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버스정류장 8개가 곧게 뻗은 알록달록 8차선 도로다. 전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려 찾아오는 세트 시설 스튜디오 큐브 앞에, 지난 연말 새 그림 하나가 추가되었다. 천체(天體)를 상징하는 동글납작한 트러스 형 돔 구조 안에, ‘어린 왕자’ 별 기둥이 들어앉은 대형 탑이다. 밤이면 지팡이 꼭대기 붉은 별이 트러스에 빼곡한 LED 전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를 이룬다. 이름하여 ‘영원한 빛 - 우주’,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꿈과 가치”를 표현했단다.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이러한 상징물을 세울 만큼 대한민국이 성장했구나, GDP $35,000 국민으로서 가슴이 뿌듯하다. 백 미터쯤 지나 신세계백화점과 대덕대교를 잇는 횡단보도를 만난다. 신호가 나서 걷는데 삐익!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코앞에서 급정거한다. 멈칫했다가 마저 건너자 빵 빠앙, 뒤에 선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린다. 노인네 지나갔으니 빨리 출발하라고 승용차를 재촉한다. 푸른 신호는 아직 15초나 남았는데... GDP 천 달러가 못 되는 미개한 후진국형 ‘자동차문화’다. 둘 사이 거리가 고작 백 미터다. 숙소 사빌에서 ‘9 to 5’인 오피스텔까지
2021년 5월 27일 세계보건기구는 제 74회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서 구강 건강에 대한 결의안(resolution)을 채택하였다1).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의제(agenda)인 비전염성 질병(noncommunicable diseases)과 보편적 건강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의 한 부분으로서 더 나은 구강 건강을 성취하여 국제연합(United Nation)의 2030 의제인 지속가능개발과 그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토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결의안은 회원국의 대표로 구성되며 세계보건기구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세계보건총회에 채택되었기 때문에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국제 사회에 공표하고 구강 건강을 국제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보건 의제(global health agenda)로 포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 이러한 채택은 치과 분야의 전문가 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문제인 구강 질환의 광범위한 유병률과 이로 인한 부담에 비해 구강 건강이 지나치게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는(neglected)3) 현실 극복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
지금으로부터 15년쯤 전, 2년간 서울치대 치의학박물관장(제6대, 2008.9.1~2010.8.31)을 맡은 동안, 원로 동문 선배들을 기리고, 그분들이 보관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발굴하는 방법으로써, 약 1개월 단위의 동문 소장품 기획전을 계획하여 기획전시실인 제2전시실에서 7회에 걸쳐 동문소장품전(1회 김주환, 2회 지헌택, 3회 백순제, 4회 고 변종수, 5회 고 안형규, 6회 유양석, 7회 고 이춘근 동문전)을 열었었다. 지난해에 서울치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동문 소장품 기획전이 다시 열렸다. 현 치의학박물관장(진보형, 13대)이 13년 만에 ‘제8회 동문 기획전, 김명국 명예교수 소장품전’(2022.10.14~2023.1.31)을 열어 동문 소장품전을 속개한 셈이다. 앞으로도 동문 소장품 기획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서울치대 치의학박물관은 국내 최초 최대의 치의학 전문 박물관으로, 이종흔 학장 재임(1993.5.13~1995.5.12) 시에 서울치대 부설기관으로 개설(1994.8.31) 되었다. 개설 당일 12시 1층 박물관 앞(구 치과병원 1층 로비, 치과병원이 신축 건물로 이전(1993.5.18)함으로써 치의학박물관 공간
2022년 한 해가 저물었다. 올해도 치과계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난제들이 얽히고 설켜가며 힘든 시공이 닥쳐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가장 괴롭혔던 문제는 아마도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보고’ 제도 시행일 것이다. 내부 분열까지 일어나게 했던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는 대책을 강구하는 과정 속에서 내부 갈등도 있었지만 현재는 한목소리로 투쟁 중에 있다. 그러나 필자는 사실 이러한 치과계의 현안보다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주고 있는 치과계 내부의 문제가 매우 심각하고 상당히 병들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나가면서 의료복지에 대한 문제 때문에 정부 당국의 정책과 부딪쳐온 일은 다반사였다. 이번 집행부만의 일도 아니고 매 집행부마다 새로운 도전이 다가왔고 이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각 집행부 임직원들은 헌신적으로 노력했었다. 