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뚝 떼어 귀양 보내고
풍만한 유방 튼실한 궁둥이 들고
눈이 맛있는 식사가 푸짐하다
팔은 반으로 접어 나무둥치에 걸치고
아랫도리만 살아서 각선미가 춤을 춘다
파도에 치마는 흘러내릴 듯 감기고
싱싱한 뱀장어가 서로의 다리를 꼬아
햇살 아래 번쩍거리며 교미를 한다
바위 속에 꿈틀거리는 인어의 비늘
형체가 아닌 것을 깎아내 버리면
표정이 이를 희게 드러내며 웃는다
빛을 삭제해버린 어둠 속에서
서서히 판도라의 상자가 떠오르고
직선으로 빗살로 반사의 생명 머금고
곡선이 이기고 직선의 투명한 집으로 꺾여 든다
침묵을 뿜는 분수가 정점에서 떨고
볼 때만 이어지는 생명
보이지 않는 세계로 접히면
조개 속에 진주가 빛을 품는다
이 집의 남자는 몽땅 태양을 안고 가출하고
여자가 홀로 달을 붙들고 열심히 해산을 한다
문이 열릴 때마다 질식 직전의 식구들
원색의 외출복 갈아입고 나머지 시간을 챙겨
호수를 가로질러 안개꽃을 피우러 간다
김계종 전 치협 부의장
-월간 《문학바탕》 시 등단
-계간 《에세이포레》 수필 등단
-군포문인협회 회원
-치의학박사
-서울지부 대의원총회 의장
-치협 대의원총회 부의장
-대한구강보건학회 회장, 연세치대 외래교수
-저서 시집 《혼자먹는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