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 개원한 지 언 28년이 다 돼 가는 가운데 주위의 후배 치과 선생님들과 점심을 1주일에 한두 번씩 먹은 지도 비슷하게 된 것 같다. 요사이에는 직원 걱정, 환자 걱정으로 젊은 선생님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다사다난한 우리 치과계도 빨리 안정돼 화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글 쓰는 재주가 특별히 없어 가끔 기분 전환하기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권해보고 싶다. 이전에 경기도 양평에 친척 초가집이 있어 40대 나이부터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님을 모시고 장작불 때는 재미로 자주 들락거렸다.
올림픽 도로를 타고 미사리를 지나 퇴촌 방향으로 가면 좌측으로 팔당댐이 보이고 호수를 따라가다 보면 분위기가 호젓하다. 광동삼거리에서 좌회전 후 30여분 가면 우측에 바탕골 미술관이 있다. 전에는 백남준 작품과 어린이 공작실이 있었다. 가족이 관람하기에 부담이 없다.
이어서 강상면 방향으로 직진하면 좌측에 힐하우스라는 넓은 정원을 가진 레스토랑이 있는데 남한강을 조망하며 야외에서 아이스크림, 커피를 마시며 쉬기 좋다. 시원한 남한강 바람에 가슴이 확 트인다.
다시 직진하면 양평대교가 나오고 건너면 좌측에 들꽃수목원이 나온다. 남한강 강변에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수목원에 꽃이 만발해 있다. 산책코스로는 부담이 없고 어른, 아이 모두 즐길 수 있다.
점심때가 되면 근처에 유명한 옥천냉면이 있어 쫄깃쫄깃한 면발을 즐길 수 있다. 시간이 남아 한화콘도가 있는 신복리 방향으로 가면 농다치고개가 나오고 고개 위에서 중미산 계곡 방향으로 좌회전하면 정배리 문호리로 가는데 가을에는 각양각색의 허수아비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여기서 명달리 노문리 방향으로 가면 유명산으로 이어진 깊은 계곡과 때 묻지 않은 오지의 경치를 볼 수 있다.
남한강이 잔잔하고 폭이 좁다면 북한강은 광활하다. 수입리에서 북한강변을 따라 양수리로 내려오면 경치가 아름다워 눈이 떨어지질 않는다. 양수리에는 두물머리 연꽃수목원을 둘러볼만하다. 두물머리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수되는 지점이고 새벽안개가 아늑하다. 그리고 주위에 수십 년 된 떡집이 있는데 원두커피를 겸해 사 먹을 만하다.
양수리에서 다리를 건너면 운길산 중턱에 수종사란 절이 있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는 북한강 경치가 일품이다. 전에 들렀을 때 스님이 새끼 송아지만한 삽살개를 2마리 키우고 있는데 모습이 부처님을 닮았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조안에 오면 기와집 순두부에서 음식이 깔끔하다. 이제 팔당대교를 지나 올림픽로를 타면 하루가 지나간다. 봄바람 불면 생활이 지루하면 기분전환 하러 한번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6개월 전쯤 그동안 애들 초등학교 때부터 살던 강남을 떠나 과천으로 이사했다. 가족이 모두 동의해서 이의는 없었다. 교통은 더 불편했지만 분위기는 더 전원적이다. 그동안 자주 가던 우면산 예술의 전당 대신 관악산, 서울대공원이 지근거리다. 신혼 초에 살던 곳으로, 본가가 있던 곳으로 귀향한 꼴이다.
개원 초기 한동안 어려웠던 시기 일요일마다 관악산을 올라 마음을 달랬다. 얼마 전 외국에 있던 딸이 잠시 돌아와 산책하며 아이들이 태어난 집과 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알려주며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조만간 아들마저 해외연수를 떠나고 나면, 우리 부부만 남아 전에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가던 서울대공원 길을 수없이 걷게 될 것 같다.
조용진 조용진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