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사뭇 춥다. 그예 겨울이 오고야 만 것 같아 씁쓸하다. 필자는 1년여 전 치의신보에 ‘우리의 가을’이라는 글을 기고한 적 있다. 우리에게 ‘겨울’이 다가오고 있으니 우리 회원들의 안위와 생존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글이었다. ‘회원의 당면한 필요를 충족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근거없이 협회를 비방하고 업무력을 낭비’하지 말고 내분을 지양하며 협력을 도모하자고도 썼다. 일을 맡은 사람이 잘못을 했다면 응당 잘못에 대하여 책임을 지면 될 일이나, 도를 넘어선 시시비비 제기를 응대하느라 업무시간과 인력이 저당 잡히면, 그 낭비된 자원만큼 고스란히 회원의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당시 필자는 협회 홍보이사로 일하고 있었다. 협회 사정이 여의치 않아 통상 두 명인 홍보이사 자리를 부족한 본인 혼자 맡게 되어서 심정적으로도 참 힘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치의신보 글을 쓴 뒤에 협회 정기감사에서는 그간 했던 홍보업무에 대한 평가나 질책 또는 대안에 대한 제시는 전혀 없이, ‘왜 치의신보에 글을 썼느냐’고 삼십 분 가까이 혼나야 했다. 또 누군가의 이름을 언급한 적도 없건만, 필자의 이름을 공공연히 들먹이며 필자 글엔 있지도 않았던 ‘선동’이니 ‘날조’니 하는 북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이다. 태극기의 태극 문양과 4괘는 역경(易經)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역경은 유교의 기본 경전인 사서삼경의 하나로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 역이란 말은 변역(變易), 곧 ‘바뀌고 변한다’는 뜻으로, ‘천지만물의 양(陽)과 음(陰)의 기운이 끊임없이 생성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이다. 역은 변역 외에 이간(易簡)·불역(不易)의 뜻도 내포한다. 이간이란 ‘자연현상이 끊임없이 변하나 그 변화가 간단하고 평이하다’는 뜻이며, 불역이란 ‘모든 것은 변하나 일정한 항구불변(恒久不變)의 법칙을 따라서 변하기 때문에 법칙 그 자체는 변치 않는다’는 뜻이다. “역(易)에 태극이 있는데, 이것이 양의(兩儀)를 낳고, 양의는 사상(四象)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팔괘가 이루어지니 상(象)이 그 안에 있고, 인(因)하여 거듭함에 효(爻)가 그 안에 있다.(八卦成列, 象在其中矣, 因而重之, 爻在其中矣)” 여기에서 양의(兩儀)는 음(陰:⚋)과 양(陽:⚊)을 말하고, 사상[四象;태양(太陽⚌), 소음(少陰⚍), 소양(少陽⚎), 태음(太陰⚏)]은 효를 두 개 포갠 것이다. 단괘(單卦
지구 온난화가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접근하고 있다. 언젠가 지구는 460°C 고온 속에 황산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생태계/식생분포 변화, 산성비 피해, 폭염/열대성 질병발생, 모기의 출몰, 사막화, 황사, 빙하 상실, 미세먼지, 해양의 산성화, 오존층 파괴 등이 발생한다. 그로인해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갈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6대 온실가스가 있다. 태양으로부터 들어오는 에너지와 지구 밖으로 나가는 에너지의 양은 같아야 한다. 에너지의 양이 같을 경우 지구의 평균온도는 영하 15°C가 된다. 지구에서 복사되는 에너지가 외투처럼 지구를 감싸 지구를 따뜻하게 하는 온실가스 덕분에 모두 우주로 나가지 않아 현재 지구의 온도를 유지하여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 자원을 대량으로 이용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지나치게 많은 온실가스가 대기에 녹아들어서 지구를 둘러싼 온실가스 외투가 지나치게 두터워져 벌써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C가 올라갔고 2040년이면 산업화 이전보다 1.5°C가 상승할 것이라 전망한다. 6대 온실가스를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사회적으로는 최상위 전문가 단체다. 그러나 자의건 타의건 이 최상위 단체도 정부와 국회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언제나 ‘을’이다. 최근 정부에서 느닷없이 의대정원을 1천명 늘인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사단체가 발칵 뒤집혀진 일도 의료인단체가 정부에게는 언제나 ‘을’입장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기에 언제나 ‘을’인 의료인단체들은 국회나 정부를 상대로 많은 활동을 한다. 대관업무를 관장하는 부서를 두고 꾸준히 국회나 정부의 관계자들에게 의료계 단체마다의 어려운 점을 설득하고 정책반영을 하도록 부탁하고 또 부탁한다. 이들 의료인 단체들은 각기 여러 상임위원회를 두고 있지만 가장 활발하게 대관업무를 하는 위원회는 아마도 치무(의무)와 보험 법제분야일 것이다. 치과계도 마찬가지다. 치대정원을 붙잡고 있는 것이나 보조의료인력을 확충하는 문제, 최근 법제화되었던 의료인 면허취소법의 완화추진, 10년 전 성과를 올렸던 1인1개소법 개정이나 치과의사의 레이저 치료 허용에 대한 헌재의 승소판결 등은 모두 이들 위원회의 업무들이다. 