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양복 입은 외지인이 찾아 왔다. 찾는 분이 집에 계시지 않아 일하는 논으로 모셨다.누가 찾아왔다는 전갈에 김 생원이라 불리는 동네 아저씨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집으로 모시고 가서 사랑채에 잠시 계시라고 전하거라” 했다. 김 생원은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도포까지 갖춘 후에 사랑으로 나가 큰절로 손님을 맞았다.자기를 찾아 온 손님에게 흙 묻은 옷이며 몸가짐을 보이지 않겠다는 선비다운 처세였다는 기억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 선고의 친구들은 만나면 큰 절 인사하고 정중하기 이를 데 없었다.선비의 도시 대구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것을 보면 선비는 아직도 우리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선비정신 - 고결한 인품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정말 그럴까? 송강 정철의 시는 감성이 넘친다. 인간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을 적신다. 그러나 정여립 사건 때 그가 보여준 잔혹함을 보면서 글과 사람이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하고 허탈감을 느꼈다.중종 때 명현들을 죽이거나 내쫓는 일에 능력을 발휘했던 김안로의 시를 안대희가 지은 ‘선비답게 사는 것’에서 읽고 선비는 무엇이고 선비정신은 무엇인가 하는 깊은 회의에 빠지게 되었다. 그의 장원 시 ‘그네’는
10대 이전에는 부모10대에는 친구20대에는 이성30대에는 자식40대에는 취미생활50대에는 여행60대 이후에는 이빨끝까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은 이빨밖에 없다
낯선 사람들속에서, 낯선 나라에서 연말을 보내본 사람은 안다. 이국의 풍경속에선 시간의 지나감이 국내에 있을때보다 훨씬 실감나게 다가온다. 인생의 쓸쓸함도 풍경처럼 담담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와 동시에 미지의 것이 주는 묘한 긴장감속에서 일종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돌아보라, 나를 알아보는 자, 내가 알아볼 자도 없는 도시의 한복판에 서 있는 자유, 그 자체의 나를.닮았지만, 또다른 동양권 나라에서 가는 2007년을 바라보면 어떨까. 다양한 일루미네이션 이벤트로 유명한 일본과 홍콩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겨울축제를 소개한다. 일본 조명 축제·홍콩 크리스마스 축제이국 연말풍경 만끽하며 한해 마무리 일본 도쿄·삿포로 등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들은 여행 빅시즌인 12월에 황홀한 일루미네이션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다. 이에 롯데관광 등 국내 여행사들도 발빠르게 관련 여행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도쿄를 비롯, 삿포로·구마모토·오키나와현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여행지마다 각 지역에 걸맞는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한창이다. 롯데관광(www.lottetour.com)이 판매하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북해도 환상여행 4일’은 오오도리 공원 등에서 빛
스치는 바람결에 날리는 억새는사랑의 흔적 찾아 어느곳에 머물까아득한 기억 속에 날으는 가을새하늘길 나래 접고 머물곳 있을까외로운 산길 따라 흩어지는 억새는사랑의 꿈길마다 하얗게 날리네
