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y Essay 제1838번째 치과의사와 포정해우 “선생님 저도 이다음에 커서 치과의사 될거에요!” “그래? 왜?” “되게 쉬워 보이는데요, 그런데도 돈은 되게 많이 받잖아요!” 바람은 아직 쌀쌀하지만 그래도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따스하게 느껴지던 토요일 오후, 진료 받는 아버지를 유심히 지켜보던 꼬마 아가씨가 갑작스레 밝힌 장래희망. 아이의 아버지는 혹시라도 실례가 될까봐 제 눈치를 살폈지만 저는 무척이나 유쾌해 졌습니다. 사실 어린 소녀가 했던 천진한 이야기는 30년 전 그 나이 즈음의 제가 지금의 제 나이와 비슷한 아버지에게 했던 이야기와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당시 제 이야기를 들으신 아버지 역시 오늘의 저처럼 빙그레 웃고 넘어가셨지만 내심은 무척 기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장자의 포정해우(庖丁解牛)에는 서툰 백정은 무리해서 뼈를 가르기 때문에 매달 칼을 바꿔야하고 솜씨 좋은 백정이라도 뼈를 피해 살을 가르기 때문에 일 년에 한번은 칼을 바꿔야 하지만 포정은 살과 살 사이의 공간으로만 칼을 움직이기 때문에 십구 년을 써도 칼이 새것 같았고 마치 춤을 추듯 쉽게 소를 해체 했기에 이를 지켜보던 문혜군이 양생의 도를 터득했다며 감탄했
Relay Essay제1837번째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하자 의치(義齒, Denture)의 수순한 우리말은 ‘틀니’이며 총의치(總義齒, Full Denture)는 ‘전부틀니’ 또는 ‘전체틀니’가 적합한 우리말이고 국부의치(局部義齒, Partial Denture)는 ‘부분틀니’가 우리말이다. 그런데 근래 보건행정문서나 치과전문지에서 ‘완전틀니’란 부적절한 말이 사용되고 있어 이를 즉각 시정해줄 것을 요구한다. 전부틀니를 ‘완전틀니’라고 한다면 부분틀니는 ‘불완전틀니’란 말인가. 언어에는 상호연관성과 공통성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고치지 않으면 언론의 전횡으로 영영 고착화 되고 만다. 따라서 다음의 예를 들어본다. 초등학교 학생을 ‘국교생’이라 하였고 ‘국민생’이라고는 하지 않았으며, 고등학교 학생은 지금도 ‘고교생’이라고 줄인 말로 쓰고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뀐 이후 초등학교 학생을 ‘초등생’이라고 언론에서 부적절한 용어를 쓰기 시작하여 이를 ‘초교생’으로 고쳐줄 것을 요청한 바 있으나 고집불통으로 고쳐지지 않고 있으며 컴퓨터 상에서도 ‘초교생’이라고 치면 빨간 밑줄이 쳐진다. 초교생을 ‘초등생’이라고 한다
Relay Essay제1836번째 필리핀에 희망을 전하고 오다 “치과의사가 내 이 뽑아서 가져갔다?” 태어나서 칫솔을 처음 봤다는 신입생 중에는 치과진료뿐 아니라 샤워기를 보고는 “벽에서 물이 나온다” 고 놀라거나 수세식 변기에서 “땅에서 물이 솟구친다” 놀란다니 그 순박함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올해도 필리핀 세부 마리아 수녀회 기숙학교 의료봉사를 3박 5일동안 하고 돌아왔다. 3번째인 이번 행사는 한방, 내과, 안과, 성형외과, 치과 의료봉사활동을 했다. 마보라 근교에 5000명, 세부에 5000명인 4년제 고등학교인 이곳은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한 두 마을에서 선발된 아이들을 전액 무료로 교육과 기술을 가르쳐 사회적 일꾼을 키우는 기독학교이다. 그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고 교육, 기술, 신앙을 사랑으로 일구어 ‘희망’과 ‘행복’이 있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학교이다. 구강 상태는 매우 열악하여 거의 모든 신입생들은 최소 4개에서 최대 10개까지의 깊은 충치이환과 치석이 매우 많이 형성되어 있어서 구치부는 IRM을 이용한 임시충전을 주로 하였고 전치부는 레진치료 및 즉발즉충 등의 신경치료 및 Flipper와 Temporary brid
Relay Essay제1835번째 난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 정말로? 당신은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하는가?사실 나는 자부 ‘했었다’. 굳이 과거형으로 ‘했었다’고 얘기하는 것은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람이고, 상식있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그 자부심이 와르르 무너졌기 때문이다.대체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이 무엇이관대?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투닥거리면서 우리가 상식이 있네 없네 따지는 것은 추측하건대 옳다, 그르다 사리 분별하는 그 기준이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 부합한다 아니다에 대한 얘기가 아닐까.그런데 그렇다 해도 애매하고 찝찝한 것이 그 상식이란 것의 기준, 즉 사리 분별의 기준이 참 알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구강관리용품전시실은 치과대학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에게 다양한 구강관리용품들을 소개하고 안내해, 개개인에 맞는 구강관리용품들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더불어 판매도 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종종 고객들과 실랑이가 일어
