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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거짓말

시론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거짓말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착한 거짓말도 필요할 때가 많다. 분명한 점은 착한 거짓말이든 나쁜 거짓말이든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는다는 사실이다. 기왕이면 상대방에게 이로움을 주거나 귀가 즐거운 하얀 거짓말을 많이 하면 좋겠다.

 

삼국지에서 여름철에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행군하고 있을 때 병사들이 목이 마르고 타서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조조는 병사들에게 조금만 더 가면 넓은 매실나무 숲이 있으니 매실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신 매실을 먹는 생각에 입안에 저절로 침이 고여 잠시나마 갈증을 해소하고 오래지 않아 물이 있는 곳을 찾아 위기를 모면했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망매지갈(望梅止渴)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에게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나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면 몸에서 병을 저항하는 에너지가 발생하여 회복이 더 빨라지는 경우가 많다. 잘 될 거란 긍정적인 마음만으로도 우리 몸에서 엔돌핀, 세로토닌, 옥시토신, 도파민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어 사랑과 행복을 느끼게 하고 면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다 죽어가는 환자에게도 희망을 주는 말 한 마디가 눈을 번쩍 뜨게 하고 고통을 줄여주기도 하고 때론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 회복될 기미가 없는 환자에게도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해야 한다. 의학적인 결과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사례들이 많이 있는 것을 비춰 볼 때 곧 낫게 되고 좋아진다는 하얀 거짓말을 해야 하는 이유다. 환자가 알지 못하게 식염수만 주입하거나 영양제만 처방 했을 뿐인데 환자는 의사나 간호사가 낫게 해준다는 믿음으로 실제로 호전되는 위약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이러한 위약효과도 하얀 거짓말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대다수가 등산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말 새벽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잠시 들러보면 등산가는 관광차가 어디라도 즐비하다. 전국 어디를 가도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 있고 초보자와 숙련가의 능력에 따라 난이도도 다양하게 코스설정이 돼 있다. 필자 역시 산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종종 여행을 가기도 하고 산골지역인 집근처의 산에 자주 오르내리는 편이다. 아는 길이야 시간과 거리를 대략 계산하고 산행할 수 있지만 험한 산악지역이나 인적이 드문 등산로를 다닐 때는 목적지까지가 얼마 남았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그때 생면부지의 여행객이라도 만나면 서로 반갑다고 인사하거나 잘 가라고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냐고 물으면 거의 대다수가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한다. 많이 남아도 조금이고 정말 조금 남으면 거의 다 왔다하고... 그것은 조금만 더 힘내라는 예쁜 거짓말이 아닌가 싶다. 정말 많이 남은들 거짓말쟁이라고 쫓아가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저 고맙게 해석할 뿐이다.

 

어릴 적 아버지와 목욕탕에 간 경험이 있다. 우리세대라면 먼저 탕 속에 들어가서 시원하다는 말만 듣고 쑥 들어갔다가 뜨거워 혼난 경험을 한 사람들이 꽤 될 거라고 생각 한다. 그 상황을 두고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네.”라는 풍자만화도 생겼다. 어른들은 뜨거운 국물을  먹을 때도 시원하다하고 뜨거운 목욕탕 속에서도 시원하다고 한다. 곰탕국물이 뜨거운 것을 시원하다고 하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되었고 나 역시 뜨거운 것을 시원하다고 말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뜨거운 것을 시원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아직 젊은 세대라 해도 될 것 같다.

 

평생 치과치료를 하며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셀 수도 없다. 일분일초가 공포고 고통인데 다 끝나간다며 조금만 참으라고 환자를 달래기도 하고, 꽤 아픈 상악 구개 쪽 마취주사도 좀 따끔하다며 조금만 참아라하고... 환자는 정말 아파 죽겠다는데 곧 괜찮아진다며 거짓말을 한다. 간혹 화를 내는 환자도 있지만 정말 잘 참았다고 위로하면 대다수의 환자들은 언제 아팠냐는 듯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도 참을 만 하다고 한다. 정말 아파보이는 환자를 보면 미안할 때도 많다. 본의든 아니든 그런 거짓말을 해야 참기가 더 수월하니까 하얀 거짓말이라고 변명하고 싶다.

 

거짓말,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이용하기 위해 하는 나쁜 거짓말, 검은 거짓말은 싫다. 상대방에게 이로움을 주고 귀가 즐거워지는 좋은 거짓말, 필요할 땐 하얀 거짓말을 하자. 연로하신 할머니께도 예쁘다고 말하고 젊어 보인다고 하면 거짓인 줄 알면서도 좋아 하신다. 수없는 거짓말을 하면서 오늘도 웃을 수 있어 좋다.

 


어떤 대화

 

얼마나 거짓말을 했을까
참을만하다
다 끝나간다며
몸에 배인 하얀 거짓말
힘들어도 미소 짓는다

 

전염된 웃음 바이러스
예쁘네요
젊어 보이네요
건강해 보이네요
칭찬과 하얀 거짓말의 조화

 

속아도 좋은 고운 거짓말
눈감아주는 아량
알면서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착한 거짓말 하얀 거짓말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