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감염 관리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이하 신종 코로나)가 확산 일로를 걷는 가운데, 일부 치과에서는 대거 예약 연기 및 취소 사태가 빚어지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치과를 운영 중인 A 원장은 “의심 환자가 내원하면 귀가 조치와 함께 신종 코로나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병원 방문을 권한다”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A 원장은 직원 건강관리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근무 중은 물론이고 외출 시 필히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시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한 비타민과 영양제까지 챙긴다. A 원장은 조금이라도 기침이나 발열 증세를 보이는 직원이 생긴다면 곧장 귀가 조치 및 감염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줄지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이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가 증폭되는 가운데 치협은 지난 1월 28일 신종 코로나 비상대응팀을 구성, 홈페이지와 SMS 문자 등을 통해 치과병·의원 예방수칙을 긴급 배포하는 등 질병 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또한 치협을 포함한 6개 보건의약단체 협의체를 구성, 지난 1월 29일 박능후 복지부 장관 주재로 각 단체장과 긴급회의를 나누는 등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월 30일 2명, 31일 5명의 추가 확진자를 확인해 국내 총 11명의 신종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음을 밝혔다.
#환자 불안해소 역부족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가 중국인만큼 국내 거주 및 체류 중인 중국인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심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도 줄을 잇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제노포비아(Xenophobia: 이방인 혐오 또는 외국인 혐오) 현상을 거론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을 앞다퉈 보도 중이다.
특히 서울 대림동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중국인 밀집지대로 신종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은 구역 중 한 곳이다. 소위 ‘중국인 거리’로 불리는 대림중앙시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 후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대림 중앙시장 내 치과 직원 B 씨는 “신종 코로나 확산 이후 대부분의 내국인 환자가 예약을 취소하거나 최소 보름 이상 일정을 연기했다”며 “내원 환자의 중국 방문 기록을 조회하는 등 감염 대비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라고 심각한 기색을 보였다.
오후 시간대 환자의 발길이 완전히 끊어진 치과도 눈에 띄었다.
해당 치과 직원 C 씨는 “신종 코로나 이후 환자 방문이 뚝 그쳤다”며 “원내 감염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지만, 환자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고 불안을 드러냈다.
한편 소아치과에서도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인다. 모 대형병원 치과의사 D 씨는 “절반 가까운 소아 환자가 예약 일정을 연기했다”며 “소아는 성인에 비해 다소 면역력이 떨어지기에 부모들이 내원을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림 중앙시장 감염 관리에 나선 영등포구 보건소 직원은 “질병관리본부 지시에 따라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캠페인 등 감염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특히 밀수가 의심되는 중국산 음료, 육포, 다과 등 식료품 단속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물론 다수의 치과는 신종 코로나의 영향이 아직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감염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E 원장은 “유니트체어를 비롯해 진료실 내 환자와 접촉하는 모든 의료기기에 매 차례 소독을 시행 중”이라며 “현재까지 심각한 여파는 없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이 계속되면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전망을 내놓았다.
이어 그는 “이러한 추세는 비단 중국인 밀집 구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시 치과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