협회에서 대관업무와 관련있는 위원회의 담당 이사들이나 부회장들은 치과계의 권익을 보호하거나 입법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평소에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던 어린 시절에는 더디게만 가던 시간이 40세 때는 40km, 50세 때는 50km, 60세 때는 60km 속도로 때로는 정신없이, 갑자기 들이닥쳐 대응할 여유도 없지만, 이후에는 점점 느리게 간다. 우리는 어머니 배속에서부터 이미 나이를 먹고, 인식하지 못하지만 신체 여기저기 늙어가는 징조가 나타나고 변화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모두 똑같진 않겠지만 40세가 지나면서부터 먼저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해 돋보기안경을 끼게 되고, 잇몸이 나빠지고 치아가 빠지면서 임플란트 같은 보철물을 하게 되고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희어지고 허리가 아프거나 무릎이 시려 오며 나도 모르게 움직일 때마다 불편한 소리를 낸다. 몸의 장기 곳곳에서 병이 생겨 병원에 다니는 시간이 늘어나고 먹는 약이 늘어나면 혹시 큰 병이 걸린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걱정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한데도 어느 순간 자신이 나이 먹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마음과 몸이 같은 속도로 늙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충격을 받고 두려워한다. 이런 두려움은 인간의 가치를 기능으로 판단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병폐에서 비롯된다. 젊은 세대
지난 9월 19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도내 의과대학 정원 최소 108명 증원과 50명 정원의 국립 치과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의료환자 중증도보정사망비, 치료 가능 사망자 수가 전국 1위,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 2.14명 대 대비 1.57명, 도내 병원 근무의사 946명에서 182명 부족(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은 정원 422명 중 59명 부족, 건국대병원은 정원 118명 중 64명 부족) 전국 평균 의대 정원수 197명에서 충북은 89명 등을 근거로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한다고 한다. 지역 의대 출신은 지역에 남아서 근무하는 비율이 타지역 의대 출신보다 3배 높은 통계가 있고 의대 신설보다는 정원확대가 비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국립치과대학 신설 추진계획의 근거는 충청권에 국립 치과대학이 없고 기대수명 증가와 고령사회 가속화에 따른 치과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전문진료를 공급하고자 한다고 한다. 회견 말미에 “도민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동등한 의료서비스를 받고자하는 우리의 절박한 요구가 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164만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요지는 충북 지역
미국의 도덕-행동철학자 프랭크퍼트가 2005년 “On Bullshit”이라는 손바닥만 한 100쪽도 안 되는 조그만 책을 출간하면서 그 명성이 절정에 올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소리에 대하여”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었다. 책이 작은 이유는 두꺼워지면 자연히 개소리를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개소리의 개념적 의미를 현실적, 철학적으로 분석하여 거짓말보다 훨씬 교활한 개소리의 사회학적 해악을 명쾌하게 까발렸다고 평하고 있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개소리쟁이는 목적 달성만 중요하다고 하였다. 의도에 부합되면 진짜, 가짜 안 따지는 개소리의 교활한 폐해를 지적하였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로 개소리가 너무 만연한다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이것을 알고 있다고도 하였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는 개소리를 하고 다니니까 이런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향도 있다고 하였다. 원저의 출판년도가 2005년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초판 1쇄가 2013년 발행되었는데, 2023년 지금 14쇄가 발행되면서 인기를 끄는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개소리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현혹되지 않을 정도의