그 당시에는 옆에서 보면 집행부가 마땅치 않고 일을 못하는 것 같고 한심해 보여도 지나고 보면 그 어느 집행부도 자신의 임기 중에 맞닥뜨린 현안에 대해 피하거나 도망가는 일 없이 정말 헌신적으로 노력하며 해결해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과정 속에 해법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는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면, 능히 스승이 될 만하다.(논어 ‘위정편’) 이슬은 마치 아름다운 거미줄과 같다. 마냥 빛나고 반짝인다. 이른 새벽녘 이슬은 살이 있는 모든 것들 속으로 살금살금 기어든다. 그 누구도 이슬이 오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찬란하지 않은가? 햇살이 그 이슬 위로 내리칠 때는 그러나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콜럼버스 악수’가 이루어진 후에도 초원에서 살았던 아메리카 인디언 추장의 연설 중에서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인디언 연설문집) 출판사 : 더 숲)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을 읽으며 나는 이슬의 아름다움과 사라짐에서 애잔함을 느끼지 못한다. 거미줄의 아름다움을 알지 못하고 이슬이 살금살금 들어오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이란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고민 속에서 나오는 것이다. 누군가는 책, 음악, 여행, 영화, 그림 등을 통해 경험을 얻는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시청한다. 자연인에게 인디언 추장의 연설문은 어떻게 다가갈까?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문장을 가지고 2016년 11월에 B4 한 장의 글을 썼다. 2020년부터 2주에 한번 논어 문장을 가지고
현재의 초고속 디지털 전자 문명 시대에 사는 우리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무한 경쟁의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과 만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보다 ‘요즘 바쁘시죠’라는 말을 더 자주 쓰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바쁘단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빨리빨리’ 문화의 대표 선두 주자다. 3초 후면 닫힐 엘리베이터에서 닫힘 버튼을 수도 없이 누르고 녹색 신호등으로 변하자마자 앞차가 빨리 안 간다고 뒤차는 클락션을 누른다. 식당에서는 음식이 나오자마자 누가 뺏어 먹을 것도 아닌데 10분이면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렇게 바쁘게 산다고 그리 달라지는 것도, 얻는 것도 없지만 이런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비교와 경쟁과 속도로 대표되는 세상은 남에게 뒤처지지 말고 앞서 빨리 돈을 많이 벌고 최고가 되어 먼저 1등이 되라고 한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자의든 타의든 현실과 타협하고 편법으로 더 빠른 길을 택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기려 하고 있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하게 되고 경주를 시작한 토끼는 거북이가 한참 뒤진 것을 보고 안심을 하고
역사를 후대에 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필자는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1989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第14次 亞細亞太平洋齒科會議의 포스터를 내 방안에 걸어두고 있다. 액자도 옛날 그대로의 것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이 같은 자료들을 한 곳에 모으면 역사박물관이 될 것 같다. 이번에 특별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표로 역사를 기록하는 방법이다. 요즘은 편지 쓰는 일이 적어져서 우표를 만질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고, 공적인 편지들도 별납 직인으로 대신하니 우표를 볼 수 있는 기회조차 적어졌다. 중학교 때 종각 앞의 화신백화점 안에 우표판매점이 있었다. 어머니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으로 우표 책을 꽉꽉 채워서 학교에 가지고 갔었는데 두 권, 연속으로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우표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보다 필요한 친구가 가져갔겠지 생각하고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으나, 집에는 면목도 없고 해서 옛날 우표를 우표판매점에서 사는 것은 못하고 우체국에서 시기에 맞추어 나오는 기념우표를 직접 샀다. 물론 학교에 다시는 가져가지 않았다. 우표와 소형시트를 사려면 우체국 앞에 새벽부터 줄서서 몇 장씩 밖에 살 수 없었다. 특히 발행량
