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3월에 가입한 토행독(토요일의 행복한 독서)에서 이번 주에 존피스, 맥스 프렌젤 공동저자의 Time Off (이토록 멋진 휴식)를 진행한다. 토행독에서는 3개월 단위로 12권 전후 책을 선정한다. 책이 선정되면 회원들은 각자 자신이 진행하고 싶은 책을 정한다. 매달 3째주 토요일 진료를 하지 않기에 편하게 독서진행을 할 수 있어 Time Off (이토록 멋진 휴식)를 선택하였다. 책을 선택하면 1달 전부터 진행을 준비한다.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 이들은 일과 휴식의 전환을 잘 이룬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잘 쉬는 것이다. 그것은 단지 칼같이 퇴근해 휴식 시간을 잘 지킨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된 일을 잊을 만큼 휴식을 즐긴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보면 워라밸의 본질은 ‘시간’의 균형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work,노동)과 ‘하고 싶은 것’(life,놀이) 사이의 균형(balance)이라고 볼 수 있다. 2020년도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무려 70퍼센트 이상의 직장인이 번 아웃(Burn Out)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Burn Out의 3가지 핵심 증상은 에너지 고갈과 피로감, 직장이나 업무와 관련한 부정적인 신경증 및 냉소주의, 업무
차마고도에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래전부터 태고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불교의 나라, 티벳 지역의 신비에 대해 막연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 TV에 방영된 티벳 지역의 차마고도 천연염정에 대한 시사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고산지대의 황톳물이 흐르는 란창강의 좌, 우편으로 빽빽이 형성된 염전의 모습과 거기서 소금을 일구는 티벳 소녀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수십만 년 전에 바다였다가 융기된 그곳은 지금도 지층 아래에서 지하수가 솟아나듯 소금물이 끊임없이 작은 샘을 이루며 흘러나오고 앞으로도 계속 흘러나올 거라고 한다. 옌징이라는 지명도 염정(소금우물)의 중국식 발음이다. 그 염정의 소금물을 담은 물통을 어깨에 메고 미끄러질 듯 좁은 밭둑길가의 염전에 쏟아 부어서 소금을 일구는 방식인데, 바닷가의 염전에서 백설 같은 소금을 캐듯, 천연염정에서 캐는 소금은 상염정(강 건너편)의 백염과 하염정에서의 황토색 소금물에서 정제해 깨끗한 창호지에 수를 놓은 도화처럼 맑은 도화염(홍염)을 수확한다. 두 손으로 소금을 움켜쥐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을 보고 눈물 글썽이며 동경한 적도 있었다. 태양, 바람, 여인들의 눈물과 땀으로 이뤄진 애환의 삶, “저
요즘 참 덥고 습한 계절입니다. 저번주까지는 비가 많이 와서 각종 도로들이 침수되는 소식이 전해지더니 이번주는 7월초부터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덥고 힘든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더운 날씨가 지속되다 갑자기 엄청난 소나기도 쏟아지고 그 습기로 더 후덥지근한 힘든 나날입니다. 밤에는 열대야로 땀을 흘려가며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밤에 잠을 잘 못 자니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낮의 더위는 더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새벽수영을 다니고 있는 저는 요즘 같은 시기에 새벽에 가서 찬물에 수영을 하고 오는 것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밤새 뒤척이며 끈적끈적한 몸을 이끌고 수영장을 가서 개운하게 샤워하고 찬물에 수영을 하고 나오면 그렇게 개운할 수 없습니다. 치전원 입학전부터 하던 수영이지만 치과의사의 직업과 요즘 같은 날씨에 저에게 잘 맞는 운동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아침수영을 하면 그 안에서 참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직업도 매우 다양하고 나이도 80이 넘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다양합니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몸 좋은 고등학생, 제 학창시절 은사님, 자동차세일즈맨 형님, 가정주부, 자식들을 해외 이민 보내시고 혼자
용기가 없었다. 평범한 제자인 내가 교수님의 정년퇴임을 기념하는 송공연이라는 큰 행사에서 감사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그로부터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발표를 위해 적어둔 편지는 아직도 내 가방 속에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편해지는 마음.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나의 글을 볼 거라는 생각에 여전히 망설여진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보다는 교수님에 대한 존경의 마음. 그리고 그것을 너무 늦지 않게 표현하고 싶은 제자로서의 간절함이 훨씬 더 크다. 경희문 교수님, 이렇게 지면으로나마 교수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도학생으로서 전공의 시절 동안 저는 교수님께 참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교수님은 세미나에서든 식사 자리에서든 교정에 관련된 임상뿐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까지, 참 많은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는 교수님의 진료와 교정테크닉에만 관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원을 하고 보니 교수님께서 예전에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이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 주신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수련의 시절 때 좀 더 정신 차리고 교수님 말씀을 새겨듣지 않은 것이
