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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면허 취소법

이승룡 칼럼

요즘 치과계 및 의료계에서도 의료인 면허 취소법으로 국회에서 입법을 위한 반대 투쟁에 협회뿐만 아니라 전 회원들의 관심사가 뜨겁다. 그리고 지난 3월 21일에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박태근 협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집회를 열었다. 법이라는 것은 어느 한 부분만 보고 입법을 했을 때 보이지 않는 부분의 입장에 선 사람들의 피해까지도 생각하고, 보다 적절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세심하게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즉 문제가 있는 법안 중 세부 항목을 따져서 수정과 폐기를 해야 하는데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 경우는 다른 전문직과 형평성이라는 논리로,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속성을 모르는 일방적인 입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치과계가 주장하는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일단 법안을 만들려면 이해 당사자인 범 의료계의 입장도 경청을 해야 하나 이 법안은 의료와 관련이 없는 집행유예만 받게 되더라도 면허가 취소되는 악법중에 악법이고 다른 직역 전문가 단체와 비교하더라도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단순히 나쁜 의사는 면허박탈이라는 분풀이용 입법은 법 철학을 이해 못하고 국가에서 주는 면허와 자격의 지위를 이용한 특권의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이 법을 찬성하는 사람들 쪽 특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금고 이상의 형이 마치 의도적으로 큰 범죄를 저질러야만 선고되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제 일이 아니라고 금고형이 쉽게 선고되지 않는다고 말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러나 금고형이 쉽게 선고될 수 있는 예시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나올 수 있다. 가령 도로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의사였다면 그 사건 때문에 운전면허도 아닌 의사면허를 박탈하는게 맞느냐는 것이다. 물론 고의가 아닌 상태에서 사고로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한 책임은 가해자로 당연히 지지만 그것 때문에 직업을 빼앗아야 하는가?

 

들째, 객관적 증거가 없어도 피해자의 일관된 진슬로 성범죄를 유죄판결 (의사의 직업 특성상 환자와의 접촉이 잦기 때문에 이점을 악용해서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성폭행 당했다고 고소를 행하는 몰상식한 사례도 있었음) 할 수 있고, 식당에서 부딪힌 이성이 성추행으로 고소하거나, 전동킥보드 운전자, 90대 노인을 우연히 사고내서 사망 (교통사고에서 사망에 이르게 하면 고의적이지 않고 합의가 되면 금고 1년 내외 집행유예 2년 내외를 선고받는다. 해당 법에 의하면 의사는 4년간 면허가 취소된다.) 하게 했거나, 집에 들어온 도둑을 폭행했다가 과잉방어로 처벌받을 수도 있고, 민식이법으로 30km/hr 이하로 달리다가 상해 1주를 입힌 운전자에게도 동승자와 대화하느라 주의가 소홀했다며 금고 이상의 형이 나왔다. 금고형은 적극적인 범죄 의사가 없더라도 부주의만으로도 나올 수 있는 형량이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면 병원 경영이 잘 안되어서 생긴 임금체불만으로도 금고형은 가능하며 집시법, 국보법, 병역법 위반 등의 정치범도 헤아릴 수 없다. 수 년전 술자리에서 “이럴거면 북한에서 살겠다.”고 칭얼거렸다가 대통령을 욕했다는 이유로 감방에 가는 경우도 많았고, 2012년에 북한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기 위해 리트윗을 한 사건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된 적이 있었다. 만약 이 사건이 의사에게 일어났다면, 유죄선고 받는 즉시 의사면허가 4년간 취소되고 개원했던 의원은 폐업으로 패가망신을 당할 수 있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금고를 받으면 면허를 취소시키는 것은 과잉금지원칙 및 헌법에 규정된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최소 침해성 법 원칙에도 위반하는 법안인 것이다.

 

물론 강력범죄자에 대한 면허취소에 한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다. 밀어붙이기식의 법안 통과나 분풀이식으로 국회의원의 특권을 누려서는 곤란하다. 성범죄는 의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이미 성범죄자는 의사면허가 사실상 박탈된다. 아청법에 의하면 모든 성범죄에 대해 최장 10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취업제한 기간 동안은 모든 의료기관에 취업을 할 수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도 없다. 이미 취직중인 경우도 당연히 퇴직, 개설이 취소된다. 원래는 모든 성범죄에 대해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제한이었다가 헌법재판소에서 합리적이지 않고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위헌을 맞고 10년의 범위안에서 법원이 죄질을 고려하여 기간을 선고하도록 개정된 조항이다.

 

변호사나 법조인 직역은 법을 다루기 때문에 직무 관련성이 명백하다. 같은 이유로 공무원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파면된다. 반면 의사를 비롯한 의료인들은 법에 대한 뚜렷한 직무 관련성이 없다. 또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형평성에 맞추자고 세상 모든 직업에 전부 다 취업제한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다. 의료인은 생명과 건강을 취급하는 직업 특성상 담당업무 수행 중에 작은 과실이라도 범할 경우 곧바로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고 금고형에 처벌 받을 수 있기에 이 의료법이 통과되면 언제라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럴 경우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들은 극히 방어적인 진료만 하게 되고 향후 의료인들은 필수교육에 종사를 기피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각 의료기관마다 중환자 기피, 고난이도 수술 및 시술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중증 환자의 치명률이 상승하고 의료의 질이 하락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필수의료 분야의 인프라 상실과 더 나아가서는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된다. 국민이 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고 국민 건강에 위해가 미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여 부작용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의료법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가 의료인인데 유독 간호사는 한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속내를 보면 “간호사는 간호법에 따른다.”는 예외 규정을 적용하는 걸로 보아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 정치적 연관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까지 나열된 예시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고 합당치 않는 법안으로 범의료계의 실망을 넘어 아전인수격의 해석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편향된 시각으로 의료계를 바라보고 있는 정치권에, 치과계는 모두 한마음으로 의료인 면허 취소법의 문제성에 대해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