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 구름많음동두천 12.7℃
  • 구름조금강릉 15.4℃
  • 서울 13.1℃
  • 흐림대전 13.7℃
  • 구름많음대구 14.2℃
  • 맑음울산 15.4℃
  • 구름조금광주 13.9℃
  • 맑음부산 16.8℃
  • 구름많음고창 15.5℃
  • 구름많음제주 18.2℃
  • 구름많음강화 13.1℃
  • 흐림보은 12.3℃
  • 구름많음금산 14.2℃
  • 구름많음강진군 15.2℃
  • 구름많음경주시 14.7℃
  • 맑음거제 15.2℃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고장난 PC 바꿨더니 CT 먹통…개원가 ‘속수무책’

윈도 구버전만 호환…고가 부품 교체, 중고 PC 대체 미봉책
CT·PC 수명 근본적 차이 예견 불구 대책 미흡 민원 잇따라
치과병·의원 CT 21% 10년 넘어…유사사례 지속 전망 우려

 

멀쩡하던 CT가 기기 자체의 결함이나 고장이 아님에도 먹통이 되는 사례가 빈발해 개원가에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CT가 윈도 구버전을 기반으로 한 특정 컴퓨터에만 호환되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 같은 이유로 고가의 부품을 교체하거나, 중고 컴퓨터를 구매하는 방법 외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데 있다.


서울 마포구의 개원 30년 차인 A원장은 10년 전 큰맘 먹고 5600여만 원을 들여 CBCT를 장만했다. 그간 별 탈 없이 작동하던 CT에 문제가 생긴 건 3년 전, 기기와 연결된 컴퓨터가 고장 나면서부터다.


최신 컴퓨터로 교체하면 된다고 대수롭잖게 여겼으나, 해당 CT가 구버전인 윈도7을 기반으로 한 특정 구형 컴퓨터에만 호환이 된다는 업체 측 답변을 받았다. 최신 버전인 윈도10, 11과 호환되려면 1000만 원을 들여 CT 자체의 부품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 4년에 불과한 무상 A/S 기간은 이미 끝난 상태로, 비용이 부담스러웠던 A원장은 임시방편으로 중고 컴퓨터를 구매했다. 하지만 해당 컴퓨터도 얼마 못 가 최근 고장이 났고, 그 이후에 구한 컴퓨터도 하루 만에 또 고장이 나버렸다.


A 원장은 “CT 구매 당시 컴퓨터 호환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충분한 안내는 없었다. CT가 먹통이 되면 한 주간 환자 예약은 우선 다 미루거나 취소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사용 중인 중고 컴퓨터도 언제 고장 날지 모르고, 중고 컴퓨터를 구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해당 CT와 호환되는 중고 컴퓨터를 추가로 치과에 쌓아놓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개원가에서는 CT와 컴퓨터 수명은 서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필연적으로 문제가 예견됐음에도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윈도7의 서비스 종료 시점인 지난 2020년 이래 특정 업체에 국한하지 않고 개원가 전반에 유사 사례들이 발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의 개원 10년 차인 B원장도 “4년 전 보안 문제로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려 했으나, 추가 비용이 요구돼 그만둔 적이 있다”고 밝혔다.


전국 치과병·의원 CBCT 사용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1만6100대 중 연식이 10년 넘은 장비가 21%(3385대)로 적잖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컴퓨터의 경우 최근 IT 발전, 정보 보안의 중요성이 강화되며 사용 연수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고, 윈도 업데이트로 인한 구버전의 서비스 종료 시기도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때문에 CT와 컴퓨터의 호환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 같은 유사사례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 측 관계자는 “장비 구매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경과했고, 윈도 업데이트는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무상 A/S 기간을 5~10년으로 늘리거나, 자재·수리비 할인, 호환되는 추가 컴퓨터 모델을 찾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협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송호택 치협 자재·표준이사는 “현재 접수된 민원 건수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가 지속될 경우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회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