“강호에서는 무조건 가진 능력의 서푼을 숨겨야 한다. 모든 것을 드러내면 빨리 죽기 십상이다. 상대가 알고 대비책을 세우기 때문이다.”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최고의 능력치를 가진 주인공을 보통 [먼치킨] 이라고 부릅니다. 복잡한 사건도 단순 명료하며 통쾌하게 해결해버리는 소위 사기캐릭터이죠. 그러나 아무리 약한 상대를 만난 먼치킨들도 서푼의 실력을 숨기면서 싸움에 임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먼치킨의 유래는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등장인물로, 동쪽나라의 어리석은 짓을 하는 난쟁이 종족 ‘먼치킨(munchki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서로 협력하지 않고 혼자서 모든 것을 진행하려는 어리석은 플레이어’의 의미로 TRPG 게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처음 칭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만, ‘여러 분야에서 어떤 일을 하든, 남들을 압도할 정도의 성과를 내는 사람’ 이라는 정반대의 의미로도 사용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실제로는 서푼의 능력도 없으면서, 그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일만배로 과대 선전하며 클랜 게임에서 서로 협력하지 않고, 혼자 헤매다 허무하게 죽어버리는 인물을 ‘민폐 캐릭터’라 한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2021년 9월 넷플릭스가 공개한 우리나라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액션 서스펜스 생존 드라마로 넷플릭스가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흥행으로 투자된 제작비 200억 원의 400배의 가치로 평가됐으며 넷플릭스의 주가는 12조 원 늘었고 참가자의 초록색 운동복이나 진행요원의 붉은색 옷과 마스크가 유행하고 달고나 열풍을 일으켰다. 오영수 배우(오일남 분)는 우리나라 배우 가운데 최초로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았으며 이정재 배우(성기훈 분)는 미국배우조합상과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총 6개의 게임을 통과하고 우승자가 되면 상금 전부를 가질 수 있으나 만약 탈락하게 되면 상금은 물론 생명을 잃게 된다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 많이 있으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선정성, 폭력성, 잔혹성 등의 이유로 청소년 관람 불가 판정을 받았고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로 극한 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추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오징어 게임’ 6회 내용을 보면 줄다리기에서 참가자가 대거 탈
교수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3년만에-서울시치과의사회가 주최하는 SIDEX 2022 학술대회에 다녀왔다. 필자의 전공이 예방치과이다 보니, 다른 과목에 대한 부족한 공부를 위해, 글자 그대로 ‘보수교육’이 필요하여 매년 참가하려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동료인 치과보철과 교수의 강의가 잡혀 있었다. 서울시치과의사 회원들에게 해당 교수의 좋은 강의가 전달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서울시치과의사회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전하는 동료인 ‘L’교수는 교수의 일생 중 지금 빛나고 있는 “별(star)”의 순간에 있는 것이고, 향후 오랜 기간 동안 ‘별의 순간’을 잘 지키면서 후학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기 바란다. 필자가 뒤에서 강의를 듣더라도, 쉽게 눈에 띄는 외모(?) 탓에, 강의 중인 동료 교수에게 ‘부담’이 될 듯하여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른 강의를 들었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2010년도에 SIDEX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지만, 현재는 그런 필자를 어느 누구도, -필자 본인을 비롯해서,-‘빛나는 별’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상급종합병원 소속에서 벗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일까요 인건비 상승 때문일까요? 키오스크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왠만한 주문이나 계산을 인간에게 할 기회가 매우 적어졌습니다. 