 듣는 사람이 나름의 상념을 머릿속에 그린다는 점에서, 제목 없는 추상화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작곡가의 의도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표제음악의 정수(精髓)로 엘가의 수수께끼,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그리고 슈만의 어린이 정경이 있다. 분명한 대상이 있는 소품 모음곡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퀴즈를 곁들여 즐길 수 있는 기악곡들이다. 금난새 지휘자의 ‘해설이 있는 동물의 사육제’를 3년 사이에 두 번 보았다. 티켓파워를 증명하듯 좌석은 물론 만석. 14곡에 나오는 12 동물(화석과 피날레 제외)을, 곡마다 모티브와 클라이막스를 골라 미리 들려주며 몸 개그로 해설하는 열정은 언제 보아도 즐겁다. 러시아 민족주의 작곡가 5인의 한사람인 무소르그스키(1839-1881)의 ‘전람회의 그림’도 좋다. 절친이자 건축가-화가인 하르트만이 39세로 요절하자, 추모 전시회에
5월은 계절 중의 여왕답게 푸르른 초목도 많이 자라고, 꽃도 만발하고 새싹도 무럭무럭 자라는 생명의 달입니다. 또 철 이른 더위까지 여름을 재촉하기도 하는 때입니다. 그 좋은 때에 29년을 곱게 키운 제 큰 딸이 결혼을 합니다. 어느 집에서나 아버지에게 딸의 의미는 매우 클 것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딸을 결혼시키는 마음은 아쉬움, 서운함으로 시작해서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이지만 혼자는 살기를 원하진 않기 때문에 결혼을 하려면 좋은 사람 만나서 빨리 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바람대로 해주는 효녀이네요. 귀한 딸을 데려가는 신랑과는 다행히도 서로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입니다. 그리고 평생 삶을 함께 영위할 영원한 동반자일 것을 굳게 믿습니다. 물론 함께 살다가 이제는 떨어져 보내는 것이 서운하지만 괜찮습니다. 지금껏 키운 것처럼 또 지켜보며 축복해야지요. 그게 아버지인 저의 역할일 테니까요. 딸이 행복하길 바랄 뿐입니다. 딸이 저보다 더 사랑해 줄 남자를 만났다는 게 기분 좋고, 사위도 성격 좋고, 무엇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보여서 마음에 들고. 사돈 집안도 검소하고 선하신 것 같아서 더욱 좋습니
“어느 날 자고 나니 하룻밤 사이에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라고 노래하는 사람은 평소에 꽃밭을 유심히 관찰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는 순식간에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사람도 그렇다. 그냥 자라나서 어느 날 훌륭한 인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사랑과 돌봄이 중요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 역시 하늘이 내려주신 큰 축복이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또 누군가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인생길에서 수많은 스승을 만나게 된다. 스승은 선배나 연장자뿐 아니라 후배, 제자, 하물며 어린 손주까지 나이를 불문한다. 교사, 교수, 박사는 물론이고 선의를 간청하는 걸인의 눈빛에서, 세상을 쥐락펴락하던 권력자의 몰락 기사에서, 유명 스타의 비참한 종말에서도 우리는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인생길에는 돈이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렇게 스승은 좌우명으로 삼을 귀한 가르침, 직업에 꼭 필요한 지식과 기술, 삶을 살아가는 지혜,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까지 솔직하게 나누어주는 사람이다. 허망한 것을 좇지 말 것과 영생의 믿음, 구원의 은혜, 용서와 사랑의 가치를 설파하는 성직자, 욕심을 내려놓는 지혜를 가르치는 각 분
우식경험영구치아수(DMFT)는 개인의 우식경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우식(Decayed) 치아수, 우식으로 인한 상실(Missing) 치아수, 치과에서 우식치료를 받아 충전 또는 크라운을 씌운(Filled) 치아수를 모두 합한 값을 의미하며, 0부터 최대 28까지의 값(사랑니 제외)을 가질 수 있다. 한 집단의 DMFT는 그 집단 전체의 개인당 DMFT의 평균값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보건복지부 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세의 DMFT는 1.84로 나타났으며, 12세까지 영구치 WHO Oral Health Country/Area Profile Project 홈페이지(https://capp.mau.se)를 통해 각 나라의 DMFT를 확인할 수 있다. 이웃한 나라인 북한(1991년 기준), 일본(2016년 기준), 중국(2015년 기준)의 12세 DMFT는 각각 3.00, 0.80. 0.88이며, 덴마크(2014년 기준)는 0.40으로 매우 낮음을 알 수 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발행한 2021년 구강보건사업 안내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DMFT 평균 1.2개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영구치 우식증은 만 6세부터 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