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쟁 중에 오히려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는 개원의들이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채무부존재확인 소송 등 정당한 진료권 방어를 위한 목적이 대부분인데, 의료분쟁에 대한 인식 및 환자와의 관계 변화가 소송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과의사 A 원장은 자가골 이식을 동반한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내원한 환자에게 골다공증 약을 복용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를 한 후 시술을 진행했다. 문제는 환자가 이를 무시하고 골다공증 약을 복용한 것.
사건을 접수한 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인 현대해상 측은 자문내용을 토대로 의료사고가 아니며, 또 골다공증 약 복용에 대한 사전고지를 한 바 설명의무 위반에도 포함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환자가 계속 지나친 불만을 제기하자 오히려 A 원장이 현대해상 측에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요청해 진행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은 말 그대로 환자에게 지불할 채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소송으로, 최근 개원의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이른바 ‘진상환자’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방편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진상환자’ 증가에 소송도 ‘UP’
치과의사 배상책임보험의 손해사정업무를 맡고 있는 ㈜서진손해사정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손해사정 과정에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소송으로 번지는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며 “특히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경우 젊은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활용 사례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환자와 치과의사 사이의 관계 설정이나 성향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최근 들어 크게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블로그 등의 루트를 통해 의료 분쟁에 대한 악의적 정보를 먼저 접한 환자들이 수천만 원 대의 위로금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심지어 치과의사의 과실이 없다는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지나친 요구에 시달리던 개원가에서도 ‘어떻게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느냐’는 생각에서 조금씩 벗어나 적어도 ‘진상환자’로부터 진료권을 정당하게 지켜내야 하지 않느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개원의가 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놓고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벌금형을 이끌어 낸 사례도 있다.
#소송 남발 결국 치과계에 ‘부메랑’
하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송보다는 환자와의 적극적인 소통, 대화가 우선순위라는 조언이다.
또 소송을 남발할 경우 치과의사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소송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의 증가 역시 문제다. 우선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을 근거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할 경우 변호사 선임 등 기본비용이 만만치 않다.
배상책임보험을 이용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경우도 본인에게 비용을 따로 받지는 않지만 결국 비용 부담이 전체 치과의사들의 보험금 상승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소송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