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국 (하) <지난호에 이어 계속> 그때쯤, 엄마와 할머니의 합동 작전이 시작됩니다. 장작불을 지피시고, 넓은 솥에 물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장작불이 타는 것과 동시에 부숴진 등뼈가 된장과 함께 끓게 되면, 장작불의 연기와 열린 솥뚜껑에서 품어져 나오는 수증기에는 푹 곰삭은 된장 냄새와 등뼈 육수가 어우러져 달콤 담백한 향기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노을 속으로 함께 피어 오릅니다. 이 기억은 평생 못 잊을 듯합니다. ‘술익는 마을’이라는 유명한 시구가 연상이 됩니다. 어둑어둑해져 가는 검푸른 하늘 속으로 사라지는 노을, 어두워져가지만 뚜렷했던 뭉게구름, 밑이 까만 솥을 데우는 빨간 장작불, 눈물 나게 매운 회색빛의 연기, 뚜껑을 열었을 때 퍼지는 하얀 뼈국의 수증기, 귀에는 타닥타닥 장작불 타는 소리와 바삐 솥뚜껑 여닫는 소리. 그리고 곰삭은 된장과 등뼈가 발산하는 달콤 매콤한 뼈국 내. 목은 벌써 입안에서 분비하는 침으로 연신 꼴깍. 집안은 서서히 어두움으로 빠져들기 시작하는 80년대 어느 즈음의 담양말이죠. 여전히 바삐 움직이시는 엄마와 할머니. 등뼈가 된장 속에서 잘 끓게 되면 이번에는 시장에서 주어 온 파란 겉배추 잎이 들어갑니다. 일명 시래
뼈 국 (상) 사람 많은 서울에 산 지 벌써 10여년이 넘어 갑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게 의식주이지요. 워낙에 소인(小人)이다 보니, 전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게 식(食)인 거 같습니다. 먹는 즐거움 말이죠! 결혼해서 고향 멀리 나와 살고, 맞벌이 하는 사정이라, 입맛 까다로운 나도 이런 맛 저런 맛에 길들여지게 되고, 예전의 그 맛이 그리울 때가 참 많습니다. 맛은 요리가 불러낸 변덕쟁이 애인입니다. 같은 양념을 써도, 똑같은 사람이 만들어도, 시기와 날씨, 분위기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죠. 심지어 같이 먹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똑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맛있게, 즐겁게, 고맙게, 깨끗하게, 준비한 사람을 칭찬하며 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에 천하의 일품요리를 맛없게, 우울하게, 같이 먹는 사람이 더 이상 숟가락을 들게 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도 있지요. 서울에 살면서, 허기져서 우연히 들어간 집이 유명한 맛집인 경우도 있었고, 유명세 따라 주말이면 힘들게 찾아간 집도 여러 집이 되는군요. 정말 유명한 집이더라도 내 입맛에 안 맞는 경우도 허다해서 다시는 가지 않는 집이 있는가 하면, 철따라 분위기 따라 한 두 시간의 정체
나의 친구, 박 타대오(정숙) 수녀! 본인이 가난했기에 누구보다도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잘 알고 그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친구는 학창시절(전남대학교 치과대학 6회 졸업)에 책 세일즈를 해서 학비를 벌기위해, 1년간 휴학을 할 정도로 어렵고 힘들게 치과대학을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졸업 후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모시고 살며 경제적인 기여를 해야 하는 의무감과 압박감에 힘들어 했지만 가족들을 설득하여 결국 수도자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쳤을지 감히 짐작해 봅니다. 가난하고, 늙고, 병드신 부모님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 친구의 발길은 얼마나 힘들고 무거웠을지 감히 상상이 안갑니다. 어쩌면 주의에선 모질고 무책임 하다고 했을지도 모르지만 친구가 품은 그 큰 희망은 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무엇을 품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바뀔 수 있듯이 친구는 항상 마음에 사랑을 품고 살아갔기에 친구의 삶은 사랑으로 일구어지고 온전히 내어주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힘들고 외로운 좁은 문으로 들어선 친구는 수도자로서의 본연의 길인 구도의 길과 틈틈이 꽃동네 치과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한발 더 깊이 봉사하도록 부르심
초겨울의 일기 2 요 며칠간은 겨울비가 내렸다.아침마다아직은 일어나지 않아도 되겠거니 생각하며어두운 창문을 보며 뒤척이다보면매번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동지가 가까운가보다.주차장에서 자동차문을 열기 전에바라보는 먼산을 뿌연 회색기운이 감싸고 도는 게아직 빗기운이 완전히 물러서지 않고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차창에 물방울들을 닦고물기에 젖어 유난히 검은 아스팔트길을 달려가면유난히 공기냄새가 좋은 이런 날이 난 참 좋다.도로에 많은 차가 달려도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고문득 이대로 길이 날 이끄는 대로길 끝난 곳까지 한가로이 달려가보고 싶은난 이런 겨울비 내리는 날이 참 좋다.무념의 길 끄트머리에 서서생각조차없이 비를 그으며다시 먼곳을 바라보게 되는 상상을 해본다.무념, 무상의 그 곳. 초겨울의 일기 3 올 겨울은 겨울답지않게 포근하리란 일기예보입니다.응급실과 수술실에서 눈이오건 비가오건잠도 자지 못한 채 열서너 시간씩 수술을 하고 나와폭식을 일삼는 뚱뚱이 젊은 의사들과질병과 힘든 싸움을 지탱하는 많은 사람들과호스피스병원의 자원봉사자들과누구라도 찾아와주길 기다리고 있는 고아원과 양로원의 아이들과 노인들과차가운 바닥에 누워 웅크리고 쪽잠을 자는