Relay Essay 제1834번째 나의 하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등교하면 그때부터 나의 하루는 시작된다. 씽크대에 쌓인 설거지를 시작으로 세탁기를 돌리고 이불을 개고 청소기를 돌리고 이방저방을 정리하고 늦은 아침을 먹으며 한가로이 TV를 본다.얼마 전 20년간 경영하던 치과를 접고 집에 들어앉아 전업주부의 생활을 시작했다. 편하기만 할 거라는 내 생각은 하루 만에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학교 등교하자마자 준비물을 잊고 왔으니 갖다 달라는 딸아이의 호출에 세수도 않고 학교에 뛰어가기도 하고, 비오는 날 챙겨주지 못한 우산을 들고 학교 운동장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기가 일쑤고, 다른 엄마들이 문제없이 척척 준비하는 학교과제도 엉망으로 준비해 아이를 난감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집안일이란 것이 안하려고 맘먹으면 할 일이 거의 없지만 맘먹고 덤비면 끝이 없는 중노동이라는 걸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집에서 쉬면서 이것저것 못해봤던 일들을 하며 여유 있고 재미있게 보내겠다는 나의 각오는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다.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얻은 나의 아이들은 엄마의 많은 나이를 부담으로 느끼는
Relay Essay제1833번째 서른 즈음을 보내며 여자들은 서른 즈음이 되면 혹독한 몸살을 앓는다고 한다. 거의 모두가 그렇다고 해도 좋을 만큼 십중팔구 그렇다. 이제 내 나이도 ‘서른’이 되었다. ‘내가 꿈꾸던 서른의 모습이 이런 거 였나’ 이따금씩 자문도 해보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서른이 되고, 곧 결혼과 함께 ‘독립’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요즈음 유난히 ‘가족’에 대한 생각이 잦아진다. 아버지는 가정에 대한 애착이 강하시다. 또한 외향적인 성격으로 어디서든 부지런히 움직이시는 아버지를 따라 우리 가족들은 전국 방방곡곡 안다녀본 곳이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매해 1월 1일, 내 짧은 기억 단편 속에서 1월 1일은 참으로 가정적인 날이다. 20년 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우리 가족은 경포대가 보이는 한 호텔에서 일출을 바라보며 새해를 맞았다. 아버지가 얼마나 여행을 좋아는 지, 가족결속력을 얼마나 중요시 하는 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가족 중 한명이라도 여행과 같은 ‘가족 모임’에 빠지면 매우 섭섭해 하시는 부모님 덕에 자식들은 서른이 다된 나이에도, 사춘기가 막 끝나 여드름이 아직 아물지 않은 더벅머리 남동
Relay Essay제1832번째 정자문화와 가사문학그리고 전통정원 제15차 대여치 담양 역사문화탐방 길가에 반가운 개나리가 피고 강가의 버드나무에 여린 초록의 잎이 올라오는 봄날에 전라남도 담양에 다녀왔다. ‘담양’하면 바로 ‘대나무’가 떠오르는 곳이지만 담양은 조선시대 가사문학과 함께 정자문화가 활발했던 곳이다. 잘 생긴 산들로 감싸진 비옥한 평야지대를 기반으로 한 유교 사회의 이상적인 지역이 될 수 있었던 담양은 이러한 풍부한 재력을 바탕으로 유학자들은 관념적인 성리학을 탐구하고 풍류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기에 다른 어느 곳보다도 정자가 많이 발달하였다고 한다. 담양에서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죽록원이었다. 담양에 와서 대나무를 빼 놓고 갈 수는 없다. 죽록원은 2003년에 새로 조성한 대나무 숲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담양의 대나무’를 외웠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대나무의 향수를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오르고 내리는 언덕에 빽빽이 들어 찬 대나무 숲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소나무 숲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친구들과 전통 대나무 공예전수자의 작품도 구경하고 오랜만에 즐겁고 여유로운 산책을 하였다. 자연은
