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입술은 저작과 삼킴은 물론 발음과 외모에도 깊이 관여되어 있다. 이는 노화나 질환에 의해 혀-입술 운동기능이 약해질 때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나면, 혀-입술 움직임이 감소하고, 측방운동도 줄어들며, 조절도 정교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입안이 마르거나 침이 새기도 하며, 음식이 입 안에 남아 있거나 자주 흘리기도 한다. 또한 딱딱한 음식을 잘 씹지 못하여 식사 시간이 길어지고,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의 종류와 양이 제한되어 영양부족을 초래하기도 한다. 게다가 혀의 움직임까지 둔화되면, 국물을 마실 때 가끔 사레가 들거나 약을 잘 삼키지 못한다. 특히, 발음이 분명하지 않아 타인과의 소통이 어려워져 점점 고립되면서 사회적 죽음 상태인 요양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에 필자는 돌봄 노인에서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나는 과정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훈련 지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 입술 운동기능과 근력 약화: 훈련 지도
섭취한 음식을 잘 씹은 후 꿀꺽 삼키는 과정에서 입술 주위의 움직임과 근력 유지는 중요하다. 이에는 협근(頰筋)과 구륜근(口輪筋)이 있으며, 이들은 7번 뇌신경인 안면신경(顔面神經)의 지배를 받아 뺨을 부풀리거나 입술의 개폐에 관여한다. 먼저 협근은 교근(咬筋) 안쪽에 위치하여 뺨을 팽팽하게 밀착시켜 음식이 혀에 의해 밀려나오지 않고 치아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하선관은 협부지방 외측을 따라 협부지방 내측의 협근을 관통하면서 입안으로 개통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음식을 씹게 되면 협근이 혀와 함께 음식을 치아 위에 올려놓으며, 또 이하선관을 조이거나 펴주면서 침을 분비한다. 더불어 구륜근 수축에 의한 입술 페쇄(lip sealing)가 일어나면서 음식이 입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고, 입안이 음압 상태가 되면서 잘 삼킬 수 있게 된다. 이는 안면마비, 구순, 한센병이나 종양에 의해 생긴 입술 결손을 보이는 환자에서 입술 폐쇄가 잘되지 않아 음식을 씹거나 삼키기 어려운 경우를 보게 되는 이유이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위아래 틀니를 빼고 난 입술의 형태를 마치 ‘만두오물피’ 같다고 하였다. 오랜 기간 치아 없이 잇몸 위에 걸쳐진 헐거운 틀니로 음식을 섭취함으로 입술 근력이 약화되고, 또 음식이 입 밖으로 튀어 나가지 못하도록 지속적으로 입술을 오그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음식 섭취와 저작은 협근과 구륜근의 협동 작용에 의한 치아 외측의 입술 폐쇄와 치아 내측의 혀 운동기능과의 정교한 조절작용에 의해 음식을 반복적으로 치아 위에 올려놓을 수 있기에 가능하다. 여기에 입술 운동 기능 저하 시 양순 파열음 ‘pa’ 음절을 반복 발음할 때 그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약화된 입술 운동 기능과 근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pa’ 음절의 반복 발음 훈련과 구각 견인, 입술 돌출 등의 입술 운동 훈련 및 볼 부풀리기가 가능한 악기(피리)를 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약화된 입술 근육은 공갈 젖꼭지라는 저항 기구를 활용하여 근력을 강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 혀 운동기능과 근력 약화: 훈련 지도
혀는 해부학적으로 구강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저작에 관여하는 전방 2/3 부분과 제한된 움직임이지만 인두와 접하여 음식물의 삼킴에 관여하는 후방 1/3로 구분된다. 혀의 운동을 지배하는 신경은 설하신경(12번 뇌신경)이며, 설인신경(9번 뇌신경)도 후방 1/3 혀의 맛감각과 삼킴 기능에 관여한다. 특히 혀의 후방 1/3은 아래로 설골에 부착되어 턱의 상하 움직임에 따라 전후, 상하로 같이 움직인다. 이때 입을 크게 벌리면 혀는 최전하방으로 움직이고, 입을 다물면 다시 제위치로 돌아가기에 음식물 저작 시 치아에 의한 혀 깨물기가 자연스럽게 방지된다. 전방 혀가 좌우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협근과 함께 섭취한 음식을 치아 위에 올리는 기능을 한다면, 후방 혀는 저작 후 만들어진 음식 덩어리를 잘 삼킬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때 혀의 배면은 정상적으로 두부규격방사선 사진이나 자기공명영상에서 경구개와 연구개에 닿아 있다.