초겨울의 일기 1 뭐든지 확실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게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때론 흐린 하늘이 물먹은 화선지 마냥 드리우고안경에 김이 서려있지도 않은데비내리는 창밖이 어른거리는 오늘 아침이 좋은 이유가 그렇다.시동을 끈채 윈도우 브러시를 작동시키지 않고바라보는 바다가,안개낀 늦가을의 낙엽 밟히는 거리와그 속을 걸어가는 한 실루에트가,물안개 피는 아침강가와 소슬한 바람이,비를 맞으며 말없이 웃고 서있던 사내가,김서린 샤워커튼이,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은은히 퍼지는 햇살과홀로 고개숙인 여인의 미사포가좋았던 이유는 그런 것이다.어떤 것에든 신비스러운 감추임이 남아야아름답단 생각을 한다.늘 투명한 유리문을 통해 누군지 확인하고 문을 여는 우리는간유리로 만든 문 앞에 누군가 와서 초인종을 누를때 느낄 수 있는아름다운 기대와 설레임을 갖지 못한다.비가 내리고감추일 무엇도 없어 허전한 나는망연히감은 머리를 말리지 않은채초겨울의 안개낀 강가를 서성이고 싶다. 강경찬 전주 예치과의원 원장
당신이 머문 곳에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질녁의 붉은 석양,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별빛, 가을 산의 오색빛깔 단풍,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과 마음을 함께 나누어가는 이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세상은 살기에 삭막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어렵게 날품팔이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떠난 기부할머니의 이야기, 짧은 인생을 마감하면서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꿈 많던 소녀의 이야기 등 향기 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아가는 이 세상이기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살만한 세상이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치과계가 주도적으로 타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사회의 질서 배려 운동에 목소리를 내고 사회의 공익을 위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국민건강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하여 국민의 건강증진과 선진화된 시민문화 육성을 위해 2008년 건강한사회만들기 캠페인을 시작으로 그 사업을 지속적이고 체계화하기 위해 지난 3월 법무부 산하 (사단법인) 건강사회운동본부가 발족하였습니다. 여러 단체가 함께 함에 각 단체 간의 특성
‘용감한’배낭여행 작년 10년간 연예를 끝내고 지금의 아내와 결혼을 했다.아내와 첫 만남은 대학시절 유럽 배낭여행에서 만나 인연이 되었다.연애시절 만약 결혼을 하게되면 신혼여행을 다시 유럽배낭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해 우리 둘은 과감히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한달 일정으로 다시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은 우리를 겁 없는 부부라고 이야기 했지만 인생에서 언제 이렇게 여행을 맘편히 갈수 있을까 생각을 하고 예전에 가보지 못했던 지중해 연안쪽으로 루트를 잡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평생 한 번 갈 수 있을까 하던 음료광고로 유명한 산토리니, 근대 올림픽의 발생지 아테네, 폭동으로 정신없는 그리스 이곳저곳을 다녔다. 나일강의 문명 이집트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은 화면과 사진으로 전해질 수 없는 감동을 몸소 느끼게 했고 고대문명의 웅장함과 장대한 시간의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수많은 건물과 도시는 내 자신을 겸손하게 만들었다.항상 여행은 여운과 좋은 추억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은 너무나도 확실한 것들이 각인되었던 것 같다. 내가 체험한 그리스와 이집트는 너무나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두 나라 모두의 조상
