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인지라 여행길에서도 구강용품이 제일 먼저(?) 보였다. 아니, 먼저 보였다기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가장 많이 진열된 탓에 의도와는 상관없이 시선을 강탈당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지난 5월과 6월, 일본 큐슈지방을 여행하고, 그 나라가 구강용품을 대하는 의식에 대해서도 엿보는 시간을 가졌다. 후쿠오카 시와 나가사키 시 등지를 중심으로 돌았다. 제한된 표본이지만, 디테일이 담고 있는 일반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지 관계자의 자문도 구했다.
일본은 구강용품 분야에서는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의 할인마트에 해당하는 마트에 들어가면 대개 초입에 구강용품이 진을 치고 있고, 매대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큰 편이다. 특징은 치약의 종류보다 칫솔의 종류가 월등히 많다는 점.
세계 각국의 치의학박물관, 치의학 사적에 조예가 깊은 권 훈 원장(대한치과의사학회 정책이사)은 “일본은 일단 LION이라는 걸출한 구강용품업체를 보유한 나라이기도 하고, 구강용품의 종류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성을 보인다”면서 “우리나라가 주로 치약위주로 구강용품 시장이 형성돼 있다면 일본은 칫솔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쓰임새와 연령별에 맞게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둘러본 결과 일본 시장에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당길 만한 다양한 제품군이 전시돼 있다.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인기캐릭터 칫솔이 눈에 특히 많이 띄었고,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휴대 전동칫솔 같은 제품도 다양하게 분포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저가 생활용품 점에 가면 잇솔질을 테마로 한 코너가 따로 존재, 디자인과 실용성, 가격경쟁력까지 두루 갖춘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었다.
생활용품점의 한국인 직원 권 모 씨는 “치아 모양으로 칫솔을 꽂을 수 있는 칫솔꽂이가 특히 인기가 많다”면서 “이곳은 저가이면서 구강용품이 매달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잘 팔리는 편이고, 잘 보이는 곳에 전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강용품과 잇솔질에 대한 관심은 예방치의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일본 치의학계의 노력에 비례한다.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예방치의학 분야를 공부했고, 최근 일본구강위생학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한선영 교수(연세대 치위생학과)는 “35년 넘게 계속구강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치과를 견학한 적이 있는데, 60대 할머니가 딸과 손주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구강관리를 받고 가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이들도 치과에서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을 만큼 일본에서 예방진료가 환자들과 매우 친숙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첨언했다.
# 일본 구강용품 시장 ‘호황기’
일본 구강용품 산업 역시 호황기를 예고하고 있다. 올해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대형슈퍼 일용품 구매담당 137명을 대상으로 ‘2017년 성장품목’을 조사한 결과, 칫솔·치약이 올해 성장 예상 품목 3위에 올랐고, 틀니관련 상품이 4위, 가글액이 5위에 오르는 등 구강용품이 선두그룹을 점유했다.
후지경제연구소는 이런 현상에 대해 “소비자의 구강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를 배경으로 고기능·고부가가치 제품이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구강관련 제품이 2013년 3573억엔에서 2017년 3973억엔(4조 4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예방진료를 하며 관련세미나를 병행하고 있는 박창진 원장 역시 “일본은 선진국이고, 대표적인 고령사회라 우식경험지수는 우리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치주질환이 이슈일텐데, 치주는 관리와 유지의 대상이다. 삶의 복지, 노령화와 관련된 구강용품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연구소는 고령자 인구 증가, 재택 간병 증가로 고령층 간병용 구강용품의 2016년 시장규모가 전년대비 2.7배 성장한 99억(1007억 원)엔에 달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