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부 회에서 한동안 회무를 하다가 이제 드디어 임기를 마쳤다. 시론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그동안 능력도 부족한 사람이 부담스러운 임무를 해 내느라 숨찼지만 한편으로 가장 큰 수확은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다. 그 사이 개인적으로도 큰일들을 조금씩 이뤄내면서 자존감도 좀 올라갔었다. 그러다가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하여 갑작스러운 병이 찾아왔다. 그로인해 개원하고 처음으로 일주일간 입원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오전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어 원장실에 잠깐 앉아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왼쪽 눈이 흐릿해졌다. 노안이 심해졌나 글자가 잘 안보이네. 잠시 후 직원들이 식사하라고 불러서 일어나려는데, 왼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이게 뭐지. 직감적으로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잘 알고 지내던 신경과 의사 동생에게 전화하여 증상을 말했더니 빨리 응급실에 가란다. 한 시간 반 동안 난생 처음으로 MRI를 찍고 나서 바로 진단을 받았다. MRI는 환자가 정말 힘든 촬영 장비라고 느꼈다. 일과성 대뇌 허혈증. 원인불명으로 갑자기 형성된 혈전이 뇌동맥 혈관을 폐색시켰다가 용해되어 재관류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증상이었다. 또 나타날 수 있으니
작년 겨울 요양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앞니가 부러져서 빠졌다고. 코로나로 면회가 중단되기 전까지 나는 매주 주말 어머니께 찾아가 잇솔질을 해드렸었다. 뇌졸증으로 어머니는 몸 한쪽의 거동이 불편하시고, 이를 잘 못 닦으시니 오래된 브릿지가 수명이 다 된 것이다. 어머니 파노라마를 열어보았다. 틀니를 잘 못 쓰시니 임플란트밖에 답이 없었다. 연로하신 어머니에게는 시간과 체력이 넉넉하지 않았다. 항혈전제를 복용하시는 아흔의 노모를 코로나 시국에 모시고 나와 여러 개 발치와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코로나 검사 등 모시고 나오는 과정도 쉽지 않고, 요양병원에서 치과는 한 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수술을 하더라도 어머니 건강 상 복용 약을 중단할 수 없었고, 하루에 다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느 일요일 나는 어머니 임플란트 수술을 하였다. 어머니는 한 달 가량 고생하셨다. 나는 요양병원에 드레싱 하러 몇 번을 갔고, 요양병원 원장님도 나의 무모함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확신과 불확신 속에서 불편한 몇 달을 보냈다. 마침내 지난 여름 보철 완성하던 날,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내 휴대폰에
새해 첫날 나는 아내와 첫째만 데리고 내장산에 갔다. 고2 올라가는 딸아이가 갑자기 산에 가고 싶다고 해서 지난 단풍 시즌에 찾았던 이곳을 다시 찾게 되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설산의 운치가 단풍 산과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눈 덮인 겨울 산에 오르니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가 마음을 맑게 해 주었다. 한편, 올해 세계 경제 전망은 맑지 않다. 여러 경제 전문 기관의 보고에서도 거의 모든 경제 관련 지표들이 부정적이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는 2023년 1~2분기 미국 경제는 침체의 바닥을 짚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서 미국 경기에 1, 2분기 정도 후행한다면, 우리 경기는 하반기에 바닥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대 러시아 경제 제재의 여파가 올해에도 세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며, 이들의 전쟁은 자유주의 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의 대립으로 이어져 ‘신냉전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혹자는 말한다. 바야흐로 세계 경제 전체는 현대판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지혜를 가지고 올해를 맞이해야 할까 생각해본다
논란의 여지가 있었지만 최근 정부는 이태원 할로윈 축제 사고로 1주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었다. 찬반 논리나 먹고 사는 문제는 잠시 뒤로하고 한 송이 꽃보다 아름답고 꿈과 희망을 품고 하루 하루 삶을 살아가던 젊은이들이 어처구니 없는 인재로 생명이 꺼졌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어령 선생은 생전에 썼던 마지막 책에서 “나는 타인의 아픔을 잘 모르고 삶을 살았었다”고 겸손하게 회고 하였다. 그러면서 사랑에 대하여 논하기를 그는 타인의 절대성을 인정하는 게 사랑이고, 그 자리가 윤리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또 그에게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을 때, 그는 먼저 보낸 딸에게 살아 생전에 꼭 필요했던 순간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말해주지 못한 것이라고 하며 눈물지었다. 결국 내가 아닌 존재에 대한 절대성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삶을 마무리해 가던 한 노학자의 큰 가르침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말한다. “영화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참혹한 전쟁터의 청년들이 죽어 나가지만 그렇게 전쟁을 치루던 어느 날 최고사령부의 공식 발표에서는 ‘서부전선 이상 없음’이라고 나온다. 거기선 백 명 이상 죽으면 이상이 있지만, 한 사람이
