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마지막 주말의 밤은 매우 잔인했다. 이태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고는 전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당시 매 시간마다 들려오는 뉴스는 고통이었고 칼로 가슴을 베이는듯한 아픔을 느껴야만 했다. 300여명의 사상자. 무엇이 잘못된 걸까. 사고 직후 정부는 11월 5일까지 추모기간을 선정하고 정쟁을 자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자고 했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사고의 원인부터 크라우드 매니지먼트(crowd management·군중 관리) 시스템의 부재문제, 수많은 신고전화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던 문제 등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사고의 원인과 재발방지책은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 지휘체계의 문제가 있었다면 이 또한 책임여부를 철저히 따져 그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하늘로 간 이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8년 전에도 10대들이 대형참사를 겪었던 일을 생각하면 되풀이 되는 이런 대형 사고는 분명히 정부와 정치인들의 잘못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우리 같은 의료인들의 책임도 적지않게 있다고 본다. 정부나 정치권이 제대로 이러한 시스템을 마련했는지를 같이 검토해 보고 부족할 경우 적극적인 개입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타인이 저술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정신적 배설물 속에서 진주를 찾는 것이 아니라 배설물로 양질의 거름을 만들어 흙에 묻고 그 위에 씨를 뿌려 새로운 생명이 자라게 하는 것이다.(둥근돌의 생각). 2016년부터 10월부터 고전 글쓰기를 하고 있다. 논어 첫 문장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慍 , 不亦君子乎?” 를 시작으로 대학을 마치고 중용을 중간정도 쓰고 있다. 한문에 대해 전혀 문외한으로 고전을 읽다보니 약간의 욕심이 생겨 조선대학교 평생교육 강좌인 한문 한자 교육과정에 등록하여 공부를 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교수님께서 장자를 강의 하신다. 평소 장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중용을 접어두고 장자 글쓰기를 시작하였다. 고전 글쓰기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오전 9시 30분부터 진료를 하여도 진료를 하지 않는 시간이 태반이 넘는다. 하루에도 몇 번 같은 News를 뒤적인다. 진득하게 책을 읽기도 힘들다. 책을 읽다가 환자가 오면 읽던 책을 접어두고 진료를 하여야 한다. 독서는 리듬이 중요하다. 그럴 때 고전 읽기를 하며 나오는 한자를 써본다, 학(學)자는 臼(절구 구) 爻(효 효, 세상의 모든 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우크라이나발 경제 위기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잘나가는 분야가 바로 명품시장이라고 한다. 명품가방 제품 가격을 7~17% 인상하겠다고 하자 인상 전날 새벽부터 소비자들이 제품을 사기 위해 문이 열자마자 달리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고 해외여행 급감으로 면세점에 쌓여 있던 명품 재고가 온라인으로 처음 풀렸을 때는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마비되더니 인터넷 판매 시작 4시간도 채 안 돼 200개 넘는 품목의 90%가 품절되기도 했다. 길거리에서 명품 고가 제품을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명품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이다. 19세기 초, 지금처럼 대량 생산을 하는 것이 아닌, 수공예로 직접 제작하는 방식으로 옷을 만들었기 때문에 독창성과 예술성과 희소성이 상류층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삶의 이미지가 점점 명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투자를 제외한 지출의 약 72%는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는데 카드사는 보유하고 있는 고객 결제 정보, 가맹점 정보 등 소비 데이터로 고객이 언제, 어디서 돈을 쓰고 있는지에 관
손녀가 다니는 어린이 집에서 할아버지가 치과의사라는 것을 알고 한 번 와서 치아에 대해 이야기 하며 놀아달라고 하여 갔었던 일이 있었다(사진). 아이들은 활달하였다. 오히려 필자의 손녀가 선뜩 다가서지 못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눈이 말똥말똥해가지고 할아버지가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해 하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누구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고, 대학에서 형이랑 누나들을 가르치고 있다고도 이야기하였다. 이야기할 때 떠들지도 않고 진지했다. 필자가 원내생일 때도 아이들을 좋아하여 어린이 환자가 많아서 소아치과 case requirement를 제일 먼저 끝내기도 하였다. 소아치과를 전공할 뻔도 했었다. 질문하라고 하니까 매우 적극적으로 손도 번쩍 번쩍 들었다. 앞에 나와서 칫솔질에 대해 배운 것을 직접 해보기도 하였다. 주어진 시간이 끝난 후 사진을 찍을 때 필자의 무릎에 앉으려고 경쟁도 벌어졌다. 장난꾸러기 남자 아이가 먼저 내 무릎에 달려와 앉았다. 필자의 손녀는 오히려 뒷줄 왼쪽 끝에 서 있었다. 나중에 손녀한테 할아버지 잘했냐고 물으니 제일 재미있었다고 하였다. 