<1595호에 이어 계속> “소리개 아저씨, 장고개 큰 소나무에 재복이 엄마가 있어요.”침쟁이 할아버지의 손자가 무서움에 떨면서 말했다.그는 장고개로 급히 향했다.어스름이 더해가는 장고개에는 큰 소나무가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큰 소나무는 이내 기운이 서려 침침하고 음울해 보였다.그는 무서움증과 두려움이 앞섰다. 이런 공포와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결국 안악댁은 갔다. 그녀의 죽음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싶었다. - 전쟁, 재복이의 죽음, 찌든 생활, 암울한 미래.어느 것 하나 확실한 해답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돌아가는 지금의 세상이 그녀를 데려 갔는지도 모른다.그녀에 대한 못다 한 마음의 정이 그의 가슴에 밀물처럼 밀려왔다.그녀가 없는 그녀의 방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궤짝 위의 베개를 보았다.베갯모에 빨간 자수의 수(壽)자와 복(福)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것을 보는 순간 정신을 잃었을 때 몸 구완을 하면서 그녀가 하던 말이 글씨와 함께 어우러져 머릿속에 맴돌았다.“이 베개는 큰 뜻이 있는 것이야요. 재복이 아바이가 인민군에 끌려가기 전에 써 준 글자인데 내가 수를 놓은 것이야요. 복되게 오래 오래 살자는 뜻이지요. 그런데 한번
팔꿈치까지 길게~ 여성미 물씬7부·5부 소매 외투와 찰떡궁합 가끔 지금이 18세기나 19세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럼 나도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들처럼 허리는 날씬하게 조여주는 대신 가슴은 풍만하게 살려주는 드레스를 입을 수 있을 텐데. 마차도 탈 수 있겠지. 깃털이 달린 펜에 잉크를 묻혀 연애 편지도 쓰고…. 마음에 드는 남자, 그러나 내게 눈길을 주지 않는 무심한 남자에겐 경박하게 엄지 손가락으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대신 그가 내 앞을 스쳐 지날 때 손에 들고 있던 장갑 한 짝을 슬쩍 떨어뜨리는 로맨틱한 구애 행동을 해볼 수도 있을 테고…. 한 달에 한번쯤은 옷장에서 가장 좋은 드레스를 꺼내 입고, 극장에 가겠지. 그때에도 장갑은 필수. 한껏 공들여 멋을 낸 18세기식 옷차림에 장갑이 빠질 리는 만무하니까.그러고 보면 장갑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상징성과 의미를 지닌 액세서리다. 비단 18세기뿐 아니라, 12세기에도, 16세기에도 장갑은 때로 착용자의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로, 때로 더럽고 추악한 것으로 가득한 세계와 착용자를 분리시키는 도구로서 기능했다. 20세기 초까
경복궁 돌담 따라 가는 길정해놓은 자리에 뿌리를 뻗어 고적하게 자라는 목숨들이 줄서서 고목이 되도록 숲의 꿈을 틔운다허약한 시대를 맨손으로 받쳐 들고 밤새 별을 찾던 잎사귀들 햇빛 아래 늘어져 그늘로 졸다가 산바람 한 줄금에 갈채를 보낸다 검게 겉껍질 태우는 시간들 어느 제왕을 위한 사열인가 매연에 숨차고 눈길은 흐린데 취기 도는 거리의 방패가 되는지 모른다 잎마다 거느린 사랑의 푸른 뜻도 철이 지나면 삭아서 떨어지고 티끌 나부끼는 길가에 서서 세상 돌아가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
<1593호에 이어 계속>나오지 않는 가막조개만큼 안악댁의 손놀림이 바쁘다. 너무 급히 캐는 바람에 오른손에 잡은 갈고리와 왼손의 개흙 뒤집기가 엉키어 왼손에 작은 상처가 났다. 그녀는 나오는 피를 갯물에 씻으려고 허리를 폈다. 그 순간 큰 굉음과 함께 청량산 쪽에서 연기와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이를 본 안악댁은 비수의 칼날이 가슴에 꽂혀서 빠지지 않는 아픔과 총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 구멍이 뻥 뚫린 헛헛함을 느꼈다. 맞다. 재복이의 총알.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무슨 사고가 일어난 모양이야 하는 단순한 기운만 느낄 뿐이다.그도 조개 잡던 갈고리와 망태를 주섬주섬 챙기고 있는데 그녀는 벌써 갈고리와 망태를 집어 던지고 청량산으로 향하고 있다. “잘 뒤졌지, 잘 뒤졌어. 이런 세상에서 살면 뭐 하갔서?신수가 나아 지갔서, 팔자를 고치 갔서?지 고생이고 남 고생시키는 일이지.지겨운 세상 잘 떠났지, 잘 떠났서.”그가 주재소에서 안악댁을 만났을 때 그녀는 한 손을 머리에 대고 푸념하듯 허공을 바라보며 이렇게 되뇌고 있었다. “죽일놈, 에미 맴을 이러케 무질러 노코 가면 속이 편하더냐?약이라도 한 첩 먹고 갈 것이지. 이러케 무단이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