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0년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공모 안내서를 받았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도 융합형 교육을 시킨다고 한다. 문제만 잘 풀어서 되는 것이 아니고, 책을 많이 읽고, 대화도 많이 하여, 문제를 잘 풀면서 말도 잘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한다.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의 목적은 융합 연구가 가능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의사에게 기초의학, 자연과학, 공학 등 타 학문의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여, 1. 임상 지식과 타 학문이 융합된 의과학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여, 바이오-메디컬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융합형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고, 2. 융·복합 연구결과를 활용해 질병 치료 및 신약, 의료기기 개발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추진사업으로 ① 연구에 관심이 있는 전공의에게 임상 수련과 병행하는 연구 방법교육 및 연구 참여 기회를 제공하여, 전공의 수료 후 의사과학자(M.D.-Ph.D.) 진출을 지원하고(임상의학을 제외한 기초의과학, 자연과학, 공학 분야 및 연계전공을 통해 융·복합 의과학 연구 수행이 가능한 분야), ② 의사과학자 양성 인프라 구축을 하여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및 양성된 의사과학자 정착,
지난 추석 무렵 그리스 아테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대중가요 가사에 등장하면서 대한민국은 온통 나훈아의 <Again대한민국>신드롬에 빠져들고 말았다. 시청률이 무려 40%를 넘어서면서 장안의 큰 화제가 되었던 ‘테스형!’. 서양철학의 스승격인 소크라테스를 동네 형 불러세우듯 도발적인 가사는 어찌보면 불경스러울 법도 했지만, 소크라테스를 형!으로 불렀던 가수에게 가황(歌皇)이라는 극찬의 수식어를 붙여주는데 있어 대한민국은 주저함이 없었다. 인간으로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물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일갈하였거늘 ‘툭 내뱉은 말’이라 하고 ‘모르겠소’로 답한 나훈아의 ‘테스형!’ 이 외침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은 신기루 같은 인생의 여정에 대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 듯하다. 진료시간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아! 테스형~~ 아! 테스형~~’의 허밍은 나 역시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뇌의 배설이자 고백이 되어 이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민간의료로는 투자와 운영이 불가능한 취약분야와 필수의료를 해결하라고 있는 것이 바로 공공의료다. 우리나라는 전체 의료병상 중 공공의료병상 비중이 10%정도로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공의료의 기반은 공공지출을 통한 의료의 관리통제에 있지만 비용을 제한하면 유지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과거 적자운영을 빌미로 강제 폐업시킨 진주의료원사태를 통해 정부 및 지자체는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부족의 단면을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의사가 부족해서 진주의료원이 폐업한 것이 아니듯 의사 수를 늘린다고 지방의료원이 그저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난 7월 24일 2022년부터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골자로 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COVID-19 사태를 계기로 취약한 공공의료와 지역간 심한 의료격차라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내놓은 것이다. 얼마 전까지도 K방역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또 방역에 헌신하는 의료인에 감사한다며 캠페인까지 하던 정부가 뒤에서는 의사들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되는 정책을 준비 중이었다는 사
전설의 히치콕 감독은 ‘현기증(Vertigo)’의 참패를 만회하려고, 다분히 흥행을 의식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를 만든다(1959). 우연히 첩보전에 말려드는 아마추어와, 오만한 북구 금발미녀의 커플은 그의 전매특허다. 고해상도와 와이드스크린을 접목한 첨단기술인 비스타비전은, 35mm 네가 필름을 두 배나 잡아먹는 낮은 가성비 탓에 단명에 그쳤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비스타비전영화에 졸작은 없다. ‘Vistas of Orthodontics(展望)’가 서울대학교 교정과 초독회(抄讀會)의 첫 교재였던 때문일까? 이 책은 영화 ‘북북서’처럼 치과교정학의 고전이 되었다. 미국영화연구소 선정 위대한 미국배우(1926~60) 50인 중 남성 2위인 캐리 그랜트도 좋지만, 러시모어 산 화강암절벽에 새긴 네 대통령의 거대한 조각상을 넘나들며 벌이는 추격 장면은, 보는 사람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보글럼과 400여 조각가들이 만든(1927~41) 이 국립기념물에는, 워싱턴·제퍼슨과 링컨·루즈벨트의 네 대통령이 있다. 이들이 250년 역사를 통 털어 면면히 존경받는 이유는 위대한 업적에 못지않은 국민들에게 남긴 정신적인 유산에 있다.
