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잠든 사이/콩트 1
당신이 잠든 사이 혜승은 어두운 아파트 층계를 따라 2층 현관문 앞에 섰다. 새끼손톱만 한 모기떼들이 새까맣게 콘크리트 천정을 점령하고 있는 게 못마땅했다. 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다가 집안에 들어갈 기회만 엿보고 있는 놈들이었다. 그는 녀석들이 들어오거나 말거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광수와 인나 부부가 거실에서 그를 맞이해줬다. 그는 말할 기운조차 없어서 눈인사만 하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광수 부부는 3년 전부터 그의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채로 그는 침대 위로 쓰러졌다. 셔츠 소매에 Dr. Jung이라고 자수로 새겨 있었다. 온몸이 멍석말이를 당한 것처럼 쑤셨다. 타이레놀이 든 약상자가 있는 주방 선반까지 가는 건 죽기보다 싫다고 생각하다가 정신을 잃었다. 잠든 사이 누군가 석고를 목구멍에 조금씩 밀어 넣어서 좌﹡우측 폐에까지 잔뜩 채워진 석고가 열을 내며 굳어가는 것 같았다. 숨이 멎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발작적인 기침을 해댔다. 혜승은 잠시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아침인지 저녁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때, 거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혜승 씨 말이야, 아들한테 좀 심하지 않아
- 임용철 선치과의원 원장
- 2019-10-04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