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역패스, 밀접접촉 등의 개념을 해제하고 고위험군 관리위주로 방역체계를 전면 개편하면서 치과 진료 현장에서도 적지 않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확률상 매일 진료를 보는 환자 중에서도 잠재적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새해 들어 확진자가 폭증한 수도권 및 광역시 치과 개원가에서는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환자를 맞고 있다.
최근 서울 역세권에 위치한 A 치과에서는 임플란트 수술 환자가 진료 당일 오전 연락을 해 예약 취소를 통보했다. 본인의 PCR(유전자증폭)검사 결과가 양성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며칠 새 이런 환자가 두 자리 수를 넘어가면서 이제는 코로나 확진으로 인한 ‘노쇼’가 A 치과의 일상이 됐다.
해당 치과 관계자는 “수술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잠시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만약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그대로 수술을 진행했다면 이후에 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무개념 확진자 내원 치과는 ‘비명’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스란히 겪어낸 치과들도 속출하고 있다. B 치과에서는 며칠 전 불현듯 내원했던 무단이탈 확진자로 인해 치과 전체 구성원은 물론 환자들까지 큰 곤욕을 치렀다. 당일 검사에서는 치과 직원 모두 음성이었지만, 수일 후 증상이 나타나고 결국 양성 판정을 받은 직원까지 나오면서 해당 치과가 감내해야 할 피해 역시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해당 정보가 업데이트되는 ‘시차’ 때문에 낭패를 본 사례도 적지 않다. 확진 판정 후 데이터에 반영되는 기간 동안 확진자가 치과를 다녀갈 경우 사실상 속수무책인 셈이다.
C 치과에서는 PCR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치과에 들렀다고 주장한 환자 때문에 모든 의료진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며칠 후 결국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이다.
치과 내원 당시에는 확진자 정보창이 뜨지 않았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2, 3일까지도 정보 확인이 불가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 현장의 하소연이다.
#“노쇼 아니라 코로나” 허위 사실도
이 같은 경우에 비하면 며칠 전 미리 전화해서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겨 진료를 미루겠노라고 에둘러 말하는 환자는 그래도 양호한 축에 든다.
D 치과 직원은 “최근 갑자기 전화로 예약 변경을 문의할 경우 확진자로 조회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알아도 모른 척하며, 2주 후 정도로 예약을 다시 잡아주는 것이 서로 자연스럽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당일 ‘노쇼’의 민망함을 모면하기 위해 본인이 코로나19에 걸렸노라고 허위 사실까지 늘어놓으면서 선을 넘는 환자를 만나면 치과 입장에서도 할 말을 잃고 만다.
한 치과 관계자는 “치과에서 확인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꼭 당일 전화해 예약을 취소하면서 확진자라서 진료를 못 받겠다고 거짓말을 일삼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며 “한두 명도 아니고 최근 이런 환자들이 꽤 늘어나는 추세”라고 언짢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