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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기름, 그리고 에테르와 아세톤

시론

어렵게 선발했던 치과위생사가 1년 만에 임신으로 인해 사직을 하게 되었다. 요즘 같은 시절에 2세를 낳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 대단한 용기이기도 하고, 축하받을 만한 일이기도 해서, 축하의 말과 함께 보내 주었다. 또 다시 이런 인재를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새로운 치과위생사가 선발되었다. 성격이 밝고 인내심이 강한 친구라서 우선은 안심이 되었다.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에테르(ether)’와 ‘아세톤(acetone)’ 이야기를 예방치과 교수로서의 ‘덕담’으로 해 주었다.

 

필자는 6년제 치과대학을 졸업했다. 예과 2년과 본과 4년의 과정으로 이루어진 과정인데, 실제로 ‘예과’ 과정은 ‘Pass’ or ‘Fail’ 과정으로 보면 된다. 즉, ‘과락(과목 낙제로 F학점)’이나 ‘평락(평점 미달 낙제)’만 면하면 무난히 진급을 하게 된다. 대부분의 필자 동기들은 ‘예과’ 과정을 ‘적당한’ 성적으로 대학생활을 즐기면 된다는 일념으로 필자가 부러워할 정도로 잘 보냈던 것 같다. 그러나 펑온한 바다 속의 암초처럼 ‘즐거운 예과 생활’을 방해하는 과목이 존재했는데, 그 중 한 과목이 ‘유기화학’이라는 과목이었다. 현재는 필자보다 모든 면에서 더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대학 동기생들 중 몇 분은 이 과목 때문에 고생했던 경험도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장차의 치과대학 본과 과정에서 쏟아부을 열정을 ‘쓸데없이’ 예과 과목에 쏟아부었던 것 같다. 그 탓에 필자의 동기들이 다 싫어했던 ‘유기화학’의 기초에서 배운 화합물인 ‘에테르’와 ‘아세톤’을 기억한다. 당시 강의하시던 교수님이 ‘ether’를 ‘이더’라고 원어민 발음으로 표현하셔서 더욱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사전적인 지식을 빌려 ‘ether’를 설명해 보면, “휘발성, 인화성, 마취성이 크고, 극성이 작아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유기화합물과는 잘 섞이는 성질이 있어 유기물질을 녹이는 용매로 사용된다.”고 되어 있다. 다시 ‘아세톤’의 설명을 보면, “물에 잘 녹으며, 유기용매로서 다른 유기물질과도 잘 섞인다. 물로 세척하기 힘든 경우에 아세톤으로 처리하면 쉽게 세척할 수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치과위생사가 진료실에서 근무하는 경우,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환자, 치과의사와 동료인 치과위생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일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치과기공사, 접수인력 등과도 함께 지내는 치과위생사도 있을 것이다. 새로 채용된 치과위생사에게 필자가 바랬던 것은, ‘아세톤’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최소한 ‘에테르’의 성질을 지닐 것을 주문하였다.

 

세상이 다 내 맘 같지 않을 때 우리는 물과 기름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다. 즉, 내가 ‘물’이고, 세상이 다 ‘기름’인 것이다. 여기서 ‘물’의 성질은 세상과 잘 타협하지 못하는 성질이라고 하고, ‘기름’의 성질은 세상과 부드럽게 타협하는 성질 정도로 정해 놓자. 가끔씩 ‘물’과 같은 치과위생사를 채용했을 때, 같은 ‘물’에 속한 필자는 너무도 좋아라 했다. 이제야 필자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랄까, 여하튼 그 당시에는 그랬다. 얼마 가지 않아 ‘물’의 가족인 치과위생사가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물’은 ‘기름’과 섞일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기름’에 속한 치과위생사를 채용했을 때는 얼마 못가서 ‘물’을 떠나 ‘기름’ 속으로 합체하려는 결심을 하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 그렇다면, 필자에게 새로 채용되는 치과위생사는 ‘물’이어서도 안 되고, ‘기름’이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위의 일반 상식에 해당하는 유기화학적 지식에 근거하여, ‘에테르’는 ‘물’에는 잘 녹지 않지만, 유기 물질과는 잘 섞이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면, ‘에테르’의 성질을 갖고 있는 치과위생사라면 자신은 ‘기름’에 합체하지는 못하더라도 주위의 ‘기름’과 혼합되어 잘 지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술 더 떠서, ‘물’의 가족인 필자와도 문제가 없으려면, ‘아세톤’의 성질, 즉, ‘물’에도 잘 녹고, 유기물질과도 잘 섞이는 특성을 가진 인재를 만나야 하고, 그런 인재를 혹시라도 만날 수 있다면, 필자의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진료 일정을 함께 마무리하고 싶은 희망을 가져 보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도 자신이 ‘물’에 속하는지, ‘기름’에 속하는지를 먼저 파악한 후, 진료실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인력이 ‘물’과 ‘기름’, ‘에테르’, ‘아세톤’ 중 어느 성질을 지니고 있는지 고민해 보시고, 치과 진료실의 극성과 잘 맞는 인력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아울러 ‘에테르’나 ‘아세톤’에 속한 치과위생사를 채용해 두고 계신 원장님들께 하나의 당부를 더 드리자면, 이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보다 더 고생하는 면(화합하고자 하는 노력)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셨으면 한다는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