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3개월여에 걸친 송사 끝에 자신의 진료에 대한 정당성을 법적으로 확인한 한 치과의사의 소신이 화제다.
특히 이 같은 사례는 최근 개원가에서 빈번하게 발생되는 신경 치료 시 파일 분리(file separation) 관련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환자들의 지나친 요구나 욕설 등 업무 방해 행위로부터 치과의사의 진료권을 방어하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원 중인 치과의사 A 원장은 2년 전 “양쪽 어금니가 씹을 때 아프다”며 내원한 만 40세 주부 환자 B씨에게 치수염과 만성치주염 등의 진단을 내리고 수차례 신경치료를 한 후 크라운을 씌웠다.
하지만 9개월 후 B씨가 통증을 호소했으며, 이에 다시 신경치료를 하게 됐다. 2번에 걸쳐 재치료하던 중 환자가 더 이상의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 남편이 찾아와 소란을 피우고 전화로 압박을 가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던 A 원장은 환불을 원하는 B씨에게 충치치료, 신경치료, 잇몸치료 등을 포함한 치료비 전액을 돌려줬고 B씨도 더 이상 내원을 하지 않으면서 분쟁이 이대로 종결되는 듯 했다.
# “파일 분리만으로 신경치료 실패 아냐”
사건은 지난해 여름 B 씨가 인근 치과대학병원에서 재신경치료를 받던 중 파일 조각이 발견됐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보상금을 A 원장에게 요구하면서 재점화됐다.
특히 B씨는 잘못된 치료로 몸무게가 10kg이 빠지고 정신 건강이 악화되는 등 고통을 받고 있다며 결국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A 원장을 형사고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는 지난 9월 30일 A 원장에 대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통지했다. 불기소 결정서에서 검찰은 “파절된 파일이 신경관 내에 잔존하는 상태에서 발생한 근단성 치주염은 파절된 파일 때문이라고 단정적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 “파일이 파절됐다고 해 곧 신경치료의 실패를 뜻하는 것은 아니고 후유증 없이 정상 기능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전문가 집단의 감정결과를 인용, B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사례를 접수하고 조력한 노상엽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은 “파일이 분리됐지만 이 같은 경우에도 치료결과가 나쁘지만 않으면 파일 분리 자체가 의료사고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 검찰, 환자 업무방해·모욕 인정
하지만 A 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개인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환자의 어려움과 고통에 공감하고 그 해결을 위해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기술을 다해야 한다는 치과의사의 진료철학이 폄훼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환자 남편, 지인 등을 동원해 치과를 수차례 방문, 진료 중 진료실에 무단으로 들어와 대기 및 진료 중인 환자 앞에서 욕설과 폭언 등 인신공격을 한 일련의 행위에 대해 A 원장은 결국 형사고발했다.
이에 대해 지난 7월 해당 지방검찰청은 업무방해와 모욕 혐의로 환자 B 씨 등 3명에게 벌금 250만원의 처분을 내렸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난 2012년에도 있었다. 서울지역 치과에서 진료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린 환자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환자 본인은 50만원의 처벌, 가족들은 기소유예 처분을 각각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