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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경력 부풀리기 꼼수 급증 ‘눈살’

상표 무단사용 전체 업종 중 치과 62% 차지
“가족이 S대 졸업생” 기막힌 오·남용 사례도   
사용 조건 확인 필요…민·형사상 책임도 주의


“우리 치과는 A대 출신 원장이 최상의 진료를 제공해 믿을 수 있습니다.”


일부 개원가의 경력 부풀리기 행태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병원 홍보를 위해 대학 허가 없이 무단으로 상표를 사용하거나 이력을 기재하는 등 수법도 다양하다. 


특히 치과 분야의 상표 무단 사용 사례는 전체 업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전국적으로 만연해지면서 환자들의 치과 선택에 혼동을 주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 자격을 획득한 동료 치과의사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서울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2019~2022년 상표 무단 사용으로 신고된 치과는 6곳, 9곳, 84곳, 83곳으로 가파르게 급증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146곳이 신고됐고, 이 중 71곳이 무단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유난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유독 치과 분야에서만 두드러진다. 지난해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상표 무단 사용으로 신고된 업체(233곳) 중 치과는 전체의 62%(146곳)를 차지한다. 


이는 환자에게 직접 노출되는 경력에 대해 치과에서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으로, 과당 경쟁 구도로 접어든 치과 개원가의 위기 위식이 폭넓게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상표 무단 사용이 매해 문제로 지적되자 서울대는 지난 2022년 10여 년 만에 상표 사용 시 비용을 징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서울대 상표관리 지침에 따르면, 서울대 상표는 치과병·의원의 경우 서울대 치대·치의학대학원 출신으로 치의학 학사 또는 치의학전문석사를 졸업한 동문이 현재 해당 병·의원의 대표자인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또 연세대의 경우는 엠블럼과 로고체 등 상징물의 상업적 사용을 전면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무단 사용으로 적발된 유형을 살펴보면 가지각색이다. 서울대 사례를 보면, 타 치과대학 학부 출신이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일반대학원을 수료했거나, 서울대치과병원에서 레지던트 후 전문의만 취득한 경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주최 세미나·연수과정을 수료한 경우다. 또 서울대 타 학부 출신이 타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가족이 서울대 출신임을 내세워 상표를 사용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포착된다.


물론 무단 사용 적발 사례 중에는 서울대 치대·치의학대학원 출신이 서울대 산학협력단 허가 없이 상표권을 사용한 경우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타 치과대학 출신이 서울대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표 무단 사용으로 간주되면 상표법에 따라 고발돼 철거 조치되고, 시정되지 않을 시 민·형사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또 간판, 광고, 병원 내부 등 상표 사용 범위를 비롯해 상표의 형상과 색상 등도 정해져 있어 규정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 상표 오·남용 만연, 실질적 제재 난항
이 같은 상표 오·남용 사례에서 보듯 개원가의 경력 부풀리기 행태가 만연하지만 인원과 비용적인 한계로 학교 차원의 대처가 사실상 불가능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의 한 보건소 의약과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각 대학의 상표 규정을 다 숙지하고 있진 않다. 다만 개별 민원이 들어올 시 병원 측에 전달하며 개선을 권고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표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대학 출신처럼 보이게 하는 ‘꼼수’도 등장한다. 가령 대학 상표나 출신 학부는 기재하지 않고, 특정 치과대학의 석·박사 학위나 연수 과정 수료 이력만을 약력의 최상단에 기재하는 방법이다. 환자가 보기에 해당 치과대학 출신으로 오해하기 충분하지만, 상표 무단 사용 사례에는 해당하지 않아 학교 차원에서도 이를 규제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측은 “해당 사례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지만, 약력을 거짓으로 기재한 것은 아니기에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상철 서울치대·치의학대학원 동창회장은 “유독 치과의 불법적 상표권 사용이 많아지고, 수법 또한 교묘해지고 있다”며 “상표 무단 사용 신고 전담 부서를 강화하고, 무단 사용 치과에 내용 증명을 보내 시정을 권고하는 한편, 동문 인증 시스템 마련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치과 내부에 게시될 경우 개별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단속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개원가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쓴 소리도 나온다.


경기도의 개원 30년 차인 원장은 “환자에게 오도된 정보로 홍보하는 세태가 안타깝다”며 “치과의사이자 전문직으로서 최소한 양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치협은 대학 상표 규정을 고려해 의료광고 심의에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박찬경 치협 법제이사는 “자율징계권이 없다보니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령 서울대 상표가 포함된 의료광고의 경우 서울대 산학협력단의 허가 서류를 함께 제출토록 해 심의하고 있는 만큼 심의 대상 매체에 허위 경력을 기재하는 등 위법 사례가 파악되면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