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등학교 친구들이 천안의 현충사와 독립기념관으로 1박 2일의 가을 소풍 가는 날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축복받은 가을날이다. 필자는 토요일 진료를 마치고 오후에 SRT로 천안에 조금 늦게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의 환대를 받고, 초대 회장으로서 인사말과 노래를 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낮에 임진왜란에 나라를 구하신 이순신 장군의 현충사에 들러 많은 사진을 카톡에 남기었다. 새로운 회장도 선출하고 즐거운 여흥 시간을 보냈다. 항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어릴 적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서 좋다. 저녁 늦게까지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조식 후에 독립기념관을 향해 출발하였다. 관광버스로 가는 도중에 친구들의 건강을 위하여 필자가 주장하는 ‘5 components of systemic health’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5 components of systemic health의 첫째는 교합 질환이 있을 때 T scan을 이용하여 교합을 조정해 주고, 부족한 부분은 CBK(cranial balancing key) splint, 즉 두개골균형교합안정장치를 잠잘 때나 운동할 때 끼우도록 하는 것이다. 아울
외상으로 유전치를 다쳐서 처음 병원에 내원해 당일 응급처치 받고, 이어지는 치료를 받느라 어른들에 붙들려서 탈진 직전까지 가고, 검진 때 체크만 하는데도 병원 입구에서부터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었던 3세 공주님! 그래도 어머님께서 포기하지 않으시고 꾸준히 정기검진을 데리고 와주셨는데 그때마다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던 겁 많은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병원에 오는 날에는 모든 스텝들과 함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 기다렸다가 진료가 진행되었었다. 그러기를 어언 5년 동안 꾸준하게 해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갑자기 지난번 내원 때부터 울지 않고 스스로 입을 벌리면서 검진을 허용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정말 기뻤는데 이번 정기검진을 왔을 때에는 제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꼬깃꼬깃하게 접은 종이 편지를 수줍어하면서 건네주었다. 치과 선생님께 치과 선생님, 저의 이를 아프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서운 저도 꾹 참는 지안이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더 양치를 잘하는 지안이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치과에서 무서운 걸 해도 지안이는 울지 않을 거에요. 그래도 저는(불소를 안 하고 싶긴 해요) 그래도 지안
인간에게 있어 인생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행복하게 사는 것” 다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전적 체계에서부터 행복(Eudaemonia)은 궁극의 목적이었습니다. 행복은 기쁨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시험을 잘 보거나 맛있는 것을 먹었거나 혹은 무언가 사고 싶었던 것을 산 것과 같은 일들에서 느끼는 일시적인 감정이 기쁨, 즐거움일 것입니다. 이러한 즐거운 일이 매일매일 반복된다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쁨과 즐거움을 계속 느끼려면 즐거움을 야기하는 자극이 더욱 커져야 합니다. 저희 이전 세대는 대부분 신혼을 소위 단칸방에서 시작하였습니다. 해외여행은 꿈이었고, 중년이 지나서야 처음 해외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많은 수의 젊은 세대가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차가 있으며 주말을 즐깁니다. 그런데 왜 예전보다 더 사는 것이 힘들고 우울한 것일까요? 무언가 지속적으로 부족한 것 같은 공허함과 불만, 불안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순간의 기쁨과 즐거움은 행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성공을 하면 행복할까요? 선생님들의 주변은 어떤가요? 다들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어제 뉴스에서는 서울의 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영양제 주사를 맞으러 온 임신부를 다른 환자와 착각해 낙태수술을 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은 업무상 과실 치상죄로 의료진 두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런 뉴스를 듣고 퇴근해서 나를 반기는 것은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데도 규정 속도위반으로 발부된 범칙금 고지서가 먼저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위반 장소가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이었으니 속상함과 자책감이 더 커졌습니다. 과속 감지 카메라 위치도 잘 알고 더군다나 자동차 내비게이션 경고음까지 분명히 크게 울렸을 텐데도 왜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속도위반을 하게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일이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대부분 그 순간 분명히 다른 생각을 하느라 그 경고음이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생각은 가끔 다른 감각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생각에 깊이 빠져 있을 때 다른 것이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생각의 힘이 대단함을 느낍니다. 조금만 더, 가는 길에 집중을 했더라면 너무도 쉽게 들렸을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은 생각이 복잡해져 마음은 엉뚱하게도 다른 길을 가