쇼핑, 택시, 음식배달까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스마트폰도 하나의 모바일 키오스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키오스크는 신문, 음료 등을 파는 작은 매점을 뜻하는 영어단어였지만, 기술의 발달로 자동화된 무인 단말기를 뜻하게 되었습니다. 무서울 정도로 빠른 과학 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정신없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아니 곧 다가올 가상세계의 습격은 아직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별똥별이 꼬리를 남기듯 키오스크 세상으로 가는 길에서 여러가지 현상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한 작은 카페에서의 일입니다. 지인이 키오스크로 테이크 아웃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였습니다. 원두를 고르는 옵션이 있는 키오스크였습니다. 주문을 하고 난 뒤 점원은 습관적으로 다크 원두를 갈기 시작하면서, 그 때서야 지인에게 다크로 주문하셨는지 확인하였습니다. 지인이 잘 기억 못하겠다고 하자 그때서야 주문서를 확인하며 다크로 하셨다면서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을 목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한 대형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예비 치과의료인들 즉, 학생들이 치과대학에서 받게 되는 이론 교육이 치과의사로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는 내용 위주라면 개념화된 지식을 체화하여 습득하는 것은 치과병원에서의 임상 실습 중에 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치과대학과 치과병원에서 받게 되는 다양한 이론 및 실습 교육 과정은 치과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능적 능력을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래 치과 의료인으로서의 철학과 사회 속에서의 역할 인식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자 경험이다. 따라서 치과대학 4년 동안 보고 듣게 되는 내용들은 치과의사로서의 자화상의 재료가 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역량과 기능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확립하게 되며 사회 속에서 그 역할을 수행하므로 그 영향이 주위로 전파되어 거꾸로 우리에게 돌아오는 시선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상호작용은 국민들의 치과의사에 대한 인식 즉, 치과의사에게 기대하는 전문적 역량과 기능 범위에 대한 이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우리 스스로 치과의사의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역할과 기능 범위를 정의할 수 있으나 사회적 동의나 인식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실체가 없는 치과의사들만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저는 시를 사랑합니다. 시를 잘 쓰지는 못하지만 쓰려고도 노력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시로 표현되는 감정이 좋습니다. 그리고 시는 여행입니다. 신영복 교수님의 <담론>에서 시를 읽게 되면 일생에서 가장 먼 여행인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시어(詩語)는 언어의 개념적 의미를 뛰어넘고 심지어 언어를 살해한다고까지 표현됩니다. 그만큼 시의 세계는 상투적인 방식을 전복시키고, 사유를 뒤집고,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그럴싸한 이유는 필요 없습니다. 아마도 사춘기 때 나의 언어가 처음으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첫사랑과 함께 시작된 시에 관한 관심은 뒤로하더라도 시는 언제나 위로와 힘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 멀어도 기꺼이 갈 수 있는 것도 이런 위로와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서점에는 류시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재해석과 복고와 향수가 주목받는 세상입니다. 펜데믹의 영향으로 외부 활동이 위축된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터이지만, 익숙했던 것들과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에서 새롭게 발견해내는 기쁨이 크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꼭 과거의 것들을 발굴하여 재조명 하지 않아도, 그때의 물건들을 구매하여 사용해보지 않아도, '소확행'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은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별것 없이 그냥 지나치던 사물에 새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스르르 미소 짓고 있는 자기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흘러가버리는 세월을 아쉬워만 하고 아무것도 안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계절입니다. 그동안 관심 없었던 것들을 잠시 관찰하고, 마음에 의미로 새기고, 손안의 카메라(핸드폰)에 저장하고, 가끔씩 꺼내보는 것만도 소확행을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길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