약 1년 후인 2021년 10월 2일이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 기념일이다. 이는 1981년 4월 25일 경주 보문단지 내 관광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0차 정기대의원총회(의장 이종수)에서 1921년 10월 2일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일을 대치협 창립기념일로 제정한 바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인 제정 경위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서울지부(최재경 대의원)와 군진지부(박명규 대의원)가 공동으로 제안한 ‘치협 창립기념일 제정안(일반안건 제16호)’ 요지는, ‘개인, 단체, 국가 등 모든 곳에 생일이 있으나, 치협은 아직 생일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제정하여 매년 기념행사를 가져야 함. (1921년 10월 2일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일)’이었다. 박명규 군진대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1921년 10월 2일 조선치과의사회 창립총회일을 기념일로 정하던가, 6월 9일을 기념일로 정할 수 있다’는 예시를 하였고, 이종수 대의원 의장이 대의원총회에서 날짜까지 확정하기는 어려우니, 제정하는 것으로만 결정하고, 구체적인 날짜를 정하는 것은 집행위원회에 위임하는 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만장일치로 가결되었다, 이를 위임받은 집행위원회에서의 결정사항에 대하여 당시
역사적으로 인구가 늘고 전쟁과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질병은 다른 곳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그중 인류를 가장 큰 공포에 몰아넣었고 사망자의 수가 제일 많았던 것이 14세기 중엽에 유럽에서 유행한 대역병이다. 18세기에 와서야 흑사병으로 명명된 페스트는 아마도 중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비단길을 따라 군대와 무역 상인들이 이동하면서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 지역을 건너 흑해, 크림반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달한 후 프랑스, 영국, 북유럽, 러시아까지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1347년부터 약 3년간 유럽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흑사병에 대한 공포는 치사율이 거의 100%에 가까워 환자가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에서뿐만 아니라 흑사병 자체에 대한 무지로 인해 더욱 증가하였다. 사람들은 흑사병의 원인을 알기 위해 고심했었지만, 당시의 의학 수준으로 그것은 불가능했다. 대재앙을 맞은 유럽 각지에서는 이 질병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대책이 마련되었다. 파리 대학 의학부는 그것이 천재 이변 때문이라고 발표했고, 일반인들은 ‘악마의 소행’이라고 생각했다. 페스트가 인간의 죄에 대한 신의 벌이라고
코로나19가 발생된 지 8개월이 넘었다. 치과의사로서 내 위치에서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국내·외에서 관련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지만, 내가 조심하여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치과질환은 약만 먹거나, 말만으로 치료되지 않아서 대부분이 치과의사가 직접 치료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과의사가 코로나19에 가장 위험한 직업群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얼마 전 TV에서 “초등학생 비대면 구강관리서비스”가 방영되었다. 반가웠다. 보자마자 예방치의학이 생각났다. 전문의가 되었음에도 임상적으로 특별한 활동을 못하고 있는데 돌파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서울시치과의사회(서울지부)에서 계획한 것으로 알고, “이런 것도 생각했구나.”하고 맘속으로 서울지부를 칭찬했다. 그런데 그 후 치과 전문지를 보니 서울시가 계획했고, 서울지부에서 즉각 반박하고,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미 시작되었다.”라는 말은 원격진료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떤 일도 100% 완벽한 것은 없다. 장단점이 다 있다. 논란의 이유는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의 생각만을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하루에 한 번 이상 방문하는 편의점에서 필요한 물건을 하나만 집어 들고 나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필요한 물건은 하나인데도 자연스럽게 2+1상품에 눈을 옮기고 결국 3개를 집어 들게 만드는 편의점의 경영설계자에게 소비자들은 지배를 당하게 된다. 