지부에서 법제이사를 맡고 있는데, 전국 시도지부 법제이사 카톡방에서는 종종 과대 과장 광고와 덤핑수가 광고에 대한 제재 수단에 대한 논의가 오간다. 하지만 결론이 시원하게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이유는 현재 의료법으로 이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제보하여 해당지부 법제이사들이 공유한 내용들을 살펴보면 오OO 임플란트 OO지역 최다시술 인증치과 인증패, 임플란트 수술권위자 한국 2위에 선정 내용의 신문 광고, ‘직원실수로 가격 잘못 표기해 임플란트 가격 이대로 판매 진행하니, 가격보고 놀라지 마세요’라는 광고 카피. 당근마켓에 임플란트 49% 할인 광고, 특정 브랜드 임플란트 49만원 광고, 사무장 병원으로 의심되는 상담실장 명함 광고, 그리고 전봇대에 붙어있는 수가가 적힌 치과 홍보 광고물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최근에 어느 치과에서는 차량 확성기로 시내 지역을 돌며 임플란트 69만원 광고를 하는 바람에 민원이 접수된 적도 있었다. 이상과 관련해 의료법으로 규제가 안 되는 사안들이 많고, 보건소나 보건복지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어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비슷한 문제들이 계속 반복된다
얼마 전 개원식을 치뤘다. 쑥스러워서 안 하려고 했으나 친한 형님의 조언, 궁금해 하는 지인들, 그리고 내 인생에서 딱 한 번의 이전 개원식일거 같아서 나는 생각을 바꿨다. 14년 만에 병원 이사를 하게 되었는데, 자그마한 건물을 하나 지었기 때문이다. 험난한 과정이었다. 많은 분들의 축하로 그 동안의 고생이 치유되었다. 살면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할 때가 한 번쯤은 있을텐데, 나는 이번이 그랬다. 5년 전쯤 릴레이수필에 글을 하나 썼었는데, 동기부여에 관한 내용이었다. 지나서 생각해 보니 그 즈음에 대학원도 시작하고, 땅도 샀던 거 같다. 뭔가 정체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그 때 했나 보다. 그 때 세웠던 목표를 이뤘으니 어떻게 하면 잘 운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 전직 CEO의 책이었다. 그는 아마존 창업자, 마이크로소프트 CEO, 랄프로렌 회장, 존슨앤존슨 회장, 나이키 사장, IBM CEO 등 세계 유수 기업의 총수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기업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베스트 바이(Best Buy)라는 회사의 전직 CEO “위베르 졸리”이다. 베스트 바이는 한국으로 치면 롯데 하이마트와 비슷한 업체다. 생활가전에서부터
스마트 폰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음악 듣고, 영화 보고, 결제하고, 쇼핑하고, 검색하고, 운동까지 한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들어온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전 보다 선택의 여지가 훨씬 많고, 모든 것들이 빨리 변하는 지금 우리는 무언가 한 가지를 선택해서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된 주제로 하버드 법대 졸업 연설로 유명해진 피트 데이비스는 책<전념>을 펴냈다. 그는 무엇인가 한 가지에 전념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루함, 불안, 유혹이라고 하였다. 한 가지 일에 전념하려면 지루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노력이 필요하고, 내가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지 못 할 경우에는 불안할 수도 있고, 다른 선택을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늦은 밤 넷플릭스에서 볼거리를 찾아 이것저것 훑어보고 검색하면서, 영화 한편을 골라 진득하게 보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니 더 좋은 것을 찾아 무한히 탐색하는데, 그럴수록 무엇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패러독스에 빠진다. 식당에서 메뉴가
직원을 시작으로 지인과 주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확진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우리 막내 녀석도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유치원에서 친구에게 옮아 온 모양이었다. 나는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근처의 처갓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막내는 39도의 고열을 넘나들며 하루 종일 힘들었을 텐데, 자기 전에 우리에게 전화를 했다. 자기는 이제 샤워하고 이 닦고 해서 입에 있는 바이러스가 좀 빠져 나가서 앞으로 여섯 밤만 더 자면, 다 나아서 우리를 만나러 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녀석은 할머니에게도 여섯 밤만 참으라고 쿨 하게 말했다. 나는 집 떠나 지내야 하는 소소한 불편 때문에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나 막막했는데, 녀석은 씩씩하게 자기 전 안부 전화를 하는 모습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며칠 후 막내를 돌보던 아내도 자연스럽게 감염되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환경생태 분야의 국제학술지 <종합 환경 과학: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