아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이지만 선생님들도 만족해 하셨다고 하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처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문화를 우러러보던 시절이 있었다. 문화가 갖는 무형의 힘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던 시절에 할리우드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통해 수많은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악한 것과 정의로운 것에 대한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세뇌당했었다. 팝의 영향도 대단했다. 필자는 그리 해박한 문화해설가가 아니기에 단지 그냥 즐겼던 평범한 젊은 시절을 그린다면 당시에는 가요보다 팝에 열광했었고 그 노랫말의 저항성을 젊음의 상징인 양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렇듯이 문화가 갖는 힘은 대단하다. 국가나 정권이 요구하는 가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를 이루고 있는 기존 가치체계를 뒤엎고 새로운 가치 속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기도 한다. 21세기 들어 문화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유럽만이 문화 강국이던 시대가 서서히 아주 천천히 동양권으로 이동되고 있었다. 1990년대 말부터 일어났던 동양 문화의 바람을 이끈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였다. 처음에는 아이돌 댄스그룹들이 열광을 시켰고 이어 드라마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가 한류로 불리우며 동남아권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제 한류는 K-팝의 이름으로 전
지난 8월 22일 치의신보 평론에 통합치과학회의 성찰과 역할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의도치 않게 어떤 한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오해와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합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아니면 본질에서 빗나간 기사가 문제가 될수 있음을 인지합니다. 제 자신이 학회의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학회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그동안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자 하는 충정이었으나 학회에서 받아들이는 시각은 다르게 본 결과로 생각하고 정정보도를 요구한 바, 이를 수용하고 한 달간 나에게 쏟아진 비난을 감수하며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저의 지난 평론에 대해 먼저 학회와 학회 모 이사의 첫 번째 질문은 “본인의 직함은 무엇입니까?” 라고 질의를 하였습니다. 내부고발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면 당당히 학회 부회장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느냐? 그러면서 내부총질 이라는 표현으로, 왜 학회를 바로 잡아보려고 하지 않았느냐?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답변은 다음과 같습니다. 학회의 부회장겸 치과의사문인회장으로 직함을 갖고 있으나 협회에서 평론을 의뢰받고 글을 쓰면서 어느 학회를 대표하는 직함보다 일반적으로 글을 쓰는 일과 관련이 있는 치문회장이라는
온 국민을 열광시킨 한국 여자배구의 신화는, 2018 여름 팔렘방 Asian Game에서 시작되었다. 세계적인 레프트 공격수요 환상적인 디그의 여왕 김연경을 정점으로, 순발력과 체공력이 뛰어난 공격수 이재영 언니와, 항상 볼 끝을 살려서 띄워주는 세터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삼각편대를 이루어,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잔뜩 부풀었던 온 국민의 기대는, 난데없이 터져 나온 쌍둥이의 과거 학교폭력 폭로사건으로 여지없이 깨어지고, 메달의 꿈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여론이 들끓자 연맹은 가장 편리한 탈출구를 선택하여 쌍둥이의 퇴출을 결정한 것이다. 필자가 2021년 3월에 카톡방에 올렸던 글을 소개한다. “학폭 피해자에게 학교는 바로 현세의 지옥에 다름 아닙니다. 그러나 가해자가 치러야 하는 죄 값은, 단심 제 군중 재판(單審制 群衆裁判)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시효도 지나간 미성년자 시절의 범죄에 대하여, 마땅한 죄 값을 치르고 나서 다시 사회에 기여할 길을 열어주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러나 뜻밖에 일어난 전력(戰力) 차질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표팀은 예상외의 감투 정신을 발휘하면서 도쿄올림픽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
