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라는 사회에 거의 20여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출근하고 학생들 교육하고 환자분들 진료하고 학교 일을 하고 항상 비슷해 보이는 일상에서 작년부터 보직 맡아서 학교일이 늘어난 것이 약간의 차이입니다. 퇴근하고 집안에 밀린 집안 정리하고, 학교나 학회관련 일로 외부 출장가고 나이 먹어가니 다니는 병원이 늘어났고 글 몇 줄로 적으니 단순하고 간단한 일상의 반복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서 사는 생활은 치열한 전쟁 같습니다. 주당 업무시간 이런 개념은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사회가 점점 변함에 따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은 늘어나고 더 살펴야 하고 더 챙겨야 합니다.
같지만 같지 않은 일상에서 매너리즘에 빠지고 어느덧 틀에 박힌 일상에 안주하고 나보다는 주변 여건을 더 탓하게 되고 불평이 늘고 다른 분의 어려움을 생각하기 보다는 타인을 탓하게 되는 내 자신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학교에 처음 들어 올 때 마음 먹었던 것은 사그러지고 나 자신도 없어지고 있었던 거지요.
우리는 치과라는 분야에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 살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 전혀 다른 분야를 배우기를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내 자신 되살리기 프로젝트로 차(tea)에 대해 배워야겠다 하고 겁 없이 디지털대학의 차분야 쪽에 등록을 했습니다.
이것이 제 멈춤의 하나입니다. 겉으론 단순하지만 하루하루가 치열한 일상에서 차(tea)에 입문하면서 일종의 멈춤을 시도한 것입니다. 저녁과 주말에 잠시 멈춤으로 새로운 재미에 빠져 향학열을 불태우는데 코비드의 역습이 시작되어 시간적으로 쫓기며 온라인 강의 준비를 하면서 온라인 강의를 들어야 했고, 온라인 시험을 보면서 온라인 시험 준비를 해야 하는 묘한 고리속에 끝까지 밟아 나갔습니다. 지금은 그때 멈춤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내 50대의 큰 획을 긋는 행운의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제는 매일 차 한 잔과 더불어 하루를 멈추고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하며 refresh와 self-healing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하나의 멈춤은 기록입니다. 처음엔 글로 시작하여 하루를 간단히 기록하였고 지금은 사진과 함께 합니다. 핸드폰의 사진기능을 이용하기도 하고 더 기억하고프거나 조금 더 상세히 남기고픈 것들은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어느 날 문득 아는 도예가 선생님께서 사진을 배우는 데 같이 하자고 권유하셔서 쉽게 생각하고 사진을 배우는데 일단 덜컥 발을 딛고 보니 아주 트레이닝 강하기로 유명한 강의였고 속으론 이제 큰일이다~ 하고 시작했지만, 인문학적이고 철학이 깃들어 있어 사물과 상황을 보는 또 다른 눈과 마음을 여는 멈춤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것이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 알기도 어려움에도 매일 같이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다사다난한 현재의 세상에서 종종 거리며 살아가는 데 있어 스스로 만드는 자신만의 소소한 멈춤은 자신을 자신으로 존재하게 하는 굳건한 디딤돌입니다. 앞으로 어떤 멈춤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멈춤으로 세상을 아우르고 같이 하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고, 지금은 일정테두리 안에서 기여하지만 언젠가는 더 넓은 세상에 다른 형태의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