IMF로 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일 때 즈음 모교에서 교수직을 시작하였다. 사회의 모든 조직과 기능은 변화를 요구하였고 요구받았고 대학도 그랬다. 잘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넘어 국제적인 수준의 연구논문 성과를 요구받았고 동시에 더욱 많은 진료업무를 해야 했으며 대학과 대학병원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성과를 홍보해야 했다. 선진국의 앞선 대학들이 지식의 추구라는 상아탑에 머무르지 않고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대학의 존재 이유로 보고 진화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우리나라의 대학은 외부 환경의 변화와 요구에 의해 급속한 변신을 해야 했다. 성과와 실적 위주의 대학운영은 성과지표가 불분명한 학생교육 분야에 문제점을 야기함을 모두가 인식하고 이에 대한 개입을 통해 균형을 찾는 시기를 거쳤고, 기존 지식체계에 뚜렷한 변화와 영향을 미치는 우수 논문의 중요성과 가치를 공감하게 되었으며 대학이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를 넘어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야 하는 필요성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렬해지는 환경의 변화는 대학이 “누구에게나 의미 있는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꺾기 힘들게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앞선 교육을 제공하면서 매력적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1만시간의 법칙에 관해서 들어본 사람들이 많겠지만, 전문가-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집중적으로 10,000시간의 단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10시간씩 집중한다고 할 때 1,000일, 그러니까 3년이다. 그래서 습관을 제대로 들이기 위해서는 이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가 있다. 대개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도 고등학교까지의 인성으로 평생을 산다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까지는, 한해 동안씩 하나의 교실에서 한 분의 담임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생활하지만 졸업 후 부터는 그러한 생활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습관을 바꾸는 훈련을 집중하지 않는 한, 웬만해서는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어렸을 적에 우리 집에는 외삼촌이라든가 이모들이 우리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들은 그 분들을 부를 때, 이름을 그대로 불렀다. 외삼촌과 이모들은 우리들과 아주 친했을 뿐만 아니라, 어머니께서 그분들을 이름으로 불렀기 때문에 그것이 호칭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된통 야단을 맞았는데, 그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로는 깎듯이 호칭으
1992년 공보의 3년 차 초반 공보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5월 초 아침 보건소에 출근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아버님의 전화가 왔다. 신문에 치과자리 분양 광고가 나왔다며 같이 가보자고 하셨다. 부모님은 6남매 장남인 나를 당신들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에 신문에 나오는 치과분양광고를 꼼꼼히 살피고 계셨던 것이다. 주상복합 건물로 1, 2층은 대단위 상가이고 3층 11개 상가 앞에는 넓은 테라스가 있었다. 4층부터는 아파트가 60세대 정도 있는 건물이다. 치과 분양 광고가 난 곳은 3층이다. 건축 중인 건물을 돌아보며 내가 아버님께 물어보았다. “아빠 그런데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것 같아?” 아버님 말씀 “3층인데 엘리베이터가 있겠지야.” 그리고 아버님은 분양 사무소에 전화를 하였다. 분양 사무소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치과 분양에 대해 많은 문의가 있다며 선착순 분양이라고 하였다. 다음날 계약을 했다. 분양면적 28평 분양가 1억 2천만 원. 엘리베이터가 있었냐고요? 물론 없었다. 분양을 받고 근처 개업해 있는 선배님께 분양받은 치과자리를 소개하였다. 선배님은 치과를 개원하기에는 너무 한적한 자리라 하시며 근처에 개업하고 싶으면 자리를 봐준다고 하신다