등용문. 전설에 의하면 중국 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협곡이 있는데, 이곳의 물살은 매우 거세서 크고 힘센 물고기라도 어지간해서는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험난한 물살을 거슬러서 협곡에 오른 물고기는 용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이다.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후보들이 역대급 비호감이라 평가받는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도덕성과 진정한 리더십을 가진 후보가 별로 없어서일 게다. 리더십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도나텔로나 베르니니의 작품도 있지만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다윗)상은 고대 이후로 제작된 조각상들 중 인체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받침대까지 더하면 높이가 8미터에 6톤짜리 초대형 대리석 조각품이다. 골리앗과 맞서기 직전에 한 손에 돌팔매를 쥐고 적장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눈매가 매섭다. 미켈란젤로는 이 조각상을 완성하고, 무게가 너무 나가서 피렌체 두오모 성당 외벽에 올려놓으려 했던 당초 계획을 포기하였다. 팔레스타인의 장수 골리앗은 이웃한 이스라엘을 호시탐탐 노리고 침략해 왔다. 그 때마다 그는 일대일로 자신과 붙어보자며 상대를 조롱하고 시비를 걸어왔으나 이스
새해 목표를 세우며 신년을 맞은 것 같은데, 금세 연말이 찾아왔다. 지난 한 해 동안의 내 삶을 돌이켜 보았다. 대학원 공부, 논문 준비, 건물 신축 진행, 지부 회무, 교회 안수집사, 골프 싱글, 시론 쓰기, 가족여행, 재능기부 등등. 개원해서 생각이 제일 많았던 쉽지 않은 한 해였다. 연 초에 한 해 동안 해야 될 일들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잘 해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병원 이전을 위하여 오랫동안 준비한 건물 신축이 가장 힘들었다.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다이어트도 하지 않았는데 살은 저절로 5kg가 빠져서 현재 유지되고 있다. 참 바쁘게 살았지만 수년간 해온 팔굽혀 펴기와 성경책을 읽는 매일의 루틴(routine)을 지켜오고 있다. 1년 동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달려왔나 조용히 생각해 보았다. 나를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미국 워싱턴 소재의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세계 17개 선진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지난 봄 두 차례에 걸쳐서 실시한 전화·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11월 18일 공개했다. “당신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의사생활을 시작하는 제자들에게 히포크라테스가 했던 조언이다. 원래 문맥은 “인생은 짧고, 예술(의술)은 길며, 기회는 순식간에 지나가고, 경험은 위태로우며, 판단은 어렵다”이다. 히포크라테스가 환자들의 다양한 질병과 싸우면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의술의 길은 먼데, 인생은 짧다”는 의미로 한 말이다. 인간의 신체는 너무나 신비롭고 복잡해서 그 것을 다 배우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고, 그 기술(art)을 익히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좀 배웠다고 자만하지 말고 환자들을 대할 때 늘 겸손하라는 덕담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예술의 영역에서 더 자주 쓰이게 되었다. 이 화가에게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예전 학창 시절에 유명했던 참고서 “완전정복” 시리즈의 표지 그림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1801>을 그린 화가이다. 루브르에 가면 <나폴레옹의 대관식,1806>이라는 그림이 있다. 같은 화가 작품이다. 가로로 9m, 세로로 6m가 훨씬 넘어서 그 곳에 전시된 그림들 중에 두 번째로 크다. 가장 큰 그림은 가장 작지만 가장 유명한 그림과 서로 마주보며 같은 방에 전시되어 있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옳았다는 것이 미국 스탠포드 대학 천체물리학자 등에 의해 최근에 다시 밝혀졌다. 댄 윌킨스 박사 등은 2021년 7월 28일자 <Nature>지에 블랙홀의 뒤에서 나오는 빛을 최초로 관측했다고 보고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에 대한 상대론적 이론으로서 중력이 약한 경우는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적용되지만, 중력이 강한 경우에는 뉴턴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설명한 것이다. 블랙홀과 같이 엄청나게 큰 질량의 천체에서 일반 상대성 이론이 적용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 근처에서는 시공간이 휘어지고 빛도 휘어진다.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빛은 다시 탈출할 수 없다. 따라서 블랙홀 뒤에서 빛이 나올리는 없다. 그런데도 뒤쪽의 빛을 관측할 수 있는 이유는 블랙홀이 공간을 일그러뜨려서 빛과 주변의 자기장이 휘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해 예측된 것이다. 즉 1세기 전에 아인슈타인이 예언한 것이 지금 다시 실제로 관측된 것이다. 한편, 그가 옳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틀린 부분도 있었다. 그는 양자역학이 처음 나왔을 때 그것을 부정하였지만, 양자역학의 이론들이 옳았음은 나중에 증명되었다. 양자역학의 아버지 닐스 보어와