40대에 오레곤 포틀랜드에서 가족과 함께 2년간 살았다. 오레곤건강과학대학교(Oregon Health Sciences University) 교환교수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아들이 고2, 중1인 때라서 자녀의 학업문제로 혼자 갈지, 가족과 함께 갈지를 결정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항상 사표(師表)가 되는 존경하는 분께 상의하니, ‘가족은 함께 지내며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단말입니다.’라는 조언에 크게 공감되어 대입이 곧 다가올 아이와 함께 떠난 것이었다. 조언해주셨던 대로, 요즈음도 가족이 함께 모이는 때면 심심치 않게 포틀랜드에 살던 때의 여러 가지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곤 한다. 내 또래들이 70년대에 이민을 많이 갔다. 고교 및 대학 동창들이 포틀랜드를 비롯해 미국에 여럿이 자리잡고 있었다. 2년 지내는 동안 이민 온 동창들을 만나보면 나름 성공한 삶인데도 노년 들어서는 고국에 가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꿈인 경우가 많았다. 여우같은 짐승도 죽을 때는 자기가 태어난 동혈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수구지심(首丘之心)이 있는데, 사람으로서야 어련하겠는가? 당시 여름 휴가철에 엘에이(LA)에 사는 고교동창에게 놀러가서, 함께 태평양 바닷
일본 언론과 학계가 ‘2025년 문제’라고 불러온 것이 있다. 이것은 제 2차 세계 대전 종식 이후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가 후기고령자에 해당하는 만 75세에 진입하는 시기가 2025년이기 때문에 생긴 말로서, 의료와 요양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여 국민 의료비와 요양급여비가 크게 늘어나고 서비스 인력과 시설은 충분하게 공급되기 어려운 것과 같은 문제를 일컫는다. 그런데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전 총무상이 대표로 있는 민간단체인 일본창성회의가 발간한 일명 ‘마스다 보고서’는 2025년 문제를 넘어 2040년 문제를 이야기하였다. 현재의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2040년까지 일본의 절반에 해당하는 896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소멸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2040년 문제는 인구 감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경고하고 있다. 일본의 고령화 및 인구구조 변화로 야기되는 문제에 대해서 이치가와 등1)은 그의 저서에서 치과의 과제를 2020년 문제와 2040년 문제에 대해서 각각 정리하였다. 2020년에 대한 과제는 고령자의 치과의료이용을 높이고 치과에 내원하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현재 치과의원 이용률은 의원
첫 선을 본 것은 1998년 12월 말이다. 본과 3학년 기말고사를 마치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던 시기이다. 당시 59세인 아버님 소원은 환갑 전에 장남인 필자가 결혼을 하여 며느리를 맞이하는 것이었다. 말씀에 의하면 환갑이 지나면 세상과 인연을 마감할 운명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대학 2년 공보의 3년이 지나 결국 개업의 2년차에 지금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2022년 9월 아버님은 93세이다. 지금도 책을 보시고 글을 쓰신다. 어머님께서는 작년 88세에 임종을 맞이하셨다. 40대 중후반부터 대부분 사람들은 노후 돌봄에 대한 걱정을 지니고 살아간다. 하나는 부모님의 돌봄에 대한 걱정이다. 일상생활을 하는데 장애를 갖고 있는 부모님을 집에서 직접 돌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족 중에 누군가가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희생해야 가능한 처지이다 보니 걱정이 태산이다. 돌봄 시설에서 모시자니 그건 불효자식인 것 같아 진퇴양난의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에 더하여 5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노후 돌봄에 대해서 걱정을 더 하게 되는 그야말로 돌봄의 먹구름이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형국에서 살아간다. 돌봄 시설에 입소하면 환자복을 입고 지낼 때가 대부분이다. 직
코로나 방역 조치로 인원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한 3년 동안 개인사업자들은 매출이 줄어 대출 상환이나 임대료를 못 낼 정도가 되어 경영난으로 폐업을 한 곳이 많다. 8월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 원으로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해 40.3%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대출이 최근 2년 6개월 동안 70.7%(160조4000억 원) 증가했고, 3곳 이상의 금융권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33만 명으로 4.4배 늘어나 금융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8월 들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8만 명을 오르내리는 코로나 재확산에 기준금리 인상, 고물가에 따른 원재료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어렵게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은 다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6월 교외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실종된 초등생 초등학교 5학년 조유나 양 가족 사건은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가족은 5월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며 아이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했지만, 전남 완도에서 마지막 행적을 남기고 사라졌다. 경찰이 6월 24일 공개수사에 나서면서 언론을 통해 실종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많은 사람의 걱정 속에 어딘가에 건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