아침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가을이 가까운 것을 느끼게 된다. 지난해 2018년 여름은 서울지역의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였고 전국 거의 모든 도시에서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찜통더위를 느꼈다.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보다 더 덥다고 서프리카니, 대프리카니하는 말들을 하였는데 1994년 여름 폭염이래로 최악으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1년 만에 최고 폭염이었다고 한다. 올해 여름에는 2~3 일정도 힘든 날이 있었지만 수월하게 지내게 되어 다행이었다. 사실 나는 1994년 여름의 매운 맛을 못 보았는데 왜냐면 1994년 7월 미국 UCSF로 해외 연수를 떠나 있었기 때문인데 벌써 25년 전 얘기니 세월이 빠르긴 하다. 내가 연수 갔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고 사랑하는 도시 중의 하나이다. 스콧 매켄지의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라는 감미로운 노래에서 처럼 다정한 사람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사랑이나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도시를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유는 종을 울리며 시내를 질주하는 케이블카, 안개 낀 금문교, 가파른 경사와 언덕
필자의 학창시절, 중학교 때까지는 수학교과서의 내용이 집합과 연산, 도형, 경우의 수와 확률 정도의 개념들로 일상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도 되고 예제를 내기도 쉬운 이야기들이었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좀 더 설명이 필요한 수학을 배우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난생 처음 듣는 수렴과 발산의 개념을 배우던 ‘극한’ 단원 첫날, 필자가 좋아하던 수학선생님께서 문득 철학 같은 얘기로 그날 수업을 마무리하셨다. ‘너희들이 살아가면서 보통은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들을 하며 살아가겠지만, 더 중요한 많은 현상들이 수렴하고 발산하는 모양으로 움직인단다. 내 말 잘 기억해둬라….’ 그때는 나 자신이 모르는 게 더 많다고 인정하고, 이해가 안 되면 기억이라도 해두어야 한다며 배우던 겸손한 소년이었고, 게다가 평소 선생님으로서 흐트러짐 없으시어 특별히 더 존경하던 수학선생님의 가르침이라, 늘 그 말씀을 기억하며 수렴과 발산의 시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을 바라보고 이해해보려 해왔다. 어떤 변수를 0이나 무한대로 근접시키면 어떤 쪽으로 거동하며 결과치가 나올 것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반복되는 일들로 가득 찬 날들을 살아가면서, 희망하거나 근심하는 일들의 결과를 예측해보는
새로운 일을 준비하다 보면 그리기를 하길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쉬운데 채우기를 하길 원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리기는 기획의 성격이, 채우기는 실무의 성격이 있어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정보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그리기는 이전만큼 어렵지는 않다. 그리기는 채우기에 비해 몸의 고됨이 덜하니 실행하기가 쉽다. 일이 실패할 경우 그리기를 한 사람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으나 대부분의 경우 그 반대이다. 그린 그림의 크기가 클수록 더욱 그런 편인데 실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채우기는 일에 대한 경험을 쌓아 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업무이나 대개 반복적인 일을 수반하고 실무적인 지식을 동원해야 하므로 머리와 몸이 고되다. 일에 대한 경험이 부족할 때는 채우기를 통하여 본인이 투자한 시간만큼 성장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해지고 나면 채우기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잠을 줄여야 하고 투자한 시간만큼 지속 성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기가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주 접할 수는 없지만 사안에 대해 통찰력과 소화력을 갖춘 그리기를 만나면 큰 배움을 얻는다. 그런 그리기를 하는 사람은 그리기를 시작할 때부터 채우기가 끝난
개원한 뒤 1995년부터 치과대학 보철과 외래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필자는 30년간의 진료를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통합치의학과 전문의 시험준비를 한다면 모든 과목을 공부하며 정리할 수 있는, 꼭 나를 위한 너무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여 참여하게 되었다. 그동안 ‘교합과 치주와의 상관관계’나 ‘CBK(cranial balancing key) splint and anti aging effects’를 세계보철학회에서 발표하는 등으로 중심위 교합안정장치가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전하던 강의를 잠시 멈추고 학생의 자세로 돌아가서 30여 년 만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마침 치과 공중보건의사이던 아들과 대학원생인 며느리도 같이 시작하였다. 아들, 며느리와 같이 공부하고 서로 도와 가면서 준비하는 소중하고 행복한 추억이 시작되었다. 재작년 12월부터 겨우내 치협회관에서 아들, 며느리와 같이 매주 오프라인 강의를 듣고 매일 아침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였다. 매일 빠지지 않는 일이라 부담도 많이 되었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임상 실무교육은 접수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1초도 지나지 않아 마감되어 접수할 수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