Relay Essay제1831번째 아버지에게 배우는 눈높이 소통 요즘의 나는 아버지의 환갑 준비로 매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친척어른들을 모시고 간단하게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이지만 대식구라 모이는 인원이 50~60명 정도 되는데다 집안의 막내인 아버지가 형님, 누님들에게 불편을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확고한 일념을 보이신 덕분에 이것저것 따질 것이 많다보니 장소를 정하기부터 쉽지 않은 탓이다. 아버지가 제시한 조건은 이러했다.1. 손님들이 주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2. 시간 제약을 받으며 쫓기듯 식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3. 조카 손주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어야 한다. ‘주차장이 넓은 곳을 알아보면 되겠다. 시간은 예약을 할 때 넉넉하게 잡으면 될 것 같고, 아이들은 뭐든 잘 먹잖아! 간단한데?’ 인터넷으로 평이 좋은 뷔페와 한정식 집을 알아본 뒤 전주에 계신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다. “대우빌딩에 있는 뷔페는 룸이 있어 좋다하고, 전북대 사거리에 있는 한정식 집도 음식 맛이 괜찮다고 하고….” 그때부터 아버지의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토요일 점심인데 시내에 있는 뷔페나 한정식 집
Relay Essay제1830번째 전역증 한장 내가 군에서 본 일이다.웬 군의관 하나가 의무대장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전역증 한 장을 내 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전역증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대장의 입을 쳐다본다. 대장은 군의관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참모총장 직인을 확인하고는 “진짜다” 하고 내어준다. 그는 ‘진짜다’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전역증을 받아서 깔깔이 깊이 집어 넣고 경례를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인사 참모를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전역증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전역해도 된다는 전역증입니까?” 하고 묻는다.인사 참모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전역증을 위조했나?” 군의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지 말입니다.”“그러면 군에 말뚝이라도 박겠다는 건가?”“무슨 말씀이십니까? 3년을 오매불망 이 날만 기다렸습니다. 어서 도로 주시지 말입니다.”군의관은 손을 내밀었다. 인사 참모는 웃으면서 “진짜다” 하고 던져 주었다.그는 얼른 집어서 깔깔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
Relay Essay 제1829번째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에 가다-체코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 展 아직도 이른 봄 오랜 만에 덕수궁을 찾았다. 궁내 길섶엔 노란 산수유 꽃만이 활짝 피었고 다음은 개나리 진달래 순서가 아닌가. 남녘에는 벚꽃이 활짝 피어 상춘객으로 법석인데 이곳 덕수궁엔 이제야 꽃망울이 도톰하게 되어 화사한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 궁 안의 현대미술관엔 ‘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이란 제호 아래 프라하국립미술관 소장품 전을 한다기에 주말을 이용해 찾았다. 나에겐 프라하의 추억이란 제호만 봐도 먼저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1990년 6월 ‘프라하의 봄’이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체코가 그 유명한 ‘프라하의 봄’을 만들어 낸 국민에 온 세계가 손에 땀을 쥐고 TV 앞에 가슴 조이며 매달렸던 기억이 있다. 자유를 얻기 위한 투쟁에 맨손으로 소련 전차 앞에 몸을 던진 용감한 젊은이들에 자유세계가 박수를 보냈던 그 감격의 순간을 어찌 잊으랴. 우리나라도 여행 자유화를 맞아 세계 각국으로 관광을 자유롭게 다니게 된후 처음으로 동구라파 여행 상품이 나와 맨 먼저 여행사에 신청을 해 1996년에 체코의 프라하를 방문, 감격의 ‘바츨라프’
Relay Essay제1828번째 주부 20년차의 Home cooking 실천하기 보통 여자 치과의사의 일상이 누구나 비슷하지는 않겠지만, 하루에 한끼 정도는 사랑하는 가족의 식단을 책임져야 하는 것은 누구나 공통된 일과일 것이다. 어찌하다 보니, 세월이 흘러 결혼 20년차의 주부가 되어 있다. 그래도 매일 가까이에서 환자를 만나고,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아침은 굶기가 일쑤이거나, 가볍게 입 냄새 풍기지 않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점심을 치과병원 가족과 항상 사먹으며, 저녁은 다이어트를 핑계로 절식과 폭식을 번갈아 하다 보니, 건강은 점점 안좋고, 피부는 이제 노화를 피할 수가 없다. 주위에 살림도 잘하고, 병원 일도 잘하고, 가장 힘들다는 자녀교육도 성공한 선후배 동료 여자 치과의사들을 만나면 한참은 기가 죽는 그런 나이다. 요즘은 넘쳐나는 정보와 상업적 매체 방송들이 즐비하다. 특히 아침 TV 방송에는 항상 맛있는 제철 음식이며, 유명한 맛집 소개가 즐비하고 건강에 좋은 습관, 운동 등이 하루도 빠짐없이 정보로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의 화목과 건강을 위해 일주일에 며칠이라도 Home cooking을 시도해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