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夏至)가 지나고 무더운 7월이 시작되자마자 종강을 맞이한 본과생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질세라 해외로 하나 둘 여행을 떠나기 시작한다. 마치 역마살이 끼인 것을 해소하려는 듯, 혹은 이때가 아니면 앞으로 여행은 자기 인생에 없는 것처럼 우르르 출국장에 오르곤 하는데 이번 방학에는 나 역시 그 대열에 동참했다. 목적지는 미국! 태평양을 건너 살면서 처음으로 밟을 머나먼 이국의 땅에 설렜고 얇디얇은 지갑사정을 고려해 어떻게든 경비를 아껴보고자 게으른 내가 표를 4개월 전에 예매하고 숙박은 현지에 사는 친구집에서 뻔뻔히 신세를 지기로 하였다. 출국 하루 전 여유롭게(?) 짐을 싸며 현지 날씨는 선선하다는 친구 말을 믿고 긴팔에 외투 위주로 짐을 챙긴 뒤 대한항공 부럽지 않은 세련된 저가항공 비행기를 타며 끈적한 한국과는 다를 이상적인 미국의 날씨를 기대하며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그러나 웬걸 나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도 마찬가지로 너무너무 더웠다. 습도가 낮아 건조하다 뿐이지 정수리를 내리쬐는 태양은 너무나 강렬했고 한낮에는 돌아다니기 버거울 정도였다. 이상적인 날씨를 기대하며 두께감 있는 옷을 가져온 내가 배신감에 친구를 흘겨보자 돌아온 답변은 저녁에
약 15년 전인 2009년 10월, 당시 대한치주과학회의 회장이었던 조규성 연세대 교수님에게, 당시 몽골치주학회 라브자(Tseren Ravjaa) 회장님이 보낸 메일이 도착하였다. 학회가 결성된 지 2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치주과학 임상과 교육 및 연구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몽골은, 인접 국가 중 이미 세계적으로 학계를 선도하고 있었던 우리나라에 임상 교육 측면에서의 교류 협력을 요청하였다. 1960년대에 대한치주과학회가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우리도 초창기 어려움을 겪었기에 대한치주과학회 입장에서는 도움을 요청한 몽골 측의 손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 학회 부회장이었던 장범석 강릉원주대 교수님과 국제이사 구영 서울대 교수님이 몽골을 방문하여 현지 실태 조사를 진행하면서 양국 간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조규성 교수님에 이어 류인철 서울대 교수님이 회장에 취임한 2011년, 양국 간의 친선 교류 행사인 몽골치주학회-대한치주과학회 교육 워크숍 개최 안건이 정기 이사회를 통과하였다. 이에 따라 제1회 행사가 2011년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되었고, 당시 이영규 교수님(부회장), 구영 교수님(국제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 원장은 최신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에 관심이 많은 치과의사다. 원장은 최근 새로 창업한 임플란트 스타트업 K의 제품을 치과에 도입하기로 했는데, 해당 업체가 자신의 수정 의견을 바로 반영해서 장비나 임플란트를 개선할뿐더러, 최 원장을 치과 병의원에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한 대표 강의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K 업체는 최 원장에게 새로 출시된
터닝 포인트 : 중대한 분기점으로, 어떤 상황이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게 되는 계기나 그 지점을 뜻한다. (구글) 인생이나 사건에서 중요한 변화나 전환이 일어나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바뀌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되어 이후의 삶이나 일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쳇GPT) 당신의 인생에서 터닝포인트가 언제였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또 미래의 터닝 포인트를 준비하고 있는가? 구본형 등이 쓴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에서는 나를 찾는 6가지 방법에 대해 말한다. ‘산맥타기’를 통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고민해 보았다. 나에게는 우연히 찾아온 터닝 포인트와 준비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 ‘산맥타기’ 방법은 가로축은 시기별로 기억되는 사건을 적고 세로축은 그 당시를 기억하며 ‘0’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다. 내 인생 그래프에서는 ( - ) 보다 ( + )가 많다. 나의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난 것이 가장 큰 행운이고, 그 부모님이 이루어준 형제들과 같이 자랐다는 것은 두 번째 행운이다. 산맥타기 방법을 통해 내 인생의 그래프를 그려보았다. 막연히 기억되었던 과거를 회상하며 글을 썼다. 손무의 손자병법에서 지피지기
7월 협회 정기이사회 의결을 통해 발족된 협회 내 특위의 사업의 일차 목표는 치주질환이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을 고양시키고 복지부와 질병청이 관리하는 만성질환 예방관리 항목에 치주질환을 포함시키는데 두어야 한다. 대한민국 구강질환(치주질환)은 2022년도 외래다빈도 상병통계에서 1위 (코로나-19제외)를 차지했으며 환자 수 1,800만 명, 요양급여비 총액 1조 9,0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NCDs(non communicable diseases 비전염성 만성질환)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추이는 2007년 이후 3.6배 증가했으나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통해 고혈압은 인지율, 치료율, 조절률에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당뇨병은 유병자 기준 조절률이 26.8%로 낮은 것은 공인된 진료지침마련 필요성을 의미한다. 치주염 관리 측면에서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치주질환은 대사성 질환인 당뇨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건강검진 결과 당뇨 진단 시 치주 질환 고위험군으로 치과 방문권고 및 관리하도록 구강보건사업기본계획에 제시되어 있다. 구강건강과 전신질환에 관한 국내외 연구를 보면 만성 염증성 질환인 치주염은 심
예전에 못 이룬 소망을 나이가 들어서 뒤늦게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연유로 생업이 아님에도 창작의 길로 들어선 예술가들이 예전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대학 때부터 치과관련 공부만 하다 보니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많이 부족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얕은 지식과 교양과정부 때 공부한 게 전부인 나로서는 특히 인문학에 대해 막연한 동경과 열망을 가지곤 했었다. 하지만 일하며 가정을 돌보며 바쁘게 살다보니(?)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잠깐씩 시간이 나도 놀면서 쉬느라 사색하고 독서할 시간은 별로 없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사실 예과 1년 때 졸작이었지만 단편소설 한 편을 모신문사 신춘문예에 출품한 적이 있었는데 내심 인문학에 대한 로망이 잠재돼 있었나보다. 철부지 풋사랑을 노래한 전형적인 삼류소설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출품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평생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다. 그걸 계기로 지금이나마 이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작가가 된 양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로또 복권 한 장 사놓고 일주일 내내 혹시나 하며 기대를 하듯이 행여나 입상 되려나 기대하고 기다리다 탈락
