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신사역 사거리. 도로변 주요건물은 성형외과 간판으로 가득 차 있다. 업계 선두라 불리는 B성형외과, J성형외과 등을 비롯해 크고 작은 성형외과 간판이 압구정 일대로 이어진다.
특이한 점은 이들 성형외과 간판들의 상당수가 중국어로도 제작돼 있다는 것. 중국어 간판을 내건 성형외과 건물로 무리지어 들고나는 중국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언뜻 성형한류의 현장으로 볼 수 있는 이 장면의 이면에는 중국자본과 연계돼 있는 한국 성형외과 시장의 그림자가 있다. 성형업계 관계자는 “중국어 간판을 내건 성형외과의 상당수는 중국 사업자와 비합법적 커넥션을 맺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들 성형외과의 운영형태는 중국 현지에서 영리병원 운영경험이 있는 중국자본과 협력관계를 맺고 일정 수 이상의 환자공급을 약속 받는 대신 병원의 수익구조를 나누는 방식을 취한다.
업계 관계자는 “환자의 일부만을 중국인으로 하는 성형외과에서부터 병원 전체 수익을 중국환자에게만 의존하는 병원까지 중국 사업자가 가지는 국내 지분이 10~100%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성형외과들이 국내 환자로는 성장의 한계가 오자 성형수요를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돌리면서부터 시작됐다.
합법적인 외국인 의료관광객 진료의 경우 정부에 공식 등록된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야 하며 이 경우 15~30% 수수료를 낸다. 그러나 이 구조를 거치면 수가가 노출되고 실질적으로 큰 매출을 올리기 힘들다.
# 경쟁적 가격덤핑 등 부작용 심각
이를 중국자본이 직접적으로 파고들었다. 북경과 상하이, 대만 등에서 영리병원을 운영해 재미를 본 중국자본이 자국 내에서 우수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열망이 큰 고소득 계층을 한국 성형외과와 직접 연계하는 사업구조를 만들었다.
한 성형업계 관계자는 “국내 성형외과와 연계된 중국 사업자가 자국 내에서 한국의 해당 성형외과를 자신들의 병원이라고 홍보하며 환자를 모집한다”며 “국내 성형외과들은 별도의 의료광고 비용이나 환자 연계 수수료를 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환자를 공급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강남 성형외과의 15~20% 수준이 중국자본과 연계돼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이 중국자본에 예속돼 병원이 운영되다 보면 국내 의료인의 결정권이 점차 떨어져 무리한 진료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이는 의료사고, 경쟁적인 덤핑진료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외국인 의료사고 수 중 중국 환자의 비율이 제일 높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접수된 총 233건의 외국인 의료사고 수 중 중국인이 차지한 수가 159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같은 시술이라도 연계 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인 시술가격에 중국 환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경쟁적인 덤핑으로 치닫는 수가체계는 성형외과 전반의 의료서비스 질을 낮추고 있다.
이 같이 비합법적으로 중국 환자들을 유치해 진료하는 경우 병원의 매출액이 정확히 잡히지 않아 탈세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 치과, 기업형 사무장치과 등장 우려
특히,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의 중국자본이 치과계로도 눈을 돌리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강남의 한 치과병원에 근무했던 관계자는 “일명 브리지로 불리는 브로커를 통해 어떠한 방식으로든 병원에 투자하고 싶다는 접촉이 들어왔다. 다른 치과들에도 접촉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치과의 경우 성형외과처럼 원데이 시술로 끝나는 진료가 쉽지 않고 중국자본에 대한 치과의사들의 반응도 탐탁지 않아 아직 연계되는 부분이 미비하지만, 중국자본이 치과계에 맞는 투자법을 찾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기업형 사무장치과로 치과계에서 문제가 됐던 한 네트워크 치과의 경우 중국현지에 분점을 세우는 등 중국자본과 연계되고 있어 이 치과의 운영형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한 병원경영 전문가는 “중국자본에 의한 현지 환자 공급은 언뜻 보면 해외환자 유치 갔지만 결국 재주는 한국의 의사가 부리고 돈은 중국 사무장이 버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이 심화되면 한국 의료의 앞날은 매우 어둡다”며 “치과의 경우 중국자본을 등에 업은 거대 기업형 사무장치과가 탄생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