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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에 산다는 우리

황충주 칼럼

우리나라는 60년 전만 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었고 춘궁기에는 보릿고개를 견디며 굶주렸던 세계적인 빈곤국이었다. 이러한 빈곤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1961년에 수차례에 걸친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단행하여 1980년도 말에 산업화를 이루었다. 1990년대 초에 중공업 기술화는 물론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통신 같은 기술산업에 투자했고 최근에는 AI와 5G 기술을 적용하여 신제품을 생산하는 기술 강국이 되었다. 한국 경제 규모가 2021년에 1조8,000억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랐고 2023년 1인당 국민소득이 명목상으로는 3만5,000달러이지만 구매력 기준으로는 일본보다 높은 4만7,000달러에 달했다. 기적적인 한국의 경제성장이 국제적인 선망의 대상이 되었지만,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5.8점으로 선진국 중에서 최하위이며, 자살자 수도 2023년 기준 10만 명 중 28.5명으로 가장 높다는 사실에 근거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미국에 이민 가서 오래 살다가 잠깐 한국에 들른 교포가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관해 쓴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다음은 발췌해 정리한 내용이다. 

 

“모든 대중교통은 카드 하나로 해결되고 집에 앉아서 버거를 시켜 먹고 어느 집에 가도 요즘은 비밀번호나 카드 하나로 모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열쇠, 주차티켓, 화장실 휴지 등등은 이제 구시대의 물건이 되었다. 미국에서 나름 부자 동네에 살다 온 나도 집마다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럭셔리함과 고급스러운 제품들에 놀라고 부러워하며 마치 예전 일제 제품들을 보는 듯한 신기함에 빠지고 내 삶은 마치 2, 30년은 과거에 살다 온 느낌이 든다. 집마다 수십 개의 스포츠 채널을 포함, 끝없는 채널이 나오고 가는 곳마다 심지어는 버스 정류장에서도 자동으로 초고속 WIFI가 잡힌다. 역마다, 정류장마다, 몇 분 후에 내가 기다리는 차가 오는 정보도 뜨니 옛날처럼 도로를 응시하며 버스 놓칠까 염려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도 우아하게 비데를 사용하면서 편리한 지하철, 고속열차 등을 이용하면서 싸디싼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그리고 몇 걸음만 걸으면 먹을 수 있는 수 없이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즐기면서 리클라이너에 눕듯이 앉아 수많은 TV 채널을 돌리면서 이 고급스러운 life style을 며칠만 있으면 떠난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한다. 전셋값이 얼마나 비싼지 정치는 얼마나 헛짓을 하는지 아이들 교육시키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아우성들이다. 돈이 없다 하면서 땅이나 주식투자 하지 않는 친구들이 거의 없고 고급 차 한 대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아이들 스포츠나 과외 안 시키는 사람이 드물다. 연봉이 나보다 반이나 적은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차를 몰고 더 비싼 걸 먹고 더 편리하고 더 고급스러운 제품이 가득한 삶을 살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보험은 열 배나 싸고 치료비도 열 배 싸게 느껴지는 이곳에서 같은 10불짜리 밥을 먹어도 세금, 팁이 없어서 늘 25% 할인받는 느낌인 이곳에서 대부분 사람의 느끼는 삶이 지옥이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아마 나도 살아보면 이들처럼 느끼게 되겠지 하며 나는 공감 능력이 확실히 떨어진 상태로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불평을 듣고 있다. 

 

대한민국은 초고속으로 압축 성장한 나라다. 아마도 기네스북에 올려야 할 나라다. 세계가 다 아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래서 이민을 가려는 자들이 줄을 선다. 좋은 차를 몰고 고급스러운 주택에 살면서도 헬조선과 흙수저를 얘기하는 한국인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민족은 5천 년을 배고프게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쌀이 넘쳐나 저장할 창고가 없다. 그뿐이랴 각종 먹거리가 산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뚱보가 늘어나고 당뇨와 혈압 환자가 줄을 잇는다. 세상은 이렇게 풍요로운데 왜 우리는 바쁘고,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가?​ 더 많이 소유하고 싶고, 남보다 더 앞서고 싶은 욕구를 이루지 못한 불만 때문이 아닐까?​”

 

위 내용에 다 공감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쁘고, 불안하고, 힘들고, 만족하지 못한 하루를 오늘도 보내고 있는 우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우리나라가 좋아 광주에서 20년 동안 사는 독일인 안톤 숄츠는 ‘한국인들의 이상한 행복’이라는 책에서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이며 사람들 대부분이 착하고 친절하다. 지루할 틈 없는 역동성이 날마다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의료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훌륭하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사는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지옥’처럼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한국은 ‘경제 대국’이지만 ‘행복 대국’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지표들이 있다. 20년 전보다 한국의 지위는 올라갔지만, 한국인은 외롭고 공허해 보이며 최하위의 행복지수, 최상위 자살률을 갖고 있다. ‘우리’보다 ‘나’를 더 생각하고, 돈에 너무 집착하는 듯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살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구성원들이 믿을 수 있는 윤리적 가치가 깔려 있어야 한다. ‘같이 해보자’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보자’라는 의식이 요즘 한국에서 잘 보이지 않아 아쉽다”며 부유함 속에서 만족과 행복을 잃어버린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얘기한다.

 

지금 우리는 이전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환경 가운데 살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지만, 예전의 사람들보다 행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갈망하고 추구하지만 “지금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적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고 아픈데 없이 지난다면 행운이고 좋아하는 사람과 웃을 수 있고 마음이 평온하다면 행복한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행복을 찾아 늘 과거나 미래로 달려가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여기며 지금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행복은 마법의 공식이나 애매한 목적지를 찾는 것이 아니라 사랑, 진정성, 서로를 포용하는 것이며 목적지가 아니라 삶의 여정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에서 저자는 북유럽 사람이 행복한 이유로 “첫째, 자기를 남들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 둘째,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는 사회다. 셋째, 과시적 소비 없이 알뜰살뜰하게 산다”를 시행하는 것이 불행한 한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비밀이라고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다. 그것을 깨달은 사람은 곧 행복해진다. 그것도 한순간에’라고 역설하면서 행복의 존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내 마음속에 간직되어 있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행복과 불행의 두 얼굴은 바로 나 자신에 달려있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다. 불행할 때 감사하면 불행이 끝나고, 행복할 때 감사하면 더욱 행복이 연장된다. 불평하는 것은 실패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고, 감사하는 것은 성공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에게 감사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감사할 이유를 깨닫게 되고, 깨달은 만큼 감사할 수 있으며, 감사하는 만큼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