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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상업화 위험수위 저가공세·편향정보에 멍드는 대한민국

공급자 과당경쟁에 기생…객관성·공공성 찾아 볼 수 없어
“AI도 조작 된다” 전문가 편향된 광고성 정보 노출 지적

네이O, 카카O, 쿠O 등으로 상징되는 플랫폼 사업.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 시공간을 허물고 유형의 재화를 유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던 플랫폼이 이제는 의료, 법률서비스 등 전문직이 제공하는 무형의 재화까지 24시간 소비자에게 연결한다.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연결하는 이 네트워킹 사업에 자본은 환호를, 치과의사·의사·변호사 등 직업의 공익적 가치를 중시해 왔던 전문직군은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난립하는 전문직 플랫폼이 야기하는 문제와 그 해결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상)상업화로 치닫는 전문직 플랫폼

(하)전문직단체 관리 법제화가 해법

 

의료와 법률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전문직 플랫폼의 상업화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병의원 정보 제공 플랫폼을 켜고 서울시내 한 지점을 기준으로 주변 치과의원을 검색했다. 반경 2km 이내 치과의원 수는 254곳, 임플란트 치료 가능 치과는 188곳, 평균 진료비는 130만원, 가까운 치과의 임플란트 시술비용은 99만원에서 177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어디를 가야 할까. 이벤트 코너가 있어 클릭을 하니 ‘정상가 120만원을 이벤트가 60만원에 할인해 시술한다’는 치과 광고가 눈에 띈다.

 

요즈음 가장 유명하다는 성형외과 전문 플랫폼. 관심 있는 시술 카테고리에서 ‘코성형’을 선택하고 강남역 근처 병원들을 검색했다. 38만원 진료비를 내세운 한의원(?)이 가장 먼저 뜨더니 150만 원 대에서 400만 원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진료비용을 앞세운 광고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그 와중에 ‘높이·각도를 원하는 대로 10만원’이라는 이벤트 광고가 눈길을 끈다.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법률 플랫폼. 해당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회원 징계 권한을 이용해 규제하려 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해당 플랫폼에 들어가 보니 변호사별로 15분 전화상담이 2~3만원, 30분 방문상담은 7~15만원, 출신고와 대학, 이혼·상간소송 등 전문분야가 소개돼 있다.

 

비용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전문직 플랫폼의 세계. 직업의 권위와 가치는 찾아볼 수 없고 ‘최고로 싸거나 최고로 비싸거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소비자가’라는 자본의 논리만이 존재한다.

 

우후죽순 난립한 전문직 플랫폼이 왜곡·과장된 정보와 광고를 무분별하게 대중에 노출하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와 법률서비스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제공하는 정보의 대부분이 저가 위주의 비용에만 치우쳐 있어 공급자 간 과당경쟁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의료기관의 경우 과당경쟁의 기본 메커니즘은 박리다매. 가능한 많은 환자를 저수가로 유인하고, 질을 담보하지 않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추가적인 치료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도 치료가 끝까지 완료되면 다행. 임플란트나 교정치료와 같이 장기간의 진료과정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이 중간에 폐업하거나 환자 관리가 끝까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가 입는 피해는 막심하다.

 

의과의 경우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진료·처방이 주요 이슈인데, 당연히 환자의 안전성을 담보하는데 한계가 있다.

 

전문직 플랫폼 자체의 운영형태도 문제다. 플랫폼 업체들은 AI 기반 알고리즘을 내세우며 의료기관별 위치와 단순 진료항목별 진료비 등 객관적인 정보만을 제공하고, 광고성 게시물에 대해서만 비용을 받는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플랫폼 이용비용에 따라 공급자 정보 제공에 차등을 두고,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리뷰를 지원하는 등 플랫폼 업체의 중간 개입이 만연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 조종당하는 소비자

이와 관련해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전문직 플랫폼 공공화에 대한 심포지엄’에서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가 설명한 ‘플랫폼 알고리즘의 편향성’에 대한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떠한 플랫폼이든 알고리즘 개발과정에서 개발자의 선입견이나 편견, 이익추구 방향이 탑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이는 당연히 중개업체의 이익을 극대화 하며 시장에는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해당 플랫폼을 홍보·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공급자 간 과당경쟁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편향된 정보를 소비자가 스스로가 선택한 정보로 오해한다는 데 있다. 이미 플랫폼 이용 과정에서 파악된 소비자 성향을 바탕으로 플랫폼 업체가 개입한 광고성 정보를 제공하며 소비자를 통제하는데, 이러한 왜곡된 정보를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으로 착각하고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나의 플랫폼이 인기를 얻어 더 많은 소비자가 몰려들수록 이러한 통제력이 더 강해지고, 플랫폼을 활용하는 공급자는 자본에 종속돼 의료인이 지켜야 할 전통적인 가치 등은 등한시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전문직 플랫폼 상업화에 대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현종오 치협 대외협력이사는 “전문직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더 극단의 상업화를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환자와 치과의사, 소비자와 공급자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키는 플랫폼 구조 자체를 환자 유인·알선 행위로 본다. 이를 저지하고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규제가 있어야 한다. 전문직단체가 전문직 플랫폼을 관리하는 것을 법제화 하는 것이 해결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