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역에 ‘메디컬존’이 확대 조성되는 등 병·의원 개원 입지에 지하철역이라는 새 선택지가 제시되고 있다. 다만 그 명암도 짙어 개원에 신중해야 한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말 메디컬존 확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메디컬존은 지하철 역사 내 병원과 약국으로 구성된 상가를 말한다. 역삼역, 종로3가역,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합정역, 강남구청역, 면목역, 학동역, 논현역에 등 총 8개 역에 자리하고 있는데, 향후 역촌역, 사가정역, 용마산역, 장지역도 추가해 총 12개 역으로 메디컬존이 확대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메디컬존은 주로 약국이 다수를 차지한다. 의원은 역삼역(정형외과·피부과), 종로3가역(내과), 디지털미디어시티·강남구청역·면목역·학동역·논현역(가정의학과) 등 총 8곳이 입점해 있다. 다만 치과는 아직 없다.
지하철역 상가 개원은 최근의 일이다. 2021년 전까진 병·의원 개원은 근린생활시설로만 한정돼 있어 건축물대장이 없는 지하철역 상가에는 개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후 도시철도법이 개정되면서 건축물대장 없이도 편의시설 관리대장이 있으면 개원이 가능해지게 됐다.
서울교통공사는 메디컬존이 시민에게는 의료접근성 향상, 의료인에게는 지상에서 포화된 개원 경쟁을 타개할 새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임대상가 이용 고객만족도 설문조사에도 ‘의원·약국’ 신규 입점·확대를 희망하는 응답이 23%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또 다수의 유동인구를 바탕으로 한 신환 유입, 시야 집중을 통한 마케팅 효과, 주변 상가와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등이 장점으로 언급됐다.
다만 지하철역 상가가 일반 상권과 비교되는 장점만큼 단점도 적잖다는 경고도 뒤따른다. 특히 지상 상가에 비해 높은 임대료가 부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역촌역과 사가정역 상가만 보더라도 입찰 시작가가 5년 7억6842만 원으로, 월세 환산 시 1280만7208원이었다. 특히 이는 감정가로 나온 시세일 뿐 상가 입찰이 경매로 진행되기에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역촌역과 사가정역도 입찰에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서 결국 유찰됐다.
나아가 지하상가 특성상 공간이 협소하고, 안전과 위생에 취약하며, 배후인구가 아닌 유동인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권분석전문가인 박균우 두레비지니스 대표는 “충분한 공간 확보가 필요하고, 경쟁이 치열한 치과보다는 가정의학과처럼 다양한 질환을 진료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진료가 가능한 과목이 유리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