하지만, 혀의 배면의 위치가 두개안면 부위의 성장 발육 시에 구개면과 떨어져 위치하는 영아에서 수유의 어려움이나 혀의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틀니 노인에서 발음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혀의 움직임에 지장을 주는 것으로 혀유착증(tongue-tie)과 거대설(macroglossia)이 있다. 특히, 측면이나 배면에 비정상적인 주름골을 보이는 거대설은 혀의 움직임에 제한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것이 다른 부위의 상보기능에 의해 드러나지 않다가 노년기에 이르러 설태(舌苔) 형성과 섭식-삼킴 장애로 나타나기도 한다. 손가락 세 마디에 불과하지만 대단한 위력을 가졌다는 의미의 ‘세치혀(三寸之舌)’가 단지 구설(口舌)에서만이 아니라 삼킴(嚥下)에서도 그대로 적용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혀의 운동기능 저하에서는 혀의 전방운동이나 입내외에서의 전후, 좌우 측방 및 회전 운동 훈련, 무의미 음절 연쇄 훈련, 구음 훈련, 빠른 말씨와 ‘ta’, ‘ka’의 반복 발음 훈련 등의 지도가 필요하다. 혀의 근력 약화에 따른 압력 저하는 다음 시론에서 다룰 것이다.
# 혀-입술 운동기능과 근력 저하: 혼합 능력 훈련 지도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는 혀와 입술의 운동 반응 속도(speed)와 교치성(巧緻性, dexterity) 측면에서의 혼합 능력(mixing ability) 저하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도구로 조음교대운동(diadochokinesis)이 사용되며, 이에는 발음 속도와 규칙성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통상 ‘pa’/‘ta’/‘ka’를 반복해서 발음할 때 초당 6회 이하이면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가 있다고 판정한다. 최근 완전 틀니를 장착한 노인 54명에서 혀 운동 기능, 입술 운동 기능 및 혼합 능력 사이의 관계를 다중회귀분석으로 조사하였을 때, 그들의 저작 효율은 신선한 과일 혹은 원 채소 같은 음식물의 섭취에만 제한될 정도로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이 노인들의 혼합 능력은 최대 설압, “ka” 음절의 반복 수 및 성별에서 유의미함을 알 수 있었다. 또 저작 시 색깔이 변하는 츄잉껌(chewing gum)으로 씹게 했을 때, 혀 운동 기능과 혀 압력 및 “ka” 음절의 반복 수가 그들의 혼합 능력 평가에 유의미한 예측 인자임을 알 수 있었다(Aging Clin Exp Res. 2019;31:1243-1248).
반면에 최근 쇼와대학 치과병원 내원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음교대운동을 평가했을 때는 혀-입술 운동 지도가 나이, 성별, 측정 기간 혹은 방문 횟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았다(Gerodontology. 2022;39:83-89). 하지만 혀와 입술의 빠른 상보 기능을 고려하면서 종합적인 저작 및 삼킴 기능 악화로 진행되기 전에 조기 대응할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혀-입술 운동과 근력 평가에 설압은 물론 “ka” 음절의 반복 수가 유의미함을 볼 때, 정확하면서도 빠르게 발음하기 어려운 문장을 반복해서 말하게 하는 ‘한국어 잰말놀이’ 즉 ‘tongue twister’가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저기 저 뜀틀이 내가 뛸 뜀틀인가 내가 안 뛸 뜀틀인가’,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등과 같은 말의 반복 훈련이다.
요약하면 빠른 상보성을 보이는 ‘혀·입술 운동기능 저하’는 조음교대운동을 통해 저작-삼킴 장애로 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요양시설에서의 삶은 마지막 생물학적 죽음 이전의 사회적 죽음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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