수학 방사선 검사 수학은 치과의사들에게 그리 친숙한 학문은 아니다. 영국의 수학자 케이쓰 데브린(Keith Devlin)은 The math gene이라는 저서에서, 인간에게는 언어와 마찬가지로 수학에 대한 유전자가 누구나 있으며 그 수학의 유전자 때문에 두 개의 동떨어진 사건을 시물레이션을 통해서 연결하고 그 두 개의 사건 사이에 어떤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면 시간의 전후관계를 근거로 먼저 일어난 사건이 원인이 되서 나중에 일어난 사건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결정한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현상에는 원인결과 관계 외에도 무작위에 의해서 우연히 두 사건이 연관되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쉽게도 많지 않다. 모든 관찰은 단지 가설만을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가설은 혹독한 테스트(검증)를 통해서만 하나의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까지는 우리의 선천적인 유전자속에는 들어있지 않고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서만 그 능력을 습득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초등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은 과거에는 읽고 쓰고 계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읽고 쓰고 가설을 검증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며, 선천적인 가설의 제조능력만 갖춘
新 風水地理 (2) <지난호에 이어 계속> 무학대사는 백악산과 관악산이 불의 산일 뿐만 아니라 목관산도 불쏘시개 산이어서 정도전의 안대로 이 선이 일치하는 곳에 궁궐을 지으면 5대가 가기 전에 왕위찬탈이 일어나고 200년 내에 나라에 큰 변괴가 생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 예언은 불행히도 세조의 왕위찬탈과 임진왜란, 그리고 경복궁 대화재로 적중하게 된다. 실은 당시 정도전과 무학대사 사이에는 유교와 불교 간의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세도가인 정도전은 유교의 영향을 받는 자연학자이자 지리학자로서 풍수지리설로 왕을 설득했다. 반면 태조의 정신적인 스승이었던 무학대사는 새로운 왕조에서 유교에 점차 잠식되어가는 불교의 중흥을 꾀하기 위해 선바위가 있는 인왕산을 주산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다. 이후 태조는 1395년 4월부터 한양에 궁궐을 짓기 시작하고 그해 윤 9월 13일 도성축조 도감을 설치, 정도전에게 명하여 도성을 축조하게 된다. 그러나 정도전의 안을 중시하며 도성과 궁궐을 축성하면서도 무학대사의 의견을 무시했던 것만은 아니다. 광화문 정문 앞에는 불을 먹는다는 해태석상 2개를 관악산 연주대를 향하여 설치하였고 목에는
新 風水地理 (1) 얼마 전 요즘에도 각종 풍수지리가 횡행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원래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집터나 묘 자리 등을 볼 때 풍수지리설을 널리 신봉해 왔지만 서양에서도 궁전이나 성채, 성당 등을 지을 때 전망 좋고 양지 바르며 홍수와 태풍에 안정된 위치를 고르고 선호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예부터 이름난 명당자리라는 ‘좌청룡 우백호’도 알고 보면 바람 안 들이치고 양지 바르며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는다는 자리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 시대인 요즘 들어서도 빌딩이나 사무실의 위치뿐만 아니라 실내 집기류 배치에 이르기까지 온갖 액운을 피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신봉한다는 소식이다. 재벌가문의 묘 자리 선정이 온 고을이 시끄러운 행사라는 얘기는 숱하게 들어왔지만 주인이 바뀔 때마다 명동 모 은행 지점장실의 집기류들을 동서남북으로 옮겨가며 소란을 떤다는 기사이고 보니 돈 장사를 하면서 무던히도 마음에 걸리는 일들이 많았나 보다. 조선 초기 한양을 도성으로 정할 때도 풍수지리에 의한 영향이 가장 컸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창건한 이듬해인 1393년에 무학대사와 함께
뜨겁고 진한 우리의 추억 -전북치대 7기 졸업 20주년 행사를 마치고 여름의 태양처럼 빛나고 뜨거운 시절을 같이 보냈고들판의 풍요로움을 영글게 하는, 조금은 따사롭지만여유로운 가을 햇살로 다가오는 우리네 보고픈 모습들…많이 보고 싶습니다.책장 한 장 넘기는 속도로 20년이 지나갔지만책장에 남겨진 치열했고 행복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어 봐요.우리의 행복한 만남을 아래와 같이 조용히 기다립니다. 초대장을 보니 휘리릭 지나간 20년이 저만치 있었다.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20대 때의 나를 더듬어 보고, 잊혀졌던 청춘의 모습이 고개를 내밀면 반가와 하며, 참 행복했던 설레임과 기다림의 몇 개월을 보냈다. 행사 당일에 무척 고민하다가 미장원에 들러 집안 결혼식 때나 하던 머리손질을 했다. 표나지 않게 젊어보이게 해 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강조해서 준비를 마치고 행사장에 조금 일찍 도착 하였다. 커플인데다가 남편이 행사를 준비했기 때문에 나와 우리 직원들까지 분주히 움직였다. 반가운 친구들과 교수님들께서 도착하시면서 멋진 음악과 학창시절의 사진, 가족사진, 진료실에서의 모습들이 영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우리들의 자그마한 잔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