머릿속에서 개당 단가를 암산하게 만드는 ‘편의점 2+1행사’는 소비자의 심리적 오류를 유발시키는 상술의 교본이 되어, 이제는 의료계까지도 깊이 파고들었기에 비의료인에 의한 의료상업화가 진행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가 않을 것이다. 의료소비자들은 이미 편의점의 2+1소비패턴을 학습받았고, 대중교통과 온라인에서의 자극적인 과대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다보니 의료소비가격 역시 편의점식 암산으로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트랜드로 똬리를 틀어가는 듯 하다. 임플란트 2+1행사!! 교정 50%세일!! 방학을 맞이하여! 신학기를 맞이하여!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코로나시대에 동참하며! 수능 보느라 수고한 수험생들을 위하여! 임플란트 2+1행사, 비급여진료비용 50%할인을 수단 삼아 경쟁적으로 환자를 모객하는 이면에는 광고대행업자, 사무장 같은 비의료인들의 각축장이 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듯 하다. 의료인의 인성과
가난한 이웃을 보고, “돈을 찍어서 나눠주면 될 것 아닌가?”하고 의아해하던 초딩 시절이 있었다. 사자 무리는 힘센 수컷이 지배한다. 사냥은 암사자들에게 떠맡기고 맛있는 부위는 먼저 차지하며 짝짓기도 독점한다. 눈에 거슬리면 폭력으로 다스린다. 한참 힘이 오른 젊은 수놈이 동료를 부추긴다. “옆에서 지켜보니 별 것도 아닌데, 내가 한 번 도전할 테니 좀 도와줘.” 대략은 실컷 얻어맞고 꼬리를 내린다. 쉽게 풀어본 ‘세대 갈등’이다. 대장은 새끼를 물어 죽이려는 외부의 적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하며, 발권력(發券力)을 남발하면 화폐는 신뢰를 잃어 휴지가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비로소 어른이 된다. 대장이 늙고 이가 빠지면 무리에서 쫓겨나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젊은 사자가 그 지위를 승계한다. 효(孝)라는 개념은 사회의 발전·경제적인 여유·수명 연장 등, 인간만이 성취한 ‘문화’와 분리할 수 없다. 성숙기간이 긴 인간이 낳고 키워준 1세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이다. “자식은 내리사랑, 손자는 치사랑”이라고 한다. 부모에게는 맏이보다 뒤늦게 얻은 막내가 더 애잔한데, 3세를 보는 할아버지 눈에는 맏손자가 더 귀하고 든든하다는 얘기다. 먼저 아들의 경우다. 첫째
한때 그날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적도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전일 발생한 코로나 확진자수를 궁금해 하는게 일상이 되어버린 요즘이다. 다소 진정되는 듯 보이던 코로나 상황은 8월 15일을 기점으로 염려했던 2차 피크 양상을 보였고 방역당국은 보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첫 번째 유행 때보다는 코로나가 훨씬 우리 가까이 다가서온 느낌이다. 급기야 치협도 8월 24일과 9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직원이 확진판정을 받아 협회회관이 일시 폐쇄되고 방역조치를 하는 긴박한 상황이 있었다. 어쩌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의 시간이 연장된 배경에는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정치적, 경제적 판단도 일정부분 작용했다고 본다. 1918년 3월에 시작해 1919년 여름까지 스페인 독감 팬데믹 기간 동안에 총 3개의 질병파도가 있었고 1918년 가을의 두 번째 파도가 가장 강하고 치명적이었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의 앤서니 파우치 박사가 한 목소리로 바이러스의 두 번째 파도를 경고했지만 경제회복이 더 급했던 정부는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가며 방역망을 느슨하게 풀어줬
내 제 1대구치는 모두 어릴 적 아말감으로 치료받았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덕에 보험으로 치료받은 아말감이다. 진안에서 버스타고 나와 어머니 손잡고 전주시내 치과에서 구개측에 마취주사액이 들어가던 그 느낌이 아직도 기억난다. 입천장이 얼얼해지던 그때 그 느낌은 내가 환자들에게 구개마취하며 떠올리고 있다. 그 당시 치과치료 보험이 공무원만 가능했다고 한다. 보험으로 아말감 치료 받는 건 흔한 경우가 아니었다. 치과치료가 비싸던 시절이었으니 아말감 보험은 참으로 큰 혜택이었을 것이다. 비싼 치료비 덕에 또래 친척 하나는 내 이름과 생일, 엄마·아빠 이름, 나이 등등을 모조리 외우고 내가 다니지 않았던 치과에 찾아가 내 신분으로 아말감치료를 받기도 했다. 힘들고 가난한 시절 치과의료보험은 그야말로 큰 혜택이었던 것이다. 공무원만 적용되던 보험이 전국민으로 확대되고, 치과의료보험이 이제는 임플란트에 틀니까지 적용된다. 세상 많이 좋아졌다. 레진도 보험이 되기 시작했으니 크라운과 인레이도 머지않아 보험 적용이 될 것이다. 의료와 교육에 불평등은 없어야 한다고 한다. 의료와 교육은 평등이라는 기치아래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주기 위한 복지다. 복지, 정치다. 치과의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