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눈 오는 밤고운 손 내밀어마지막내 손 잡는다떠날 때속울음 삼키며가는뒷모습 바라본다 발자국눈이 덮는다마음 가난하여너를담을 그릇 없구나덧난 가슴한을 삼킨다
동네 어귀에는 몇 개의 작은 천막 말고도 커다란 군용천막이 세 개나 설치되었는데 하나는 순경아저씨들이 쓰고 다른 하나는 흰 가운들이 사용했다. 나머지 하나가 단체급식소였는데 묽은 흰죽에 간장과 두어 가지의 밑반찬이 한 끼 식사의 전부였다. 우리 동네의 유일한 식수원이었던 공동우물은 폐쇄되고 아침저녁으로 뽀얀 소독약이 안개처럼 온 동네를 뒤덮었다. 집에서는 일절 밥을 해 먹지 못하게 해서 단체급식소에서 나누어주는 죽만 먹어야 했다. 한 열흘쯤 지나자 현기증이 나고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너무도 배가고파 아무거나 먹고 싶었지만 집집마다 사람들이 지키고 있어서 채전 밭의 토마토나 오이 하나도 마음대로 따 먹을 수 없었다. 우리 식구들은 점점 기력을 잃고 차례로 방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했다. 진짜로 병이 든 것인지, 허기가 져서 생병이 난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온갖 약품과 음식물은 가끔씩 빨간 십자가를 두른 트럭에 실려 왔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득시글한 가운데 동네사람들은 하나같이 허깨비처럼 까라져 온종일 링게르주사를 달고 살았다. 처음에는 흰 가운들이 모두 의사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진짜의사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군청이나 보건소직원들이었다.
향·농도·분위기 3박자로 완성남녀 농도 맞춘 ‘커플 향수’도 인기경쾌한 ‘시트러스’ 따뜻한 ‘우디’ 개성파 ‘스파이시’ 여성미 ‘파우더리’한 해 동안 신세졌던 분들과 고마웠던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할 때다. 하지만 이 마음이라는 것을 잘 표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결례가 되지 않을 만한 좋은 선물을 고르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특별한 선물을 찾으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작은 것을 고르더라도 정성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따뜻한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선물이라면 가격에 상관없이 받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향수는 어떨까? 너무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배려의 마음을 담은 ‘커플 향수’라면 얘기가 다르다. 선물을 받는 이는 물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도 챙긴 세심한 배려에 더욱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향수라는 것이 대충 골라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향수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향의 농도. 그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가장 농도가 짙은 향으로 향의 지속 시간이 10시간 전후인 ‘퍼퓸’과 ‘오 데
은빛 날카로운 봉합침 하나아파트 이마 위에 걸려있다얼어터진 틈새로 눈보라 쏟아져 내리던엊그제 상처맵찬 바람으로 실 꿰어한 바늘씩 곱게 꿰매고 있다흉터 하나 없는 말간 하늘아침이면 돋아나리라 아무 것도 담을 수 없는만신창이, 달 아래 눕혀보는초사흘 시린 밤초승달 편작인 듯 내려와 헤진 가슴 촘촘이 박고 가거라
삼촌은 같은 학년의 중학생들보다 키는 훨씬 컸지만 덩치까지 좋은 것은 아니었다. 호리호리하고 콧날이 유달리도 오똑했으며 눈이 가늘고 위쪽으로 눈 꼬리가 치켜 올려져 있어서 엄청 날카로운 인상이었다. 게다가 교복 단추는 풀어 헤치고 모자는 벗어서 꼬나들고 다니다 쓸 때는 꼭 비스듬하게 눌러써서 언뜻 보기에도 불량학생 티가 넘쳐났다. 모자챙도 직각으로 꺾어서 쓰기 때문에 옆에서 보면 삼촌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삼촌 뒤에는 늘 한두 명의 똘마니들이 삼촌 책가방을 들고 따라다녔다. 온 고을의 중학생 치고 삼촌한테 얻어맞지 않는 애가 없었다. 유달리 허약하고 싸움질도 못했던 내가 ‘즘’ 애들 같은 상것들한테 그만큼이라도 대우받던 것은 순전히 악바리 싸움꾼인 삼촌의 덕이었다. ‘남태’라는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국민학생이던 내 라이벌 녀석들은 벌벌 떨었다. 삼촌의 상대는 걔들이 아니고 걔네들의 셋째 형이었다. 우리 집 뒤뜰에 있는 골단추 나무 뒤 언덕배기에 올라서면 몇 백 평이나 되는 대나무 밭이 펼쳐진다. 대나무 밭 중간에는 높다란 감나무가 한그루 서 있었는데 감꽃이 피면 삼촌은 떨어진 꽃들을 줄줄이 실에 꿴 다음 향기 나는 목걸이를 만들어 나와 누이동
개원 최적지도 진화한다유동인구 ? 지역적 특성 ‘1순위’로고객 편의성 확보한 공간·인프라 중요개원 초보 번화가 보다 안정적 상권 유리부동산 흐름 알면 개원입지 보인다입주 건물 매매시 계약 승계 꼭 확인 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 실정이 어두웠던 나보철·임프란 원장은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친척의 조언으로 강남 임대보증금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2년 전 신도시 가능성과 인구 유동성 증가에 대한 기대감으로 파주에 상가를 분양 받아 개원을 했으나,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강남에 개원한 친구들은 돈 버느라고 바쁘다고 하는데 나보철·임프란 원장은 요즘 충치 환자로 하루하루 바쁘기는 하지만 전공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애가 탄다. 최근 인근 일산에 대형 치과병원의 등장으로 그나마 찾아오던 임프란트, 보철 환자도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개원을 준비중인 원장 고민의 72%가 입지의 선택이라는 설문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 치과 병·의원의 대략적인 수는 약 1만2000여 개에 달한다는 통계 발표가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네마다 특히 사거리가 있는 곳에서 치과 서너 개를 찾는 일은 웬만해서는 이제 흔한 일이 되고 말았다. 아마도
그날 밤에도 보름달이 중천에 걸리자 수리부엉이는 또 다시 찾아왔다. 뒤뜰 대나무밭 가운데에 높다랗게 서 있는 말라죽은 감나무 가지위에서 허여멀건 달빛을 배경으로 두 귀를 쫑긋 세운 채 묵묵히 앉아 적막한 우리 집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산과 들은 깊은 잠에 묻히고 살바람에 비벼대는 대나무잎사귀 소리만 스산했다. 뒷간에서 돌아오다가 등골이 으스스 해진 나는 불 꺼진 방으로 숨듯이 들어와 얼른 문고리부터 걸어 잠궜다. 그리고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장지문에 박힌 조그만 쪽 유리로 한참동안 부엉이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부엉이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늘 그랬듯이 한 식경이나 지난 후 ‘부엉 부엉’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몇 번 울고는 푸드득 날아올라 어두운 밤하늘로 잠기듯 사라져 갔다. 부엉이가 떠나간 감나무 가지는 달빛아래 은백색으로 더욱 앙상하게 빛났다. 그 시절 대나무밭 왼 켠의 사랑채 옆에 붙은 뒷간과 장독대 사이에는 두 그루의 굵직한 살구나무가 버티고 서 있었다. 이른 봄이 되어 살구꽃이 피면 꽃 그림자가 시원한 그늘을 만든다. 나보다 여섯 살 위였던 삼촌은 살구꽃 그늘아래에 삐거덕거리는 낡은 나무의자를 가져다 나를 앉혀놓고 제법 익숙한 바리깡 솜씨로 머리를 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