의사나 치과의사가 개원을 하고 진료를 함에 있어서 의료기사와 함께 하지 않는다면 원활한 진료를 할 수 없고 심지어는 도움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부분도 많다. 물론 어떤 특정과에서는 의료기사의 도움이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상호보완적 의미로 이제는 점차 그들의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그만큼 존재감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과거의 논리로 따져 갑과 을의 관계였다면 이제는 서로가 그들의 영역을 인정해주고 함께 가야할 동반자의 입장이 된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동물들도 공생이라는 표현으로 살아가는 무리들이 많다. 공생이라 함은 둘 이상의 생물이 서로간에 상생을 위해 협력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상생은 몇 가지로 분류하는데, 첫째 상리상생이다. 쌍방의 생물이 둘다 이 관계에서 서로 이익을 얻는 경우에 해당된다. 두 번째 편리공생이다. 한쪽만 이익을 얻고 다른쪽은 아무 영향이 없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편해공생이다. 한쪽만 피해를 입고, 다른 한쪽은 아무 영향이 없는 경우이다. 네 번째는 기생이다. 기생물만 이익을 얻고, 숙주는 피해를 입는 경우이다.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경우는 편리공생과 기생이라고 한다. 비
오쨔노미즈역(御茶노水驛) 철길 위에 걸린 다리를 건너면 도쿄이카시카(東京醫科齒科) 대학이다. 속세와 도량(道場)을 갈라놓은 협곡(峽谷)을 지나는 느낌이랄까? 교정과 서정훈 교수님을 모시고 미우라(三浦) 선생을 뵈러 가는 다리 위에서(1987), 두 장면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첫째는 이화여대 교문 앞. 좁다란 샛길을 내려가면 다리 밑 납작한 판잣집에서 갓 출시가 시작된 라면을 팔았다(1965). 고춧가루 풀고 단무지 서너 쪽을 곁들이면, 짜장면 반값에 무한행복이었다. 하숙집 그린 필드에서 풀만 먹던 뱃속에 뜨거운 닭 국물(소문은 고래 고기 육수라고 했다)이 주르르 흘러들면, 그건 바로 감동이었다. 밤 10시쯤에 슬리퍼 차림으로 내려가서 라면 한 냄비 뚝딱하고 돌아와, 연탄불 따끈한 하숙방 아랫목에 배를 깔고 누우면, 이내 꿈나라로 빨려 들어갔다. 둘째는 서울역 북쪽 철길 위에 걸린 염춘교(鹽川橋) 다리. 소공동 본과 4년간을 만리재 중턱 외숙 댁에서 걸어 다녔다. 걸어서 30분 거리인데, 전매청 담장 밑으로 도랑을 건너는 샛길로는 조금만 서두르면 20분으로 족했다. 염춘교를 지나 이제는 수제화(手製靴) 거리가 된 중림동에 들어서면, 일제의 유물로 보이는 포도석
어릴 때 살던 집 앞에는 제법 너른 골목길이 있었다. 동네 친구들은 그 길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피구도 하고 가게 앞 입간판을 골대 삼아 축구도 하고 놀았지만,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야구였다. 그때는 프로야구리그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되어, 모두가 야구에 열광하던 시절이었다.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초등학교 운동장도 있었건만, 집 앞의 골목길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밥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달려나가 지체하지 않고 바로 공을 치고 놀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집 앞 계단에서 수직선을 그어 만나는 골목길 중앙점에 홈 플레이트였다. 골목 오른편 초록대문집에서 세 걸음 걸어나온 곳을 1루, 왼쪽 전봇대 한 발 옆을 3루 베이스로 잡는 식이었다. 홈에서 베이스를 잇는 가상선에 미치지 못하면 파울, 세탁소 입간판을 넘어가면 2루타, 빨간 지붕집 대문을 넘기면 그라운드 홈런으로 치기로 했다. 다 모여도 9명이 되지 못하는 날도 많으니, 프로선수단처럼 꽉찬 스쿼드와 심판진까지 갖출 순 없었다. 다 놀고 싶은 꼬마들이므로 우리는 다같이 선수이고 또 심판이었다. 우리끼리 함께 규칙을 정했다. 미리 알 수 없는 것은 다같이 의논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다같이 한 번이라도 더 공을 던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확립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교권 추락은 왜 생겼나? 정치적 교원 단체가 교권 침해의 판을 깔았고 교사들은 부당한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교실에서 문제 학생들을 올바로 훈육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이 방치되어 학교가 무너지고 결국 교사와 학생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불만과 절망감만 주었다. 교권 추락의 근원은 교육현장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해 온 교육 당국, 관리자들, 교원단체들의 무책임과 무지성이며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가 이런 weak points를 파고든 것이 서이초 사건이다. 교육 현장을 정확히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확립해야 한다. 편향된 세력이 보편가치가 아닌 선택적 신념으로 무장하여 끼어들면 교권 확립은 요원할 것이다. 치과계로 눈을 돌려 보자. 치과계는 치과의사협회라는 hub, 치과의사는 지부(spoke) 즉, hub and spoke 조직으로 3년마다 회원들이 hub를 운용할 대리인을 선출하여 위탁한다. 시스템(정관)하에 회원은 책무를 다하고 대리인(집행부)은 회무를 성실하게 해나갈 것을 믿는다. 선거나 회무에서 갈등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