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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 휩쓴 딥페이크 ‘공포’ 치과도 안전지대 아니다

유명 아나운서·쇼호스트 등장 불법의료광고 ‘우후죽순’ 
노골적 가격 할인 홍보 일색, 유명인 당사자는 “몰라”
유명 할리우드 배우도 치과보험 광고 도용 피해 호소


“속보입니다. 임플란트 30만 원, 역대 가장 파격적인 할인입니다. 놓치면 다음은 없습니다.”


유튜브 쇼츠에 한 유명 아나운서가 등장한다. 뉴스 형식을 띠었지만, 해당 영상은 다름아닌 ‘딥페이크’ 기술로 제작된 가짜 영상이다.


최근 딥페이크를 악용한 신종 디지털 범죄가 전 국가적인 파장을 일으킨 가운데 치과 분야에도 이처럼 마각을 드러내 환자들을 속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심층 학습을 뜻하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Fake)를 합한 단어로 특정 인물의 얼굴과 목소리를 학습해 모방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 영상은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다.


현재 전국은 딥페이크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다. 최근 여학생·교사·여군을 상대로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텔레그램 대화방이 발견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그간 딥페이크에 대해 지속 제기돼 왔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치과 분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딥페이크를 통한 영상이 유명인을 내세운 불법의료광고, 의료인 사칭을 통해 잘못된 의학 정보를 생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튜브 등 SNS에서는 임플란트 가격 할인 소식을 전하는 뉴스 영상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당연히 실제 뉴스는 아니고, 딥페이크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이다. 유명 아나운서와 쇼호스트의 얼굴로 딥페이크된 AI 아바타는 “지대주·지르코니아·크라운 포함 30만 원, 3일간 이벤트”와 같은 멘트를 브리핑 한다. 이어 영상이 끝나면, 병원 예약이 가능한 랜딩 페이지로 유도해 환자 DB를 수집한다. 영상 조회수는 많게는 수십만 건에 달한다.

 

유명인을 전면에 내세운 임플란트 대중광고가 흔한 세태가 됐다지만, 딥페이크된 유명인이 노골적인 가격 할인 홍보 멘트도 서슴지 않는 불법의료광고에 이용된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문제가 심각하다. 또 딥페이크를 잘 모르는 환자일 경우 진짜 뉴스 영상으로 오인할 소지도 충분하다. 특히 유명인 당사자가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당사자인 아나운서는 “저렇게 영상이 활용될 줄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밝혔다.


해외 치과·의료계에서도 딥페이크 기술의 표적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할리우드 배우 톰 행크스는 딥페이크로 생성된 자신의 아바타가 치과 보험 광고에 이용됐다며 피해를 호소한 바 있고, 새 치료법과 특효약을 홍보하는 광고가 허락 없이 딥페이크를 통해 양산되고 있다며 규탄했다. 또 유명 의사인 마이클 모슬리의 생전 모습을 딥페이크 해 고혈압과 당뇨 치료제를 판매하거나, 심지어 대마초 젤리를 판매하는 기막힌 사례도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국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올 초 미국 상원에서는 페이스북, 틱톡 등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묻는 청문회를 열었고, 유럽은 플랫폼 기업에 불법·유해콘텐츠·가짜뉴스 확산을 막도록 책임을 부과한 디지털 서비스법(DSA)을 시행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최근 딥페이크 피해영상물 탐지·삭제요청 자동화 추진 등 강력대응 할 것을 밝혔다.


정휘석 치협 법제이사는 “딥페이크로 유명인이 실제 광고한 것처럼 하는 문제가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며 “명확한 규제와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유럽에서 통과된 AI 규제법을 하나의 로드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