지난 11월 23일 협회 대강당에서 수련치과병원 지정기준 개선 관련 공청회가 있었다. 각 과의 처한 입장이 다르기에 수련치과병원 지정기준 역시 본인들의 과를 중심으로 상반된 의견을 표출하였다. 그렇다면 현재 수련치과병원 지정기준의 역사적인 배경을 살펴보기로 하자. 2007년 이전에는 각 전문 분야의 인정의 제도에 따른 수련 교육기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가 2007년 AGD 시행 후에는 AGD 수련 기관으로 교육을 수행하여 경과조치까지 통합치의학과 전문의를 배출하고 일부는 구강악안면외과 단과 수련병원으로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 배출에 기여를 하였다. 그러다 2016년 12월 5일 치과의사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라 기존 16개의 AGD 수련기관 중 연세대학교, 단국대학교와 중앙보훈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은 동 규정 제 6조 1항에 의하여 수련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한 채, 현행 기준으로는 앞으로도 수련기관 지정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현재 통합치의학과 수련병원은 3개 기관의 9명(연새대 5명, 단국대 3명, 보훈병원 1명)으로 한정되어 신규 면허자의 임상 교육 기회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따라서 통합치의학과 입장에서는 경
지난 11월 19일 대한치과교정학회 대전·세종·충청지부 총회 및 학술대회가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렸다. 초청받은 연세대 이기준 교수의 연제는 ‘생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역발상 교정치료’ 교정 전문의에게 새로운 시각을 소개하는 시의적절하고 뜻 있는 강의였다. 첫째, 교정학에 인문학(Humane Studies)적인 접근법을 제시하였다. 자연과학계열이 흔히 그러하듯, 관찰결과를 통합 정리하는 귀납(Induction)법보다, 추리와 사색의 연역(Deduction)적 사고를 예로 들었다. 무조건 외우고 따른 고전적인 이론에 의문을 갖는 역발상(逆發想), 구체적으로는 치조골의 direct와 undermining resorption에 대하여 재해석을 시도한다. 기존 이론에 대한 의문의 제기야말로 창조적 발상(Creative Thinking)의 시발점이요, 현대과학의 시대정신(Zeitgeist)이 아닌가? 둘째, 개원의의 공통적인 우려 즉 저 출산과 환자감소, 그리고 전문의 대량배출의 결과인 경제적 어려움에, 나름의 해법을 논하였다. 한류와 치맥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치킨집의 수입이 과연 격감했는가? 다양한 품종과 영업방식의 개발로 win - win이 가능했다며, 30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급격한 출산률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로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하는 인구구조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장기요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비율과 수가 전례 없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중장년층의 감소와 함께 지금까지 주로 돌봄을 제공했던 여성들의 사회적 역할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건강한 노화, 즉 노년층의 기능 감소와 돌봄 의존성(dependency) 예방 및 극복은 개인적 과제일 뿐 아니라 공중보건적으로도 시급하고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1). 건강과 노화는 일견 함께 성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건강백세라는 말이 익숙하게 들리듯이 노년기의 건강한 삶은 누구나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가장 유명한 정의는 1946년 제정된 세계보건기구 헌장에서 말한 “단순히 질병이나 병약(illness)이 없을 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정의를 노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무리가 생긴다. 대다수의 노인들이 한 개 이상의 만성질환과 심지어는 만성통증을 가지고 있지만 잘 조절할 경우 스스로 충분히
2014년 7월에 개봉한 영화 ‘루시(Lucy)’를 미국에서 보았다. 프랑스 영화 감독 뤼크 베송(Luc Besson)의 작품으로, 미국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주인공 루시 역을 맡았고, 최민식 배우도 주연급으로 마약조직의 보스 역을 맡았다. 루시가 강제로 엮여서 마약 배달책이 되었고, 기절한 상태에서 뱃속에 비닐 파우치에 든 마약을 품게 된다. 몸싸움이 있게 되고, 배를 걷어차이는 바람에 뱃속의 비닐 파우치가 터지면서 마약 일부가 몸속에 흡수되어, 뇌세포의 활성도가 차차 높아져 궁극에는 뇌가 100% 활성화된다. 그래서 전지전능의 초능력이 생기고 우주에 편재(遍在, Omnipresence)하게 된다.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그녀의 휴대폰에 ‘나는 어디에나 있어(I AM EVERYWHERE)’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우주에 편재한 여주인공 루시는, 시공을 초월해 시간조절능력을 발휘하여 최초의 원인 ‘루시’도 만난다. 루시 종(Lucy’s speices)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의 별명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의 아파렌시스 종은 동아프리카(에티오피아, 탄자니아, 케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