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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 떡볶이

스펙트럼

치과 근처에 작은 떡볶이 가게가 있다. 무려 1988년부터 영업을 해온 떡볶이 가게이다. 오다가다 생각날 때, 밥을 먹어야 하는데 시간이 없을 때, 그 떡볶이 집에 들러서 떡볶이나 순대, 튀김 등을 먹곤 했다.

 

어느 날, 평소처럼 튀김을 시켜서 먹었다. 내가 시킨 건 오징어, 김말이, 계란이었는데 시키지 않은 만두가 들어 있었다. 튀김은 떡볶이 소스에 버무려져 나오기 때문에 만두가 들어있는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다. 시각적으로는 알기 어렵고 식감에 의해 인지가 되어야 한다. 낯선 식감에 튀김을 몇 개 들춰보니 역시, 만두가 있었다.

 

“사장님, 몰래 만두 넣으신 거에요~?” 만두 이상의 어떤 것을 먹은 기분에 밝게 여쭈었다. 사장님은 그런 건 몰래 넣어야 되는데 들켰다며 쑥스러워하셨다. 평소, 조금 무표정이신 분이라 잠깐 보는 웃는 낯이 무표정과 대비되어 더 밝게 보였다. 가게를 나서는 길에 돈을 더 내려는 나와 안 받으시려는 사장님 간의 짧은 실랑이가 있었다.

 

개원 초가 떠올랐다. 몰래 만두를 넣는 마음과 같이 애정 어린 치료를 했었다. 파일 파절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 단계 더 파일링을 해서 근관장에 딱 맞게 거터퍼처를 넣어주는 마음, 기공료가 조금 비싸도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소장님께 일을 맡겨서 크라운, 인레이, 임플란트를 하는 마음, 비용 상담 때 미리 이야기되지는 않았지만 수술 중에 상담을 할 수는 없으니, 비용을 받을 수 없더라도 필요 시엔 살짝 골이식재를 얹어주는 마음, 이런 마음이 만두를 몰래 넣어주는 마음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가끔은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 오지랖이 되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 적도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써도 되는, 마음의 한도를 정해주었다. 이제는 몰래 만두를 넣어주는 것과 같은 애정 어린 치료를 하고도 좀처럼 들키지 않는 것 같다. 우연히 애정 어린 치료를 인지하게 되신 분들께서 빵이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을 데스크에 넣어주셨다. 어떤 분은 간식비를 주고 가시기도 했다.

 

크라운 한 개에 얼마, 임플란트 한 개에 얼마라는 식으로 치료비가 결정되지만 사실, 치과 일에는 치료비에 산정되기 어려운 노력 봉사가 많은 것 같다. 그 정도 내셨으면 되었다는 마음으로 애정을 쏟아본다. 일감이 좀 더 들었어도, 그 애정으로 인하여 환자분께서 치아를 조금 더 쓰게 되신다면 그것으로 내 마음도 족하다.

 

몰래 넣어주신 만두 하나에 마음이 넉넉해진 것 같다. 넉넉한 마음으로 환자와 직원, 임상을 대하고 싶다.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조금 써서 한 일이 어려운 관계, 어려운 업무 속에 윤활유가 되어, 안 될 일도 되게 해주는 요긴한 무엇이 되기도 할 것이다. ‘요즘 세상에 무슨’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요즘 세상이기 때문에 더 빛나고 돋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