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체온보다 더 높은 날은 늘 침묵이었다
온통 뜨겁게 달아오르는 지열 속에
사방천지의 살아 있는 것들의 호흡은 잠시 멈추고
더 살기 위한 숨 고르기는 바람 한 점 없는 몽환 속을 헤맨다
오후의 뜨거운 빛은 느릿느릿 느슨하게 흐르고
나뭇잎들에 부서지는 빛의 가루들이 넓게 스며들고
불타오르는 태양을 향해 분노의 눈을 들면
수억만 개의 빛들이 생멸로 반짝여 눈이 먼다
온통 숨죽이는 대지의 인내는 먼 기억 속으로 스멀스멀 기어들어가고
첫사랑도 옛사랑도 마지막 사랑도 비비적거리고
온몸을 움츠리며 벌어진 땀구멍을 막아버린다
제 몸무게보다 서너 배 삶의 무게를 지고
까맣게 타버린 대지를 횡단하는 개미의 여름날
땀방울은 최고의 포식자의 배설물이다
달아오르게 하는 것들은 식히는 것들에 의해
언제나 평형을 이루는 몸부림이다.
온천지가 뜨거울수록 옷을 하나씩 더 껴입어야 하는
이 외로움은 언제 해동이 될런지
죽어도 죽어지지 않는 밤 권태의 덧문을 걸어 잠그고
더울수록 더울수록 외롭다 외로워지는 환한 밤이다.
김계종 전 치협 부의장
-월간 《문학바탕》 시 등단
-계간 《에세이포레》 수필 등단
-군포문인협회 회원
-치의학박사
-서울지부 대의원총회 의장
-치협 대의원총회 부의장
-대한구강보건학회 회장, 연세치대 외래교수
-저서 시집 《혼자먹는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