한 해 중 가장 기대하는 한주가 다가온다. 바로 9월 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될 FDI 총회이다. FDI는 World Dental Federation(세계치과의사연맹)으로 134개의 회원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WHO와 협력하여 global goals for oral health를 기획하고 회원국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FDI 총회에 가면 뭘 하고 오는 거야?”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에 있는 다수의 치과의사회나 학회 이사회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큰 규모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각 회원국 앞에 국기가 놓여있고, 각 나라별 보고된 치과의사 수에 따라 투표수가 배정된다. 총회에서는 여러 가지 안건을 토론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앞으로 각 회원국이 구강건강 개선을 위해 자국에서 실천해 나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로는 지속적으로 아말감 사용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작년 같은 경우 설탕대체제를 사용한 음료 섭취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많았던 시기로, 설탕대체제가 구강건강에 유의미한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토론을 가지기도 하였다. 이렇게 세계치과의사연맹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배포되는 안건 관련
3월의 휴일에 부산보다도 더 오래 걸리는 마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지천명이라는 나이를 지난지도 제법 되지만, 아직도 세상이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을까? 2월에 시작된 의대정원의 문제가 4월의 총선까지 지속되면 안될텐데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8월의 한여름까지도 전공의 추가모집 문제로 오리무중이다. 양측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비애라고 할까, 아무튼 소시민으로서 당장의 걱정은 나와 가까운 지인들의 급박한 진료에 차질이 없기만을 소망하는 바이다. 결국 큰 틀에서 보면, ‘신뢰’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고, 이는 눈앞의 대치 전선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결코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이리라. 아마도 더욱 깊은 곳에 있음 직한 해법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고 싶었다. 10년을 앞서 살아오신 치과의사 선배이고, 2015년 치과의료정책전문가과정에서의 인연으로 독서와 인문학에 대한 식견을 보여주셨던 분을 찾아 나선 길이었다. 정확한 방문지는 3·15의거와 4·19혁명이 시작된 마산 창동 골목의 ‘이은문화살롱, 헌이네 작은 도서관’이라는 곳이었고, 미리 보내드린 질의서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주셨다. 1인1개소 문제로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국제표준화기구/치과전문위원회/제9 소위원회(ISO/TC 106/SC 9)는 “치과용 CAD/CAM 시스템(Dental CAD/CAM systems)으로 표 1과 같이 7개의 작업반(Working Group, WG)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4년 7월 현재 전 세계 30개국(정회원 19개국, 준회원 11개국)에서 참여하고 있고, ‘모형 스캐너의 정확도’에 관한 표준 외 9종의 국제표준이 출판되어 있고(표 2) 5종의 국제표준이 개발 중이다(표 3). 이번 호에서는 제5작업반(WG 5)에서 제정된 국제표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이 국제표준은 ISO 23298 “Dentistry - Test methods for machining accuracy of computer-aided milling machines”로서 2023년 제1판으로 발행되었다. 이는 치과용 밀링기의 절삭가공 정확도를 평가하기 위한 시험 방법을
2024년 7, 8월은 열대야 최장기간을 갱신하고 있는 가운데 8월 15일 광복절 전후하여 좌·우파의 건국에 대한 다른 해석으로 해묵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대한제국은 멸망하고 일제 식민지가 되었고 1919년 3·1 독립운동, 상해 임시정부 수립,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에 의한 해방, 1945년 9월 6일 조선인민공화국 수립, 미군정 3년, 1948년 7월 17일 헌법제정 후 8월 15일에 국가, 국민, 국토의 3요소를 갖추어 독립국임을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가 건국되었다. 역사적 사실을 장황하게 기술한 이유는 공화에 대한 도덕적 의의와 2024 치과계의 실태를 공화의 거울에 비춰 보고자 함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고 국가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폐해가 극악했기 때문에 새로운 국가에서는 왕정체제가 아닌 자유시민이 주인이고(민주) 국민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가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체제(공화)를 염원했기 때문에 민주공화제 국가를 세웠다. 북한은 공식 명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
우리나라는 60년 전만 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었고 춘궁기에는 보릿고개를 견디며 굶주렸던 세계적인 빈곤국이었다. 이러한 빈곤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1961년에 수차례에 걸친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단행하여 1980년도 말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1990년대 초에 중공업 기술화는 물론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통신 같은 기술산업에 투자했고 최근에는 AI와 5G 기술을 적용하여 신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강국이 되었다. 한국 경제 규모가 2021년에 1조8,000억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랐고 2023년 1인당 국민소득이 명목상으로는 3만5,000달러이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일본보다 높은 4만7,000달러에 달했다. 기적적인 한국의 경제성장이 국제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5.8점으로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이며, 자살자 수도 2023년 기준 10만 명 중 28.5명으로 가장 높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미국에 이민 가서 오래 살다가 잠깐 한국에 들른 교포가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관해 쓴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다음은 발췌해 정리한 내용이다. “모든 대중교통은 카드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