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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환자딸도 치료원한 ‘신뢰치의’ 감동

2년3개월 간 송사 치른 A원장... 친딸·친척 여전히 진료 ‘화제’

지난 10월 20일자 치의신보 1면 첫 머리 기사였던 ‘의료분쟁 소신대응 개원의 치의 자존심 찾다’에 대한 일선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신경 치료 시 파일 분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이끌어냈다는 평가에서부터 치과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을 재확인한 소신있는 행동이라는 찬사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답지했습니다.

이에 당사자인 A 원장의 치과를 직접 찾아 이번 소송의 막전막후를 직접 들어 봤습니다. ‘소영웅주의’를 경계하는 한편 겸손한 마음가짐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그의 요청으로 이번 인터뷰는 익명으로 게재됩니다.

그의 진료실은 아늑한 초가을 햇살 아래 내내 평안했다. 왜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게 됐는지 그 배경을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A 원장은 “처음부터 내 진료가 잘못됐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우문에 현답을 내놨다.

하지만 그는 “환자와의 소송이 결코 행복한 경험은 아니었다”는 말을 시작으로 2년 3개월여 간 진행된 송사의 서두를 꺼냈다.


A 원장은 “어릴 적부터 어렵게 컸다. 대학 때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개원을 했고 개원 당시부터 이 자리에서 은퇴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하지만 환자 한 명 때문에 이 모든 행복이 무너지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법을 이용하지 않으면 정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환자에게) 자신이 열심히 진료를 했고, 결코 잘못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비록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지만 지난 2년 여 동안 그와 가족, 치과직원들이 겪었던 고초는 결코 적지 않았다. 이런 일이 아니었다면 A 원장이 결코 가지 않았어도 될 경찰서나 검찰청을 모두 7번이나 방문했기 때문이다.


# 진료 중 모욕에 속으로 ‘피눈물’

“잘못이 없는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당시 심경을 설명한 A 원장은 “좁다면 좁은 지역 사회에서 이런 식의 소문은 빨리 번지게 마련이라서 특히 집사람을 비롯한 가족들의 마음고생이 무척 심했다”고 토로했다.

환자 남편이 소속된 지역 노조의 시위 위협, 실제 진료실에서의 욕설과 폭언 등 A 원장의 수난은 계속됐다. “어느 날은 진료 중인 체어사이드까지 와서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데 진료를 하면서 듣고는 있는데 속으로 피눈물이 났죠. 집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안 보이려고 최대한 노력했지만 그 사람도 힘들었을 겁니다.”


그는 어떻게 ‘늪’에서 빠져나왔을까. A 원장은 신앙과 가족, 따뜻한 동료애, 그리고 자신을 믿어 준 환자들을 동력으로 꼽았다.


특히 “환자에게 받은 상처를 환자로 치유했다”는 그의 말처럼 A 원장과 환자들의 유대는 그 와중에도 무척 단단했다. 체어사이드에서 환자측의 폭언을 같이 듣던 그 대학생 환자는 아직도 A 원장 치과에 내원하고 있다.


심지어 갈등의 당사자인 환자의 친딸과 친척들이 분쟁 당시에도 A 원장의 치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은 그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가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 분쟁해결 씨앗 된 ‘따뜻한 동료애’

A 원장이 지역 치과계에서 했던 활동 역시 도움이 됐다. 지부 및 시회는 물론 학회나 스터디 모임, 합창단 등 지역 치과계 커뮤니티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온 그는 “문제가 생기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주변과 이를 나눠야 한다”며 “이번 분쟁 역시 창피해 하지 않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렸고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지역 노조 차원의 개입을 중재한 사람이 그의 이웃 치과 원장이었고, 고충을 함께 나누고 조언을 해준 이들 역시 가까운 동료 치과의사들, 그리고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였다.


소송을 끝내고 보니 아쉬운 점도 있다. A 원장은 “파일 분리에 대해 무조건 실패했다는 식의 죄의식을 가질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이 부분에 대한 학술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됐으면 한다”며 “신경치료의 낮은 수가 역시 이런 종류의 분쟁을 원만하게 해결하는데 있어 걸림돌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예방주사를 맞고 더 단단해진 느낌”이라며 “오래 참고 믿고, 기다려준 아내와 항상 건강하고 해맑게 자라주는 두 아이들과 이런 화목한 가정을 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 어떤 순간에도 원장을 지지하고 믿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직원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