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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을 늘린다고 ROTC 지원율을 높일 수 있는가

Relay Essay 제2579번째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할 전망이다. 규모에 대해서는 1000명에서 3000명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10월 19일에는, 지방 의대 정원을 우선 늘리고 지역인재특별전형을 확대 시행하는 방안까지 발표하였다. 설문 결과 국민의 70% 이상이 이에 찬성하고 있고 목표 시행년도가 2025년이므로 조만간 입법 등 추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원 확대의 주된 근거로는 우리나라의 인구비례 의사 수가 OECD 가운데 최하위에 속할 정도로 의료 접근성이 안 좋다는 점, 그리고 일부 필수의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해 의료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실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필자는 우리 국민의 의료 접근성이 낮고 필수의료과목의 의사가 부족한 것이 의사가 적기 때문이라는 접근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이 3.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부족하다고 하였다. 정치인들이 보통 이슈를 꺼낼 때 그들에게 유리한 ‘OECD 평균’ 수치를 가져다 쓰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만으로 ‘의사가 부족하다’고 외치는 것은 통계학적 오류다.

 

우리나라 의사의 연평균 근무일수는 301일로 그들이 좋아하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을 크게 웃돌며, 진료수가 역시 ‘OECD 평균’의 절반정도 수준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도 우리나라는 15.7회로 1위며 이는 ‘OECD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한다. 역대 어느 정부도 성공하지 못한 훌륭한 과제를 수행한다면서 왜 통계자료는 ‘의사 수’만 참고하는지 의문이다.

 

필수의료분야의 공백을 의사 수 부족에서 찾는 것도 어불성설로, 문제는 심장에 있는데 뇌 수술을 하겠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최근 대두되는 소아과 줄폐업 사태와 수련의 부족은 30년째 제자리 수준인 소아진료수가와 비급여제한, 심각한 출산율 저하에서 기인하며 일부 사용자의 악의로 인한 법적 위협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같은 진료공백을 우려해왔으며 제도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산모의 ‘응급실 뺑뺑이’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근거가 되지 못한다. 현재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며 일부 지역에선 분만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때문에 필수의료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만산부인과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숭고한 일임은 분명하나, ‘자선사업가 마인드를 가진 의사’를 찾아 방방곡곡으로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응급실 뺑뺑이’의 본질은 잘못된 의료전달체계다.

 

ROTC(학군장교) 지원율이 낮은 문제는 대학 신입생을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 자영업자가 줄어드니 자영업 총 인구를 강제로 확대하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을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가 당면한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졸속으로 내놓은 이슈는 아닌지, 총선을 앞두고 다수의 표를 위해 소수의 의료인을 배제한 포퓰리즘 정책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