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연말부터 감지된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이어, 지난 1월 12일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 지시 사항까지 맞물리며 공단의 행보에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다.
공단이 이토록 특사경 도입에 사활을 거는 배경에는 ‘재정 위기’라는 벼랑 끝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의 전망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적자 전환이 예상되며, 2028년경에는 누적 준비금마저 고갈될 위기다. 여기에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10조 원 규모의 투입 계획까지 더해지니, 공단 입장에서는 ‘새는 돈’을 막는 것이 지상 과제가 되었다. 그들이 지목한 가장 확실한 타개책이 바로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한 ‘특사경’이라는 칼자루다.
치과계 역시 사무장병원 척결이라는 ‘대의(大義)’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면허를 빌려 영리를 추구하는 사무장병원은 과잉 진료와 환자 유인 행위로 의료 시장을 교란하는 우리 내부의 암적인 존재다. 선량한 개원 질서를 파괴하는 이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치협 내부에서도 조사권 없는 한계를 절감하며, 불법 기관 고발 과정의 난맥상을 겪어본 이들을 중심으로 특사경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과 치열한 논의가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급박한 현실이 위험한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공단이 재정 적자를 메우겠다는 조급함으로 무장한 채 수사권이라는 강력한 공권력까지 쥐게 될 때, 의료 현장에 닥칠 부작용은 실로 우려스럽다.
첫째, 보험자와 공급자 간의 ‘대등한 계약 관계’가 붕괴된다. 공단은 진료비를 지급하는 보험자이고, 의료기관은 공급자다. 이미 공단은 급여비 심사, 현지 조사 등 막강한 행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여기에 수사권까지 더해진다면 공단은 단순한 보험자를 넘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다. 심판이 선수에게 수갑을 채울 권한까지 갖는 경기에서 공정성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인 상호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다.
둘째, 실적 압박에 따른 ‘먼지 털기식 수사’의 우려다. 재정 절감이 지상 과제가 된 상황에서 특사경 권한이 주어진다면, 과연 그 칼날이 사무장병원에만 머물겠는가? “곳간을 채워야 한다”는 명분이 앞서면, 단순 착오 청구나 경미한 급여 기준 위반까지 범죄시하여 선량한 일반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세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적을 위한 무리한 수사는 결국 의료 위축과 국민 피해로 귀결될 것이다.
셋째, ‘옥상옥(屋上屋)’의 비효율이다. 이미 경찰과 검찰, 지자체에 특사경 조직이 존재한다. 공단은 수사 전문성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비전문가인 공단 직원에게 단기 교육으로 수사권을 쥐여주기보다는 기존 수사기관과의 공조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는 것이 법리적으로나 효율성 면에서 타당하다. 빈대를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지난해 이사회에서 특사경 반대 의견을 명확히 의결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진정한 해법은 ‘사후 단속’이 아닌 ‘사전 예방’에 있다. 의료기관 개설 단계에서 지역 치과의사회의 경유를 의무화하여 1차 검증을 강화하고, 전문가 단체인 협회에 실질적인 자율 징계권을 부여해 내부 자정 작용을 활성화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부작용 없는 백신이다.
국회와 정부는 ‘재정 고갈’이라는 공포 마케팅에 휩쓸려 공단에 손쉬운 칼자루를 쥐여주는 실책을 범해서는 안 된다. 의료인과 보험자가 상호 신뢰 속에서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고민할 수 있도록, 공단 특사경 도입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하며 범 의료계와의 충분한 숙의가 선행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